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박주영은 큰 경기에 강한 승부사다. 이번 시즌엔 붙박이 주전도 아니었지만, 첫 풀타임 경기에서 ‘절대강자’ 전북현대를 잡아내는 힘을 발휘했다.

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라운드 경기에서 서울이 전북현대에 2-1로 승리했다. 박주영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로 시즌 6호골을 넣었다.

그동안 후보로 밀려 있던 박주영의 시즌 첫 풀타임 경기였다. 박주영은 앞선 16경기 중 10경기에 교체 출장, 단 6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선발로 뛸 때도 모두 교체 아웃됐다. 주전 경쟁에서 근소하게 우세를 가진 선수는 데얀이었다. 그동안 팀내 2위인 5골을 넣으며 출장 시간에 비해 좋은 득점 감각을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8골을 넣은 데얀을 뛰어넘진 못했다.

데얀이 더 매끄러운 연계 플레이를 한다면, 박주영이 더 투쟁적인 선수다. 박주영은 특히 큰 경기에 강하다. 지난해 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전북전에서 골을 넣으며 서울의 우승을 이끈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서울 소속 선수 중에서 전북전 통산 득점이 2골로 가장 많았다.

늘 교체됐던 박주영은 이날 풀타임으로 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경기 후 취재구역에서 만난 박주영은 “오랜만에 선발로 나왔다. 오래 뛰기보다 45분에서 60분 정도를 예상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전반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생각한 것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전반에 두 차례, 후반에 두 차례 슛을 날렸다. 박주영은 전북 센터백 김민재의 저돌적인 수비에 여러 번 봉쇄당했지만, 전반 35분 끈질긴 볼 키핑에 이은 스루 패스로 득점 기회를 만든 뒤 직접 슈팅에까지 가담하며 윤승원의 골을 간접적으로 만들어냈다. 박주영이 차려 준 밥상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코너킥을 이명주가 머리로 돌려놓자 박주영이 왼발 하프발리슛으로 마무리하며 서울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풀타임을 뛸 줄 몰랐다는 박주영이 경기 마지막 순간 누구보다 강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박주영을 신뢰한 황선홍 감독은 데얀을 교체 투입하지 않고 2선 자원만 계속 집어넣었고, 결국 이 선택이 승리로 이어졌다.

박주영은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경기에서 이겼다. 오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큰 경기에서 골을 넣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어려운 시기라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데 그동안 부족했다.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곽태휘를 중심으로 팀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나도 옆에서 태휘 형을 많이 도와 주겠다”는 각오도 이야기했다.

이 경기로 선두 전북은 승점 35점에 머물렀다. 서울은 승점 3점을 추가해 승점 25점이 됐다. 선두와 승점차가 10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까지는 승점 4점차가 난다. 지난해 대역전 우승의 주역이었던 박주영은 올해도 후반기에 더 나을 성적을 다짐했다. 팀과 함께 자신도 더 나은 후반기를 꿈꾼다.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고,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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