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새로운 기술위원을 선임하고 본격적으로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임명한 기술위원들은 젊고 유명하지만 너무 바쁘고 실무 경험도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새로운 기술위원을 위촉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위촉된 기술위원은 총 8명이며, 기존 기술위원 중에서 3명이 유임됐다. K리그 클래식의 황선홍(FC서울), 서정원(수원삼성) 감독이 기술위원에 처음 임명됐고, 2002 월드컵 멤버인 김병지도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가장 4일 오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감독 선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로 위촉된 기술위원 5명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유명 선수였으며 이 중 3명은 ‘2002 한일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했다. 현역 K리그 감독도 3명이다. 조영증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과 박경훈 성남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40대로 젊다. 젊은 현역 지도자는 K리그 선수 파악에 능하고, 상대적으로 세계축구 조류에도 밝다. 박 감독도 전술적으로는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병지는 해설위원을 하며 많은 경기를 봤다.

 

새로운 감독을 빠르게 선임하기에는 좋은 조합이다. 한국은 8월 31일 이란을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여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치러야 한다. 시간이 없다. 되도록 빨리 감독을 세우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신임 기술위원은 새 감독이 선수를 파악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역 감독이 많기 때문에 정보의 질도 상대적으로 좋을 수 있다.

 

문제는 감독 선임 이후에 나올 수 있다. 현역 감독은 바쁘다. 과거 기술위원회에 현역 프로 감독이 많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이들은 당장 성적을 내야 한다. 팀 일정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석주(아주대 감독) 현 기술위원은 아주대에서 전남드래곤즈로 자리를 옮길 때 기술위원을 그만뒀다. 박 감독과 최 기술위원도 각각 성남과 부산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을 때 기술위원직을 사퇴했다. 물리적으로 두 가지를 병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 위기이기 때문에 대의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축구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와 같다. K리그는 대표팀을 위해 존재한다는 발상은 이제 유효기간이 끝났다. K리그도 위기다. 또한 지속성도 문제다. 한 축구계 인사는 “4일 첫 기술위원회를 한 이후에는 회의 시간도 잡기 어려울 것이다. 프로팀 감독은 엄청나게 바쁘다. 이런 이들이 다수인데 회의나 할 수 있겠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현역 프로팀 감독이 다수인 기술위원회는 기능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여자축구와 유소년을 담당할 기술위원을 추가로 선임하겠다고 했지만, 균형이 너무 맞지 않는다. 현역 프로팀 감독은 실무보다는 현장에서 뛴 이들이다. 현장도 거의 최상위급이라 할 수 있는 성인 남자 축구에 국한돼 있다. 기술교육국과 협력해 한국 축구를 이끌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기술위원직을 소화하기는 버겁다.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시간적 제약이 있다.

 

이용수 전임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며 기술위원회와 감독 선임위원회(가칭)을 분리하자고 주장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번 기술위원회는 기술위원회라기보다는 감독 선임위원회다. 현역 프로팀 감독은 비정기적으로 모이는 감독 선임위원회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기술위원은 무겁다. 한국 축구는 대표팀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감독 선임위원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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