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지난 주말 열린 ‘2017 중국슈퍼리그’ 15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의 주인공은 한국인 수비수 권경원(톈진췐젠)이었다.

권경원은 2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광저우헝다와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 골을 넣어 4-3 승리에 일조했다. 올해 슈퍼리그에 데뷔한 권경원의 중국 무대 첫 골이었다.

이 경기가 주목을 끈 이유는 광저우헝다가 10연승을 달리며 압도적인 위력으로 선두 질주 중이었기 때문이다. 10경기 동안 24득점 7실점의 압도적인 골득실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었다. 15라운드에서 패배한 광저우헝다는 2위 상하이상강에 승점 1점차로 바짝 추격당했다.

절대강자를 꺾은 결정적인 순간이 권경원의 골이었다. 광저우헝다의 선제골, 톈진췐젠의 동점골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후반 6분 권경원이 역전골을 터뜨렸다. 중국 대표 미드필더 왕용포가 날카로운 코너킥을 올렸고, 파포스트에서 점프한 권경원이 헤딩골을 터뜨렸다. 톈진췐젠은 알렉산드리 파투의 추가골로 달아난 뒤 광저우헝다의 막판 추격에도 불구하고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톈진췐젠 선수들로서도 기대 이상의 소득이었다. 최강팀 광저우헝다를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파비오 칸나바로 톈진췐젠 감독은 강팀을 만날 때 오히려 공격적인 전술을 쓰는 편이다. 권경원을 비롯한 두 센터백, 그 앞에 배치된 수비형 미드필더 악셀 비첼만 남고 나머지 필드 플레이어 7명이 공격에 치중하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권경원은 상대방의 2대 2, 3대 3 속공을 자주 막아야 했다.

경기 후 ‘풋볼리스트’와 통화한 권경원은 “중국에서 가장 잘 하는 팀과 상대했다. 조직력보다 개인 능력으로 공격하는데, 그게 너무 좋으니까 막기 힘들다. 상대 공격수 한 명에게 우리 수비 두 명이 붙어야 했다. 우리 팀의 컨디션이 좋았고, 어려운 볼도 깔끔하게 터치하는 등 운까지 따른 경기였다”고 말했다.

완벽한 경기는 아니었다. 전반전에는 권경원이 가오린, 굴라트와 부딪치며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펠리페 스콜라리 광저우헝다 감독은 간판 미드필더 파울리뉴를 경기 막판 공격수로 전진 배치했다. 파울리뉴가 두 골을 몰아치며 동점 직전까지 갔다. 권경원은 “괜히 브라질 주전이 아니다. 묵직하다. 슈팅, 드리블 등 모든 플레이에 피지컬을 잘 이용하면서 시원시원하게 한다. 막기 까다로웠다. 경기 중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칸나바로 감독은 리그 선두를 꺾은 뒤에도 마냥 칭찬하지 않았다. 수비수 출신답게 세 골이나 내준 수비에 대한 불만이 컸다. 권경원을 따로 불러 더 잘 버텨달라는 주문을 했다. “감독님이 세트피스 때마다 나는 맨 앞으로 가든지 맨 뒤로 가라고 했다. 그 지시대로 해서 골을 넣었다. 칭찬을 예상하고 있었다. 경기 끝나자마자 감독님이 ‘너희 미쳤어?’라고 하시더라. 잘 했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이런 팀에게 세 골이나 먹혀?’라고 하더라. 농담 반, 진담 반이었던 것 같다. 만족을 모르는 분이다.”

권경원은 골이 많지 않은 선수지만 큰 경기에 강한 편이다. 지난 2015년 10월에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에서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 3-2 승리를 이끄는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권경원은 알힐랄전과 광저우헝다전이 ‘큰 경기’라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둘 다 부모님이 경기를 관전했다. 최근 주전으로 뛰는 권경원은 부모님을 중국으로 초대했고, 가족과 지인들 앞에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네가 골을 넣는 순간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고 하신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라.”

톈진췐젠은 지금 슈퍼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낸다. 홈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4연전을 갖기 때문이다. 첫 경기인 광저우헝다전은 승리했다. 이어 광저우푸리(7일), 상하이선화(16일)를 상대한 뒤 중국 FA컵에서 상하이상강(19일)까지 상대한다. 현재 4위인 톈진췐젠은 3위 허베이화샤를 승점 4점차로 추격하고 있다. 3위는 다음 시즌 ACL이 걸려 있다. 톈진췐젠의 남은 3연전 성적에 따라 상위권 구도도 바뀌게 된다.

이적 시장에서도 톈진췐젠이 주인공이다. 독일분데스리가 득점 3위 앙토니 모데스테(쾰른) 영입은 무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보루시아도르트문트) 영입설이 났다. 레오나르도(알자지라) 등 아시아에서 검증된 선수에게도 관심이 있다. 중국축구협회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형 영입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이다.

외국에서 스타 선수가 영입되면 권경원에게는 큰 타격이다. 현재 톈진췐젠의 외국인 선수는 파투, 비첼, 권경원 세 명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 엔트리에 3명까지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네 번째 선수가 합류하면 권경원이 밀릴 수 있다. 권경원은 “새 용병이 온다는 소문을 들을 때마다 ‘이번 경기가 내 마지막 경기가 되겠구나’ 싶다. 원래 모데스테가 영입되면 광저우헝다전부터 내가 빠질 수도 있었다. 매번 마지막처럼 뛰는 것이 내겐 오히려 플러스가 된다. 누가 오든 그 전까지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 영입될 선수는 톈진췐젠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두다. “비첼, 파투와 누가 올지 함께 궁금해 한다. 그 애들은 나만큼 걱정하진 않지만. 늘 파투는 브라질 뉴스, 비첼은 벨기에 뉴스, 나는 한국 뉴스를 보고 와서 서로 읽은 걸 말해준다.”

권경원이 다음 경기에서 상대할 광저우푸리는 슈퍼리그 득점 1위인 에란 자하비의 소속팀이다. 마카비텔아비브에서 활약한 바 있는 이스라엘 대표 공격수다. 권경원은 전반기 대결 당시 뛰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이 자하비와 첫 대결이다. 권경원은 “자하비는 활동량이 엄청난 선수다. 공간 침투가 좋기 때문에 그 길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무실점 수비를 다짐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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