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경남FC가 개막 후 18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말컹이 빠진 반쪽짜리 공격진으로도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주도했으나 결정력을 갖춘 선수가 아쉬웠다.

3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19라운드에서 수원FC가 경남을 2-1로 꺾었다. 경남의 시즌 첫 패배다.

 

징계로 빠지고, 아이스크림 과식해서 빠지고

경남은 크로스 달인 최재수, 득점 달인 말컹의 조합이 동시에 경고누적으로 빠졌다. 김도엽이 쇄골 부상으로, 최영준은 식중독으로 이탈했다. 가장 기막힌 선수는 브루노였다. 수원행 버스를 타기 전까지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브루노는 돌연 복통을 호소했다.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먹어 생긴 배탈이었다. 사타구니 근육이 여전히 불편한 배기종이 브루노, 송제헌과 함께 벤치에 대기했다.

이번 시즌 득점뿐 아니라 K리그 통산 득점도 전무한 김근환, 단 1골 경험뿐인 성봉재가 경남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한 조합이었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두 선수가 합쳐서 한 골 정도만 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며 조심스런 기대를 밝혔다.

조덕제 수원 감독은 경남이 평소보다 많이 약해져있는 라인업을 보고 급히 공격 축구를 도입했다. 원래 지난 18라운드에서 부천FC를 1-0으로 꺾었던 것처럼 수비적인 실리 축구를 준비했다. 그러나 약해진 경남을 상대론 초반부터 승부를 거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경남의 선발 멤버보다 벤치의 배기종, 강승조, 송제헌이 더 화려했기에 내린 판단이기도 했다.

 

수원의 초반 승부수, 이승현과 백성동이 마무리했다

수원의 예상대로 경남의 경기력은 평소만 못했다. 말컹은 골뿐 아니라 경남 공격 전개의 중심이다. 공격의 위력이 떨어진 만큼 주도권도 잃어버렸다. 수원은 호주 대표 출신 공격수 브루스를 비롯해 챌린지 간판 스타급인 이승현, 서상민, 백성동으로 공격진을 짰다. 개인 기량에선 상대가 되지 않았다.

더 짜임새 있는 공격을 시도하던 수원의 시도가 7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광진의 스루 패스를 받은 브루스가 페인팅으로 이반을 돌파한 뒤 문전으로 땅볼 크로스를 보냈다. 이범수 골키퍼가 측면에만 신경쓰느라 골문을 비워둔 사이 이승현이 오른발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전반 13분, 첫 골 장면에 관여하지 못한 백성동이 개인 기량만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속공 상황에서 전진패스를 받은 백성동은 가벼운 돌파로 한 명을 제친 뒤 오른발로 중거리슛을 감아 찼다. 환상적인 궤적을 그린 공이 골대 구석에 꽂혔다.

경남은 성봉재가 공을 많이 잡으며 고군분투했지만 공격의 질이 떨어졌다. 김 감독은 일찍 승부를 걸었다. 전반 31분 미드필더 이관표, 윤종규를 빼고 더 공격적인 브루노, 배기종을 투입했다. 배기종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한 공격적인 구성이었다. 효과가 즉각 나타났다. 전방에서 패스를 받을 선수가 늘어나고, 혼자 힘으로 공을 운반할 선수도 늘어난 경남은 빠르게 주도권을 회복했다.

‘김종부 매직’은 전반 34분 추격골까지 만들었다. 경남에 남은 마지막 필살기인 정원진의 프리킥이 빛을 발했다. 이상욱 골키퍼가 선방했지만 멀리 쳐내지 못했고, 김근환이 문전에서 재빨리 받아 넣었다. 김근환의 프로 데뷔골이 친정팀 수원을 상대로 나왔다. 말컹 대신 제공권 장악을 맡은 193cm 김근환이 기대 이상의 득점력까지 발휘한 순간이었다.

 

경남, 경기는 장악했지만 동점골이 없었다

경남이 일찍 던진 승부수는 후반전에도 계속 힘을 발휘했다. 경남은 수원을 압도하진 못했지만 약간 우세한 상태에서 후반전을 계속 진행했다. 경남의 롱 패스 위주 공격은 성공률이 낮았지만, 수원 수비가 걷어내면 뒤쪽에서 경남 선수들이 잡은 뒤 다시 앞으로 투입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미드필드 장악력을 잃은 수원은 빠르고 화려한 공격진의 위력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경남의 문제는 여전히 득점이었다. 정원진이 끝없이 코너킥을 올렸지만 혼전 끝에 무산되거나, 슛을 날려도 수원 수비의 블로킹에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남은 후반 19분 김근환을 빼고 최근 조커로 활약 중인 공격수 송제헌을 투입, 득점력을 높이는 것으로 마지막 교체 카드를 썼다. 송제헌은 한결 날카로웠지만 슛이 모두 이상욱 골키퍼에게로 향했다.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수원은 후반 27분 서상민 대신 이한샘, 후반 31분 김철호 대신 임창균, 후반 38분 브루스 대신 서동현을 투입하며 경기 양상을 바꿔보려 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남이 우세한 경기였다. 수원은 경남의 세트피스가 끝없이 반복되는 경기 양상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후반 37분 배기종의 크로스를 우주성이 문전에서 헤딩하자 이상욱 골키퍼가 간신히 막아냈다. 재차 문전으로 투입된 공에 송제헌이 달려들었으나 이번에도 이상욱이 먼저 공을 끌어안았다. 아예 공격수로 올라가서 후반 막판을 보낸 풀백 우주성은 후반 44분에도 장거리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이상욱에게 잡혔다.

경남은 후반 추가시간 수비를 단 한 명만 남겨놓고 끝없이 크로스를 올렸으나 이번에도 모두 무산됐다. 후반전 내내 끈질기게 수비에 치중한 수원이 승리를 눈앞에 두자 홈 팬들이 미리 일어나 환호를 시작했다. 마침내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부진 탈출이 급했던 수원이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가 끝난 뒤 주 팀 합쳐 10여 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드러누웠을 정도로 치열한 경기였다.

 

사임까지 생각했던 조덕제 감독, 다시 결집된 팀과 함께 2연승

앞선 18경기 모두 선발 출장해 11골 2도움을 기록한 말컹이 빠지자 경남의 득점력은 초라해졌다. 김 감독의 말대로 김근환과 성봉재가 합쳐 한 골을 넣었지만, 그 이상은 득점이 어려웠다. 경남이 슈팅 횟수에서 12대 9, 코너킥 횟수에선 무려 9대 2로 앞섰다는 걸 감안하면 부족한 건 결정력뿐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부터 무패 행진이 언제 끊겨도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무패 기록이 깨진 건 아무 상관이 없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서도 우리 팀은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계속 무패였다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진 게 잘 된 걸지도 모르겠다.”

조 감독은 수원FC의 오랜 부진을 깨고 18라운드에 이어 연승을 거뒀다. 4라운드부터 17라운드까지 승리가 단 한 번뿐이었고, 이때 사임 의사까지 내비쳤다. 이후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의 재신임, 선수들의 신뢰가 다시 팀을 결집시켰다는 것이 조 감독의 설명이다.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승점 3점을 만들었다. 고맙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