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성인국가대표팀뿐 아니라 U-23 대표팀도 ‘소방수’다. 정정용(48) U-18 대표팀 감독이 ‘2018 AFC U-23 챔피언십’ 예선전을 치른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6일 자신에게 부여된 임시 감독 선임 행사권을 사용했다. 목포축구센터에서 U-18 대표팀의 훈련을 지휘 중인 정 감독이 예정 일정보다 하루 먼저 빠져나와 U-23 대표팀을 지휘한다.

리우올림픽과 U-20 월드컵 대표팀에 최근 성인 대표팀까지 급작스레 맡은 신태용 감독을 소방수로 썼던 것처럼, 정정용 감독에게도 소방수 역할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정 감독은 지난해 11월 안익수 감독 사퇴 이후 수원컨티넨탈컵 대회 지휘를 임시로 맡아 이란, 잉글랜드, 나이지리아와 경기를 3전 3승으로 마무리해 호평 받은 바 있다.

당시 대회 이후 정 감독을 아예 U-20 대표팀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협회는 정 감독을 차기 대회 감독으로 낙점하고 있었다. 정 감독 선임은 전임 지도자 육성 계획을 진행 중인 협회의 장기 일정에 차질을 빚게하는 일이었다. 정 감독 개인에게도 경험과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7월 19일부터 베트남에서 열릴 ‘2018 AFC U-23 챔피언십’ 예선전은 마카오, 동티모르, 베트남 등 상대적으로 한 수 아래 전력을 갖춘 팀과 대결한다. 10개조에서 상위 성적 조 2위까지 본선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통과가 유력하다. 10조 예선 개최국 베트남전만 잘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4일 A대표팀과 U-23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기술위원회 회의에서 U-23 대표팀 감독 선임은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하자고 했다. 축구계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초 U-23 대표팀 감독으로 낙점하고 연락을 취한 후보자가 고사를 했고, 해당 감독직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던 신태용 감독이 A대표팀을 맡게 되며 적임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번 U-23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하계올림픽까지 장기간 팀을 이끌도록 긴 계약 기간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런 점에서 유력 후보자가 사라진 가운데 급하게 선임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기술위원회의 판단이다. 실제로 협회 관계자는 “중국에서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 본선이 내년 1월에 열린다. 올 연 말이 되면 K리그에서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들까지 U-23 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들 수 있다”고 했다.

기술위원회는 시간을 두고 더 다양한 후보군을 놓고 U-23 대표팀 감독을 찾는 게 합리적이라고 봤다. 문제는 당장 치러야 하는 예선이다. 협회는 꾸준히 육성한 전임지도자에게 연령병 대표 감독을 맡겨 왔다. 하지만 전임 지도자 중에도 국제 대회 감독직을 맡길 수 있는 역량의 지도자는 많지 않다.

최근 협회가 진행한 유소년 세미나는 전임 지도자 중에서도 능력을 인정 받은 이들이 강사로 나섰다. 서효원 감독은 최근 U-17 대표팀을 맡았다가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했다. 기술위원이기도 한 최영준 감독도 부산아이파크 감독직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본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외 인물은 국제대회 감독으로 참가해본 경험이 없다. 결국 답은 정정용 감독이었다. 

정 감독은 2008년부터 각 연령별 대표팀의 코치와 감독을 두루 경험했다. U-14 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이광종 감독을 보좌하며 U-17 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코치직도 수행했다. 2014년에 대구FC 수석코치로 성인 축구도 경험했다. 전임 지도자 중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이라는 점에서 짧은 기간 결과를 내야하는 U-23 대표팀 임시 감독직에 유일한 적임자였다.

새 대표팀 감독과 U-23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한국 축구는 다시금 지도자 풀 확대에 대한 갈증을 확인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좋은 지도자를 키우고, 기회를 주는 일에 인색했던 지난 한국축구의 행보가 반영되어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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