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김은하수 양에게는 미안하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김은하수 양에게 끝까지 미안해야 했지만, 승리는 챙겼다.

서울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라운드 전북현대 경기를 앞두고 반가운 손님을 맞았다.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서울과 데얀을 좋아해 화제가 된 김은하수 양이다. 서울은 김 양과 가족들을 이날 경기에 초대했고, 김 양에게 시축을 부탁했다. 김 양은 꿈에 그리던 데얀 앞에서 시축했다.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황 감독은 “(김 양 존재는)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라고 본다.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미소를 짓다가 “김은하수 양에게는 미안하다”라고 해야 했다. 이날 데얀을 선발에서 뺏기 때문이다. 김 양은 데얀 손을 잡고 입장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황 감독은 압박이 좋은 전북을 상대로 데얀보다는 좀 더 투쟁적인 박주영을 선발로 냈다. 박주영이 거친 전북 수비수들과 경쟁하며 기회를 만들어내길 바랐다. 박주영 옆에 활동량이 많은 조찬호와 윤승원을 넣은 이유도 같다. 황 감독은 “선두를 만나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분위기를 반전할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시축은) 생각 못했어요. 시축하게 돼서 기뻐요.”

김 양은 데얀과 함께 입장하지는 못했지만 데얀을 앞에 두고 시축했다. 김 양은 가족들과 함께 경기에 앞서 중앙원 안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공을 찼다. 공은 데얀이 직접 받았다. 김 양은 데얀과 기념 촬영을 한 뒤 관중석으로 돌아갔다. 전반이 끝난 뒤에는 서포터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다. 김 양 등장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뜨거워졌다.

서울은 전북에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3분 만에 김신욱에게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내줬다. 황 감독은 후반 9분 첫 번째 교체카드를 꺼내 조찬호와 윤일록을 바꿨다. 후반 27분에는 윤승원을 빼고 이석현을 넣었다. 데얀은 계속해서 워밍업을 하면서 황 감독 호출을 기다렸으나 비만 세차게 맞았다.

후반 40분, 서울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신형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경기 균형이 서울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었다. 강한 압박을 고려해 데얀을 넣지 않았던 황 감독이 데얀을 투입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데얀은 이미 8골을 넣은 서울 내 최다득점자다. 데얀이 나오면 슈팅도 나왔다.

황 감독 선택은 달랐다. 후반 43분 이상호를 빼고 심상민을 넣었다. 김 양은 결국 데얀이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됐다. 서울은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박주영 골로 전북을 2-1로 잡았다. 황 감독은 “한 명이 모자란 상대 틈을 노리려 했다. 중앙에는 선수가 밀집 돼 있다. 고요한 오른발 크로스도 좋지만 심상민 왼발 크로스도 좋다. 측면을 노렸다”라고 설명했다.

김 양은 데얀이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나 좋은 기억과 많은 선물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데얀은 유니폼을 선물했고 다른 선수들도 김 양에게 사인을 해줬다. 황 감독은 조금은 서운했을 지 모르는 김 양에게 가장 큰 승점 3점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