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내가 먼저 미루자고 건의했다. 탈락한다면 책임은 내가 지겠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새 기술위원회가 가장 시급한 문제를 뒤로 미뤘다. 현역 프로 감독 위주 구성과 A대표팀 중심 사고가 걸림돌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선임되자마자 기술위원회 소집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대표팀 감독은 물론이고 23세 이하 감독 선임을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U-23 대표팀은 오는 19일부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전을 치러양 한다. 베트남으로 날아가 베트남, 마카오, 동티모르와 경기한다. 조 1위는 본선에 직행하고, 2위를 차지하면 각 조 2위 가운데 5위 안에 들어야 본선으로 갈 수 있다.

 

당장 6일부터 선수를 소집해 훈련해야 하지만, 기술위원회는 감독 선임을 미뤘다. 3일 한 기술위원회에서는 A대표팀 감독만 선임했다. 김 위원장은 19일부터 베트남에서 하는 예선전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중 한 명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정식 감독은 차후에 기술위원회를 소집해 선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와 만나는 예선전 통과는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었다. 감독 선임이 늦어지며 당초 6일로 계획됐던 선수 소집도 뒤로 미뤄졌다.

 

이번 결정은 두 가지 우려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당초 현역 프로 감독 중심으로 기술위원회를 꾸렸을 때 대표팀 이외에 사안에 관해서는 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정이 바빠 소집하기도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이 U-23 감독 선임을 미루자고 하면서 다음 기술위원회 소집 일정을 말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 있다. 다음 주에는 K리그 주중 경기가 열린다. 현역 감독이 시간을 내기 어렵다.

 

한국 축구가 위기라 이야기하면서도 그 초점은 온통 A대표팀에 가 있다. 기술위원회는 A대표팀만 신경 쓰는 기구가 아니다. 대표팀과 그 하부 구조를 모두 관장하는 곳이다. 이번 기술위원회는 마치 대표팀 감독 선임위원회와 다르지 않은 역할만을 하고 있다. 이번 AFC U-23 챔피언십 예선전은 상대적으로 월드컵 예선보다 쉽지만, 탈락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같은 조에 있는 베트남은 어린 선수들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방향성과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 이름값이 중요한 곳이 아니다. 위기 극복, 그것도 대표팀 위기 극복만을 고려한다면 한국 축구는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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