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신태용 감독은 6일 성인 대표팀 감독 부임회견에서 “해외파라서 무조건 뽑힌다. 그런 것은 절대 없다”는 말로 대표 선수 구성의 대대적 쇄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에 못 뛰더라도 신태용 축구에 맞으면 뽑을 것”이라며 원칙도 세우지 않겠다고 했다. “K리그의 수준이 절대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 K리그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란-우즈베키스탄과 치를 ‘FIFA 월드컵 러시아 2018’ 아시아 3차 예선 A조 마지막 두 경기를 앞둔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생각이다. 공격적인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철학으로 삼는 신 감독은 “무실점하고 한 골 만 넣고 이기더라도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며 이 경기는 무조건 결과가 우선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프로 감독 출신이기도 한 신 감독이 이 기자회견에서 한 가지 깨지 못한 생각이 있다. 소속팀과 협의가 필요한 ‘조기 소집’이다. 신 감독은 8월 31일 이란전을 앞두고 불과 3일 밖에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선수 소집은 내 임의나 협회에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K리그 일정 존중, 대표팀 훈련 정말 3일이면 충분할까?

신 감독은 더불어 짧은 시간이지만 적절한 전술 전략으로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팀에 “전술 부재”가 문제였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준비 일정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2014년 9월에 감독 대행으로 우리 선수들을 두 경기 직접 지도해보고 느낀 점은, 좋은 컨디션을 갖고 있는 선수들,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짧은 시간이라도 좋은 전술 전략을 주입하면 스폰지 같이 잘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허락하지 않은 시간을 강제로 뺄 수 없다. 짧은 시간에 강하게 주입해서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신 감독의 말은 원칙상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3일 만에 이란을 꺾을 수 있는 새로운 팀, 새로운 전략을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란은 이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해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한국이 홈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한국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있다. 일반론적 예상이다. 현실은 그와 다를 수 있다. 신 감독에겐 또다른 원칙 고수가 독이 될 수 있다. 3일 만에 지난 1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과신이다. 

이란은 한국 원정을 전후로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담금질을 계획 중이다. 10월에 개최국 러시아와 원정 친선전도 잡혔다. 일찌감치 러시아월드컵 본선 대비 체제에 돌입한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대표팀 선발 후보군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한국전 준비 과정부터, 한국전까지 주전 경쟁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선수들을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전을 허투루 임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심리적인 측면에서 부담감이 덜해 더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이란에 패하면 지옥문이 열린다

한국은 결국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맞대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란과 홈경기가 더 절박하다. 이란을 잡고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에 질 경우 최종전 이전에 본선행이 확정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란에 패한 채로 우즈베키스탄 원정에 나설 경우 선수단이 받게 될 심리적 압박감은 더 커진다.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전에서 승점을 얻을 경우 열세의 상황에 최종전을 치러야 할 수 있다. 이란전을 우즈베키스탄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삼기보다, 이란전에 올인을 해야 한다. 

신 감독은 ‘2016 리우올림픽’과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을 통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검증했다. 자신감은 그의 최고 무기이기도 하지만, 과신을 통한 공격적 경기 운영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대표팀의 훈련 분위기는 언제나 좋았다. 중국 원정에서 지고, 카타르 원정에서 질 때도 훈련장에서 대표 선수들은 좋은 슈팅 감각을 보이며 자신감이 높았다. 그 자신감은 한국을 철저히 분석하고 통제하 상대 역습 전술에 가로 막혀 무위로 끝났다.

어린 나이 선수를 지휘하던 신 감독도 파주NFC에서 대표 선수들과 훈련해보면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더 오래 준비하고 한국에 올 이란을 상대하기에, 3일의 준비 기간은 충분할 수 없다. 

#손흥민 없고 기성용도 없다...K리거 중심 운영 당위성

유럽파 선수들 중에서도 대표팀 전력의 핵심인 공격수 손흥민과 미드필더 기성용이 부상 중이다. 둘의 회복세를 지켜보는 상황이지만 2017/2018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개막 일정 및 소속팀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상의 감각과 컨디션을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결국 두 선수를 이란전의 중심으로 삼는 것은 위험요소가 크다. 이 점은 신 감독도 인지하고 있다. “K리거로만 다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이명주(FC서울), 한국영(강원FC) 등 지난 대표 소집을 함께 했던 중동파 선수들도 K리그로 돌아왔고, 김민우(수원삼성), 윤빛가람(제주유나이티드)도 K리그 유턴파다. K리거로만 구성해도 가용 자원의 폭이 이전보다 넓어졌다. K리거 중용은 선수들의 기량 문제를 떠나 실상 협조가 어려운 유럽 및 기타아시아 지역 활동 선수를 제외하고 조기 소집을 통해 새로운 전술을 주입하고,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번 두 경기를 위해 K리거 중심의 팀을 운영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FIFA 월드컵 브라질 2014’ 예선전 준비 과정에 긴급 소방수로 부임한 최강희 감독 2012년 쿠웨이트와 중대일전에 이동국, 김상식, 조성환, 박원재 등 전북현대 선수들을 소집하며 자신의 지도 스타일을 잘 아는 선수들을 소집했던 바 있다. 

#K리그도 위기론 공감, 추진한다면 최대한 빠른 협의필요 

연맹 고위관계자는 공식 요청이 오지 않았지만 대표팀의 조기 소집 요청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6월 카타르전의 경우 이미 시즌 일정 계획을 짜던 때 조기 소집 요청이 왔기에 아예 반영을 해뒀다. 지금은 직전 한 라운드를 통째로 옮기려면 홈경기 개최팀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표팀이 정말 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할 위기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정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몇몇 구단 관계자들 역시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행 여부가 한국 축구 전체의 관심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팀의 요청이 올 경우 협의가 가능한 부분이라는 반응이다. 지금 대표팀이 처한 상황이 일상적으로 나올 수 있는 정도의 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K리그 자체도 지금 침체된 분위기다. AFC챔피언스리그 참가팀도 모두 조기탈락했다. 대표팀마저 무너지면 한국축구에 기나긴 암흑기가 올 수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기술위원회에 황선홍, 서정원, 박경훈 등 현직 K리그 감독이 포함된 점도 조기소집 협의과정에 이점이다.

일부 소집 선수 문제로 모든 경기의 일정을 바꿀 필요는 없다. 대표팀에 선발할 선수군이 조기에 추려지면 소집대상에 든 선수가 있는 팀만 협의해 일부 조기 소집하는 방안도 있다. 대표팀 소집 직전인 8월 27일에는 대표팀 선발 가능성이 높은 제주유나이티드와 전북현대가 맞대결을 펼친다. 제주에서 열리는 경기다. 조기소집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소집 선수들의 이동과 회복 등 일정을 위해 경기일정 변경 협의가 예상된다. 이날 포항스틸러스와 수원삼성도 포항에서 경기한다. 

연맹 고위 관계자는 “만약 조기 소집에 대한 요청 계획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전해줘야 한다. 프로팀에게 경기 일정표는 팬들과의 약속이다. 홈팀은 정해진 경기 일정에 따라 마케팅을 해야 한다. 지금이 한국축구의 위기라는 예외적 상황에 대해 공감하더라도 미리 협의를 해야 대비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오는 주말 전북현대와 울산현대(8일), 수원삼성과 제주유나이티드(9일) 경기 관전으로 업무 수행을 시작한다. 이란전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K리그가 대표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명제가 희미해진 시대지만, 이란전 패배는 한국 축구 전체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부인할 수 있다. 누가 자초한 위기인지의 책임소재를 떠나 지금은 특수상황이다.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