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신태용 신임 남자 대표팀 감독이 전술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한국 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던 부실한 수비가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대상이다.

신 감독은 취임 발표 사흘째인 6일 첫 기자회견에서 “대표 선수들은 짧은 시간이라도 좋은 전술, 전략을 주입하면 스폰지같이 잘 빨아들인다”고 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활약이 부족했던 손흥민에 대해 “이제까지 슈틸리케 감독님이 활용하지 못한 건 따로 생각하는 게 있다”고 말하는 등 전술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8경기에서 4승 1무 3패에 그쳤다. 한국 경기의 공통점은 상대보다 패스를 많이 돌리지만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과 상대팀의 총 패스 횟수가 공개된 시리아전(2016년 9월, 0-0)을 보면 패스를 402회 돌려 시리아의 85회보다 네 배 가까운 수치를 남겼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이란전(2016년 10월, 0-1)에서도 패스 횟수에서 447 대 260으로 앞섰지만 결과는 0-1 패배였다.

점유율을 승리로 바꾸지 못하는 건 상대 공격에 빠르게 허물어지는 수비 때문이었다. 패스 횟수가 3, 4배라면 슈팅 횟수도 상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약체 시리아를 상대로도 슈팅 횟수에서 14대 9로 근소한 우세에 그쳤다. 이란전에선 슈팅이 4대 12로 오히려 큰 열세였다.

올해 패배한 두 경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중국과 카타르는 한 수 아래다. 이들을 상대로 각각 12회, 15회 슛을 날린 건 그리 나쁜 수치가 아니었다. 문제는 슈팅을 허용한 횟수가 한국의 슈팅 횟수와 같았다는 점에 있었다. 결정력에서도 떨어진 한국은 중국에 0-1, 카타르에 2-3으로 패배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의 전술 기조였던 높은 점유율은 승리를 전혀 보장하지 못했다. 점유율이 높은 만큼 득점 기회가 늘어나고 실점 위기는 줄어든다는 이론이 한국엔 적용되지 않았다. 느린 전개 후 위협적인 공격이 부재했고, 대부분 속공으로 전개되는 상대 역습을 저지할 만한 수비 전략이 없었다.

느리고 이득 없는 축구에서 탈피하는 것이 한국의 가장 큰 과제다. 신 감독은 “신태용 축구에 맞으면 뽑을 것이다”라며 자신의 전술과 전략에 부함하는 선수를 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표팀의 분위기뿐 아니라 전술에까지 침투해 있는 무기력증을 신태용식 축구가 털어내야 본선 진출 가능성이 올라간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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