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공격수를 두 명 쓰면 코치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난리를 치는데 어쩌겠어.”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매 경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숙적 FC서울과 가진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배했지만 여전히 순위표에서는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김보경(가시와레이솔)이 이적한 대신 로페즈가 오랜 부상에서 복귀했고, 병역 의무를 수행 중인 한교원도 약 한달 뒤 소집해제돼 돌아온다.

전북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다. 전북은 K리그 정상급 원톱 자원 이동국, 에두, 김신욱을 보유하고 있다. 김신욱이 7골, 에두가 6골을 터뜨리며 뛰어난 득점 감각을 함께 유지하는 중이다. 시즌 초 부상과 주전 경쟁으로 주로 벤치에 앉았던 이동국까지 18라운드에서 2골을 터뜨리며 본격적인 주전 경쟁에 합류했다.

최 감독은 주전급 선수가 경기에 나가지 못했을 때 사기가 저하되는 현상을 극도로 꺼린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투톱보다 원톱을 고수하고 있다. 시즌 초 3-5-2 등 투톱 위주 전술을 썼으나, 9라운드 홈 경기에서 제주유나이티드에 0-4로 대패한 경기를 기점으로 4-1-4-1 포메이션이 정착됐다.

전북이 정상급 공격수 두 명을 벤치에 앉혀두면서까지 원톱을 유지하는 뚝심은 최 감독이 아니라 코치들에게서 나온다. 최 감독은 “코치들은 거품을 물고 공격수 두 명 쓰면 난리를 친다. 코치들은 지금처럼 나가는 걸 절대적으로 주장한다. 이렇게 안 하면 밸런스가 안 맞고 미들 싸움이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도 코치들의 말이 맞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전 선발 라인업을 정할 때도 경기 당일까지 최 감독과 박충균 코치가 격론을 벌였다. 박 코치는 원톱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조언했다. 최 감독은 평소 잘 쓰는 “드런 놈들”이라는 농담과 함께 코치들에게 라인업을 결정하라고 일임했다. 잠시 후 코치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4-1-4-1 포메이션이 결정됐다.

최 감독은 “난 4-4-2 하고 싶다. 그렇게 하자고 하면 또 코치들이 거품을 문다. 막내 코치(김상식)가 언제까지 선수들 배려만 할 거냐고 묻더라. 코치들이 젊으니까 나보다 냉정하게 승부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벤치에 앉아야 하는 스타들의 사기가 신경 쓰인다. “진짜 머리 아파졌다. 동국이도 희생해 주다가 뜬금없이 선발로 나와서 활약을 해 줬다. 내게 시비를 거는 거지. 말이 아니라 플레이로. 그런데 동국이도 훈련 때 계속 좋았다. 에두는 찾아와서 ‘억만금을 줘도 내년에 은퇴할 거니까 제발 경기에 내보내달라’고 말한다. 주중 경기 좀 있었으면 좋겠다.”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고 미팅을 할 때도 자꾸 공격수들이 신경쓰인다. “미팅 하면 선수들 얼굴을 못 쳐다본다. 몇 경기 전에 신욱이가 선발로 못 나갔는데, 워낙 크니까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잖아. 그래서 천장만 봤다. 미팅도 제대로 못했다.”

원래 전술적 완성도를 희생하더라도 선수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는 것이 최 감독의 지도 방식이다. 이 신조가 생기는데 영향을 미친 건 2001년 스페인 현지에서 본 데포르티보라코루냐의 내분이었다. 당시 데포르티보는 스타 공격수 로이 마카이, 디에고 트리스탄, 왈테르 판디아니, 여기에 산전수전 겪은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수 투루 플로레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4-2-3-1 포메이션만 고집하는 하비에르 이루레타 감독은 후보 공격수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고, 결국 내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소동을 겪은 뒤 플로레스가 팀을 떠났다. “팀 분위기”를 가장 중시하는 최 감독으로선 절대 감수할 수 없는 말썽이다.

로페즈와 한교원이 정상 컨디션으로 복귀하면 전북의 측면 공격이 더 강해지고, 4-4-2를 쓰더라도 미드필드에서 상대를 공략할 저력이 생긴다. 그러나 현재로선 4-1-4-1을 고수하는 것이 전북의 결론이다. 최 감독은 가급적 교체 카드를 다 써서 공격수들을 투입하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