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신태용을 선임하던 기술위원회 분위기는 밝았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4일 오후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공식 발표를 마친 뒤 편안한 모습으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의 임기를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라고 설명하며 “3위로 플레이오프에 나가게 되더라도 신 감독이 이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3위 가능성에 대해 “여기까지 가선 안된다”고 단서를 달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한국 축구계 인사 대부분이 한국이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회견 도중 “여러분들이 경기 내용을 봤겠지만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가진 능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최대 능력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감독 임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AFC U-23 챔피언십 예선을 위한 감독 선임을 미루며 전임 지도자가 임시로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유를 보였다. “내가 미루자고 한 것이니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도 협회 관계자들과 그럴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대화가 오갔다. 실제로 예선전 상대가 마카오, 동티모르, 베트남이다. 10개조 2위 중 상위 5위내 성적을 거둬도 본선에 나갈 수 있기에 정식 감독 없이도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호 중 하나지만, 남은 최종예선 2경기에서 상대할 팀은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이다. 원정에서 졌고, 홈에서 간신히 2-1 역전승을 거둔 상대다. 두 팀을 만날 때마다 쉬운 승부는 없었다. 

이란이 이미 본선행을 확정했으나 한국전을 전후로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대비한 전지훈련 및 평가전 일정을 잡고 있다. 경기 자체의 동기부여는 한국보다 적을 수 있지만, 팀 조직력 측면에선 더 여유로운 조건이다. 경기에 대한 압박감 측면에서도 이란이 유리하다. 우즈베키스탄전은 원정이다. 한국은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한국축구, 최종예선 4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위로 떨어질 가능성을 “만에 하나”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4위로 아예 플레이오프 진출권도 얻지 못할 경우의 수도 존재한다. 한국이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질 경우 우즈베키스탄이 2위가 된다. 여기에 현 4위 시리아가 카타르, 이란과 잔여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할 경우 한국과 승점 13점으로 동률이 되며, 골득실 차를 추월해 3위로 올라올 수 있다. 

3위로 떨어질 경우 B조 3위를 만나는데,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 경기를 돌파하더라도 북중미 예선 4위 팀과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본선행은 가시밭길이 된다. 그러나 4위까지 떨어지면 이 가능성마저도 사라지는 사상 최악의 결과가 된다. 

대형 참사는 언제나 “그래도 설마”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온다. 침몰 징후가 보였던 슈틸리케호를 지금까지 끌고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마 정말 본선행을 우려할 상황까지 내몰릴까라는 생각이다. 그점은 U-23 대표팀을 향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AFC U-23 챔피언십 예선전은 베트남에서 열린다. 마카오와 동티모르는 쉽게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유소년 축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홈팀’ 베트남을 잡지 못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정식 감독이 없는 팀, 소집 훈련 일정이 줄어든 팀인데다가 무더운 날씨의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충격패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이미 한국 축구는 2014 AFC U-19 챔피언십과 2016 AFC U-19 챔피언십에서 연이어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김 위원장은 본래 낙점한 U-23 대표팀 감독 후보자의 고사로 선임이 미뤄진 것이라며 감독 선임이 늦어져 예선 탈락한다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에 자신도 운명을 함께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책임을 지는 방식은 기술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지만, 이미 벌어진 사고를 수습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한국축구는 중요한 기회를 잃고 더 큰 혼란 속에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말보다는, 재앙을 피하기 위한 철저하고 면밀한 준비가 중요하다. 한국축구의 진짜 적은 위기 불감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쇄신을 생각하는 안일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 한국 축구는 분야를 막론하고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대표팀의 실패는 지금까지 쌓여온 수많은 실패의 결정판이 될 수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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