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임창우는 중동에서 헤딩 골로 인정받고 있다. 별명은 ‘머리 큰 놈’이 됐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와흐다에서 일년 반 동안 뛴 임창우는 2016/2017시즌이 끝난 뒤 국내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프리 시즌 훈련 합류를 하루 앞둔 7일, ‘풋볼리스트’와 인터뷰를 가진 임창우는 중동에서 성장한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새로운 능력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새 별명도 생겼다.

 

#세트피스 득점의 맛을 알아가는 임창우

임창우는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통틀어 4골 1도움을 올렸다. K리그 울산현대, 대전시티즌을 거치며 시즌 2골이 최다골이었던 임창우는 골 넣는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트피스 득점이 많은 건 알와흐다의 특징이다. 왼발 전담 키커를 맡은 헝가리 대표 발데스 주자크가 도움 12개로 도움왕을 차지했고, 오른발 전담키커 이스마일 마타르도 5도움을 기록했다. 칠레 대표 출신 미드필더 호르헤 발디비아 역시 5도움을 기록하는 등 킥이 좋은 팀이다. 좋은 킥을 가장 잘 받아넣은 선수가 임창우였다. 임창우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은 수비수가 2골을 기록했다. 코너킥 전술에서 공이 향하는 방향으로 임창우가 선다.

동료들도 임창우를 찾는다. “한 번 경고 누적으로 제가 빠졌고, 팀이 승리를 놓쳤어요. 경기가 끝난 뒤 마타르가 절 보고 ‘코너킥하면 너만 보고 차는데 네가 없어서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중동 동료들은 임창우를 ‘빅 헤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외모만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멀리서도 너를 보고 킥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에 싫지 않다. “머리가 커서 헤딩을 잘 하는 거라고 하던데요. 한국에 있을 때도 듣던 말인데 외국에서, 제가 그런 별명 있다고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먼저 그렇게 부를 줄이야.”

임창우의 생일 때 동료들이 깜짝 이벤트를 해 줬다. “그 친구들이 케이크를 줬는데, 한글로 ‘머리 큰 놈’이라고 써서 줬더라고요. 처음엔 이게 뭔가, 그림인가 했는데 잘 보니 글씨였어요. 사람들이 중동 사람 묵묵 과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장난기가 진짜 많고 잘 어울려 놀아요.”

임창우는 세트 피스 득점에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 “헤딩은 어릴 때부터 제 장점이었어요. 프로 와서 저(184cm)보다 키 큰 선배들이 많아서 조금 밀렸지만, 위치선정과 낙하지점 예측은 남보다 잘 한다고 생각해요. 마크가 강하지 않은 중동에서 골 넣는 감각을 많이 키워두고 싶어요.”

#UAE 후배와 롯데월드 가기 도전

임창우는 여름 휴가 동안 유쾌한 경험을 했다. 23세 어린 동료 압둘라힘 압둘라흐만이 임창우를 보겠다고 한국까지 놀러 왔다.

출장 기회가 부족한 압둘라힘을 보며 임창우는 울산 후보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임창우가 훈련장 안팎에서 챙겨주기 시작하며 두 선수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알와흐다의 연고지인 아부다비, 압둘라힘의 집이 있는 두바이 양쪽에서 임창우는 좋은 가이드가 생겼다. UAE의 맛집 투어를 압둘라힘이 안내해 줬다. 임창우로선 자주 전화를 걸어오는 압둘라힘이 고마웠다. 임창우는 주전으로서 후보 선수를 챙겨주고, 압둘라힘은 현지인으로서 외국인 선수를 챙겨주는 관계였다.

임창우가 한국 휴가를 떠날 때 “놀러가겠다”고 말한 압둘라힘은 정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임창우만 믿고 온 2박 3일 일정이었다. 막상 데려갈 곳이 없어진 임창우는 다른 일행까지 남자 셋이 롯데월드에 가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압둘라힘은 재미있어 했지만, 임창우는 놀이기구 한 개를 타고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느낌에 빠져나갔다.

압둘라힘은 롯데월드에서 캐리커쳐도 그렸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다니는 곳에서 제가 왜 걔를 30분이나 기다렸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다 그린 다음엔 못 생기게 그렸다고 되게 싫어하더라고요. 액자를 저희 집에 놓고 갔어요. 아주 웃기는 친구예요.”

임창우는 압둘라힘에게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새로운 메뉴들을 소개해 줬다. 압둘라힘은 중동에서 주로 먹던 스테이크보다 한국에서 불판에 구워 먹는 등심이 맛있다는 평을 남긴 뒤 UAE로 돌아갔다.

#대표팀, 언젠가 다시

제주도 출신인 임창우는 돼지고기와 생선회에 익숙했다. 둘 다 먹기 힘든 UAE에서, 특히 먼지 많은 날 훈련을 마치면 기름진 돼지고기 생각이 간절해졌다.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오겹살 구이, 돔베고기, 제주식 머릿고기, 양념갈비 등 온갖 돼지 요리와 물회 등 해산물 요리로 마음을 보양했다. 하루에 집밥 한끼, 맛집 한끼 패턴을 지켰다.

임창우는 본인 활약을 대표팀 코칭 스태프와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없어 아쉽지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 장차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임창우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동아시안컵 등에 선발돼 A매치 5경기를 소화했다. “신태용 감독님이 팀을 맡으셨으니 분위기가 바뀔 걸로 기대합니다. 선수들 실력이 떨어져서 고전한 게 아니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압박감을 받은 것 같아요. 신 감독님은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분이시니까 분위기를 많이 바꿔주실 것 같아요.”

사진= 풋볼리스트, 임창우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