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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이변의 제왕' 김종부가 설파하는 ‘단순한 축구’
김정용 기자 | 승인 2017.07.04 13:00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경남FC를 K리그 챌린지 우승 후보로 지목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경남은 19라운드 현재 단 1패만 당한 최강 팀이다. 프로 2년차에 불과한 김종부 감독의 지도력도 새삼 주목받았다.

경남은 다른 팀 지도자들이 말하는 ‘딱히 잘하는 것 같지 않은데 이기는 팀’이다. 화려한 축구 스타일도 없고, 전술적으로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개성과 능력을 살려주는 것이 복잡한 전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축구관은 단순하다. 마음 속에 품은 복잡한 전술은 언젠가 한국 최고를 지도하게 될 때를 위해 아껴뒀다. 대신 김 감독은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을 우승후보로 만드는 축구를 택했다.

 

다음은 김종부 감독과 인터뷰 전문. 

-무패 행진 중이지만 패배가 한 번은 찾아올 텐데

선수들에게 패배에 대비한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 무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기록은 언젠간 깨질 테니 클래식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무패에 대한 부담을 갖고 경기하면 수비에 치중하게 된다. 우리 경남은 작년부터 공격적인 축구를 원했다. 수비는 그걸 견뎌줘야 한다. 무패보다 우리 축구가 더 중요하다.

무패 기록보다 선수단 관리가 더 중요하다. 경고 누적으로 인한 결장, 부상 등이 겹쳤을 때 패배까지 당하면 선수들의 정신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경고 누적이 동시에 나지 않도록 돌아가면서 털도록 하고, 패배한 다음 경기는 다시 최대 전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직후인 3일 수원FC전에서 첫 패배를 당한 김 감독은 “차라리 잘 됐다. 부담을 털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빌드업하는 축구를 추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경남은 196cm 장신 공격수 말컹을 활용하는 ‘높이의 팀’이다

내가 추구하는 경기 운영 방법은 후방 빌드업이다. 그러나 말컹이란 좋은 선수가 영입되자, 선수들이 조금씩 롱볼을 띄우는 쪽으로 운영을 해 가더라. 그냥 선수들 하는 대로 인정해 준 거지. (웃음) 현실적일 필요도 있으니까. 자제시키는 말 정도는 해 준다. 90분 동안 체력을 유지하고, 팬들에게 다양한 경기를 보여주려면 빌드업도 해야 한다고.

 

-선수단에 맞는 전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말컹 영입 자체가 그랬다. 검증된 선수가 아니었다. 높이와 밑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에 저연봉 선수지만 충분히 다른 용병들에 견줄 수 있을 거란 가능성만 있었다. 예상보다 잘 해주면서 팀에 녹아들었다. 활용도가 높을 뿐 아니라 우리 팀을 좋게 생각해준다. 올해 잘 되는 건, 물론 다른 선수들도 잘 했지만, 말컹 덕분이 크지.

스쿼드는 기본적으로 팀 예산에 맞출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축구보다 각 위치에 있는 선수에 맞게 시스템, 전술을 구성하는 편이다. 해보고 싶은 게 아직 많다. 스리백, 경기 중 전술 변화, 사이드를 공략했다가 센터를 공략했다가 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 선수 구성에서 어떤 공격이 주가 되어야 하고 뭐가 부수적인지 결정해야 한다.

 

-확실히 경남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는 말컹이다

말컹은 내가 많이 잡아줬다. 12월에 팀에 합류한 뒤 시즌 시작할 때까지 성공 가능성은 50%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골이 나오며 운이 풀렸고, 그때부터 더 좋은 선수가 됐다.

처음에 본 건 키였다. 배기종의 크로스를 받아 넣으면서 득점을 시작했다. 그리고 슈팅력도 좋은 선수인데, 동작이 커서 상대 수비에 걸리더라. 동작을 짧게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쪽으로 자세를 잡아줬다. 움직임도 좀 고쳤다. 브라질 공격수들은 꼭 상대 수비 중앙에서 개인 기량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어렵게 축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유럽과 한국 공격수들에게 넓은 활동 폭을 요구하는 것과 맞지 않았다. 공간으로 침투하라는 내 요구를 말컹이 받아들이면서 경기력이 나아졌다. 높이와 슈팅, 침투와 돌파라는 무기가 다양해지면서 득점도 많아졌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와의 신임, 우리 팀과의 신임이 두터워졌고 결국 우리 팀에 남겠다는 결정을 한 것 같다.

말컹을 키운 비중을 본다면 브라질 소속팀이 7, 우리가 3 정도? 말컹이 클래식까지 우리와 함께 가며 헌신하고 싶어 한다. 한국 선수들이 말컹의 그런 점을 좋아하고 동생처럼 대한다. 덩치만 큰 게 아니고 액션도 커서, 훈련에서 열심히 흔들고 있는 거 보면 귀여운 맛도 있다. (웃음) 팀워크가 안정됐다.

‘-김종부와 함께 성장한 선수’를 더 소개한다면?

정원진은 포항에서 임대해 오며 킥력에 기대를 했다. 프리킥은 우리 팀에서 주축으로 찰 수 있게 실권을 줬다. 직접 프리킥으로 골 넣을 기회를 줬다. 프리킥 방법도 조금 고쳐주면서 포항에 있을 때보다 더 활용했다.

정현철과 최영준은 둘이 합쳐야 힘이 난다. 두 선수가 투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의 조합을 의미)에서 궁합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우리 팀의 빌드업과 경기 운영이 급성장했다. 실점이 작년보다 줄어든 이유 중 하나도 투 볼란치의 수비 협력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서포터들도 현철이와 영준이를 좋아한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투 볼란치에서 호흡이 안 맞으면 수비 담당과 공격 담당으로 분리시키는 게 낫다. 개인 기량이 좋은 팀은 그렇게 역할을 나눌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조직력을 강조하는 팀이다. 우리의 4-4-2에서 투 볼란치의 궁합, 역할은 비중이 크다.

(정원진은 경남 1군의 임대생 6명 6명 중 하나다. 올해 주전으로 뛰며 K리그 클래식 주간 베스트 일레븐에 3회 선정됐다.)

 

-유소년 축구를 거쳐 K3리그의 양주시민축구단, 화성FC를 경험했다. 2014년 화성을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프로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화성에서도 지금 하는 것과 비슷했다. 최정상의 팀을 맡지 못한 이상, 선수단 전체를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K3에선 낮에 공익 근무하고 밤에 잠깐 훈련하는 것이 전부다. 그 훈련량으로 좋은 팀을 만드는 건 상당히 어려웠다. 내 축구를 강요하기보다 조직력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고, 체력을 90분 내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실용적인 축구를 하지만 수비보다 공격에 늘 초점을 맞췄다. 뒤에선 빌드업을 하고, 상대를 공략하는 방법은 보유한 선수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화성을 이끌고 FA컵에서 서울과 만난 적이 있다. 체력이 떨어져서 막판 15분 동안 실점하고 졌지만 75분 동안 경기 내용은 서울도 고전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 축구가 낸 성과였다.

 

-자신의 철학보다 팀 사정을 먼저 생각한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고집이 센 사람이지만 축구할 땐 그러면 안 된다. 선수 시절에도 득점 욕심만 내는 공격수는 아니었다. 팀 운영 위주로, 폭넓게 움직이는 선수였다. 학원 축구 지도자 시절 느낀 건 우리나라 선수들의 전술 적응도가 떨어진다는 거다. 유럽 강호 선수들은 열흘 훈련으로 전술을 탁 소화하는데 한국 선수는 한두 달 발을 맞춰야 한다고 하지 않나. 나도 전술 변화 자주 하면서 화려한 축구를 하고 싶지만, 그런 전술을 소화할 수 있는 한국 선수는 제한적이다. 카멜레온 같은 축구를 하려면 거기 맞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나도 스페인 축구처럼 중앙에서 들어가는 2선 침투, 중앙 돌파를 적극 도입하고 싶지만 어렵다는 걸 안다. 몇 년 전부터 하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코치들에게 이야기할 뿐이다.

 

-리빌딩은 어떻게 하나. 위기의 경남에 부임한 뒤 알짜배기 영입, 알짜배기 임대를 많이 성사시켰다

지난 시즌엔 크리스찬과 이호석에게 맞춘 공격이었다. 두 선수가 다 빠졌다. 시즌 개막 전에 우리 팀을 보면 솔직히 상대 수비를 공략할 무기가 없었다. 득점 감각으로 유명한 선수가 있길 했나, 스피드 좋은 윙어가 있길 했나? 말컹이 온 덕분에 다양한 공격 루트가 생겼다. 김도엽이 살아나고, 배기종이 중요한 플레이를 한 번씩 해 주고, 정원진과 이현성 등이 열심히 뛰어 줬다. 그러면서 개막 전보다 팀이 더 성장했다. 동계훈련 때 자체 평가는 5, 6위 정도였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붙이면 4강 플레이오프 정도는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잘 나가는 데는 운도 따랐다.

영입은 스카우트가 열심히 한다. 나도 임대생 영상은 수없이 돌려보며 우리 팀에 필요한지 체크했다. 예산이 줄어들었지만 꼭 필요한 선수는 안 놓쳤다. 작년 공격 자원은 다 빠져나갔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유지했다. 공격 자원들이 나가면서 벌어 준 이적료로 재투자를 해서 이만큼이나마 스쿼드를 갖췄다. 작년엔 내셔널리그의 경주한수원보다도 우리 예산이 적었다. 크리스찬도 월급 500만 원 줬던 선수다. 지금은 연봉이 확 뛰어 대전으로 갔다.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거지. 지금 최재수 같은 선수들이 있다는 건 살림이 많이 나아진 거다.

 

-선수 시절 별명이 ‘비운의 천재’다

축구 천재라고 불리긴 했지만 타고난 선수가 아니라 노력형이었다. 20세 월드컵, 월드컵 등 결정적일 때 골을 넣어서 주목을 받은 것 뿐. 그러나 전성기를 못 누렸고, 축구에 눈을 뜨기 시작할 때 꺾였다. 그래서 천재 앞에 비운이라는 말이 붙었다.

사람이 엘리트 코스로 계속 가면서 얻는 것도 있지만, 어려움을 겪어 봐야 아는 것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축구 스타일이 있어도 일단 결과물을 낼 수 있게 선수들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는 것, 선수들이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내가 어려움을 겪어봐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경기에 못 나가는 선수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기회를 주고 싶다. 난 어려운 팀만 찾아다녔다. 창단팀이었던 화성, 흔들리던 경남, 남들은 망가진 팀에 왜 가냐고 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지도자로 할 수 있으니 온 거다. 선수로서 누려보지 못한 전성기를 감독으로서 누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코칭을 더 잘하고 싶은 것도 그래서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클래식 경력이 있는 김근환, 강승조를 영입했다. 승격까지 대비한 영입이라고 말했지만 이 정도로 클래식에서 살아남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솔직히 결정력 좋은 선수를 더 영입하고 싶었다. 김동찬을 영입하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 성남으로 갔고, 김신도 영입하려 했는데 잘 안 됐다. 대안이 김근환이다. 올해 초에도 우리 팀에서 훈련하다가 서울로 간 선수다. 높이가 뛰어난 김근환으로 말컹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영입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쓰고. 강승조는 경남에 있던 선수고, 잘 도와주면 옛날 실력이 나올 거다. 사실 아직 부족하다. 클래식에서 잘 하는 팀들은 공격적인 축구를 한다. 현대축구에 필요한 선수를 더 수급해야 한다.

크리스찬, 이호석, 송수영 빠지고 더 강해지지 않았나. 팀은 다시 만들면 된다.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하고 싶다. 작년에는 챌린지 수준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프로 수준이 뭔지 잘 안다. 어떤 선수가 오고 갈지 모르지만 말컹은 붙잡고 싶다. 상대팀 팬들도 말컹을 응원하는 경우가 있더라. 스타성, 의리가 있는 친구다. 놓치고 싶지 않다. 감독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나. (웃음)

사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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