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아산] 한준 기자= 지난 2일 충남 아산의 이순신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아산무궁화 U-18팀 선발을 위한 첫 번째 공개 테스트가 열렸다. 전국에서 70여명의 선수들이 모여 4시간 가량 구슬땀을 흘리며 겨뤘다. 아산은 경찰축구단으로, U-18팀에서 성장해도 1군 팀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럼에도 프로 산하 유스팀이 갖는 메리트는 확실하다. 

프로 산하 유스팀의 경우 구단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전문적인 교육과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K리그 프로 산하 팀들이 출전하는 ‘K리그 주니어’리그 및 유소년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는 점에서 경쟁 무대의 수준이 높다. 

더불어 ‘공부하는 유소년’을 표방하는 아산무궁화 U-18팀은 학생들의 학업 및 학사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유소년 선수들의 축구실력뿐만 아니라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의 성장을 추구한다. 박성관 아산 대표이사는 “아산을 대표하는 유소년 팀으로서, 연령별 대표, 나아가 아산 출신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최고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아산은 왜 축구팀을 만들고 싶어했나

박 대표이사는 아산 축구의 산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부터 아산축구협회장으로 일했다. 아산 최초의 엘리트 축구팀인 스마트아산FC(U-12, U-15) 창단을 이끈 것이 박 대표다. 박 대표가 협회장이 되면서 ‘축구의 불모지’로 여겨진 아산에 엘리트 축구팀이 생겼고, 급기야 경찰축구단 유치로 K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스마트아산FC가 아산무궁화 산하로 합류한 가운데 U-18팀까지 생기면 아산 축구는 공백을 메우게 된다. 그전까지 스마트아산FC가 키운 유망주들은 우수 고교 팀으로 이적했다. 지난해 12명의 졸업생 중 10명이 명문팀에 입성했다. 2명은 프로 산하 팀 입단에 성공했고, 금오고, 현대고, 수원공고, 부평고, 안양공고 등 축구명문고로 스카우트됐다. 

박 대표는 “우리 아들도 축구를 하는데, 아들 경기보다 이 선수들 경기를 더 많이 보러갔었다”며 웃었다. 스마트아산FC는 그만큼 박 대표가 공을 들인 작업이다. 박 대표는 “충남에서는 제일 축구를 잘 하는 아이들”이라며 자랑했다. “춘계나 추계등 전국 대회 나가면 16강 안에는 들 정도예요. 초등학생들은 올해 MBC배에서 우승을 했고, 중학교도 작년에 준우승, 올해는 16강에 들었죠.”

아산은 최근 충남에서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도시다. 2007년부터 지역내총생산액수 충남 지역 1위를 고수해왔다.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고, KTX역도 건립되면서 인구수가 늘었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아산에 유입된 젊은 인구가 즐길 수 있는 체육 시설을 확충하고자 스포츠에 투자했다. 지난해 전국체전을 유치하며 인프라도 확충했다. 

스포츠에 대한 아산의 관심은 꾸준했다. 하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이목을 끌기에 부족했다. 남자배구(2013~2015년)와 여자농구(2016년~현재)도 유치했다. 초기에는 관심이 뜨거웠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여자농구리그를 휩쓸고 있는 아산우리은행위비 농구단은 너무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디.

아산이 다음 목표로 삼은 것은 축구단이었다. 아산 지역은 본래 축구가 인기있는 도시였다. 아산은 엘리트 축구가 없음에도 도민체전에서 꾸준히 충남 지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던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충남도민체전하면 근 10년간 4위 안에 못 든 적이 없어요. 제가 회장으로 재직할 때는 우승 두 번, 준우승 두 번했죠. 논산, 천안, 당진, 서산도 다 엘리트 축구가 있는데, 그 지역을 제치고 우승, 준우승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축구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이죠. 물론, 기술은 부족하지만 엄청 뛰는 거에요. 열심히 하고, 똘똘 뭉치고. 시에서 축구에 내려오는 예산을 엉뚱한데 쓰지 않고 모두 축구에 썼습니다. 부임하면서 운동장도 늘리고 축구 인프라에 투자했어요.” 

박 대표는 아산 축구인들의 열정을 프로 축구단 창설로 연결해 확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이 점은 축구가 갖는 사회적 효과를 잘 알고 있는 복 시장도 공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그 점에 착안해 선거 당시 충남프로축구단 창단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재정 문제로 끝내 무산됐지만 도민 전체의 열망은 확인했다.

아산은 청춘FC와 연결되기도 했다. “충남도 사무처장이 의지를 물어와서 좋다고 했죠, 시장님도 뜻이 있고, 움직였는데 예산을 너무 많이 요구했어요. 당시 얘기된 것이 50억 정도? 운영비가 그 정도 들어가지만 청춘FC 선수들이 솔직히 잘하던 선수들은 아니니까.” 

#조기축구 활황, 아산 축구의 가능성

청춘FC를 아산의 프로축구단으로 유치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이후 경찰대 캠퍼스 이전에 맞춰 경찰축구단을 유치하는 전화위보기 찾아왔다. 재정 부담 없이 프로축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선수 연봉에 들어갈 예산이 없다보니 효율적으로 구단을 운영하면서 아산 지역에 프로축구단에 대한 열망을 검증하고, 확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아산축구협회에 순수 가입된 조기회 팀이 30개 정도입니다. 직장인 팀도 따로 있는 데 거기도 100개팀 가량이 돼요. 한 팀당 7~80명씩 있다고 보면 2,000여명이죠. 아산 지역 생활축구대회를 열면 열기가 아주 높습니다. 무궁화 축구단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큰 힘이 되어줬죠. 골수 축구팬이 많습니다. 50대, 60대인 분들도 매주 공차고. 열정이 있어요.”

복 시장 역시 축구를 사랑하는 조기회에게 아산 축구 부흥을 위해 힘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제가 축구하는 분들에게 그랬어요. 전국에 이런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아산시축구협회장을 구단 대표로 임명했다. 이 팀을 당신들 것으로 만들어달라는 강한 메시지거든요. 당신들이 조기축구만 하지 말고 여기 와서 같이 응원하고 하지 않으면 축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에요. 그에 대해 관계자들이 잘 인지하고 있는 것 같고, 이 팀이 그냥 자기 선수들 개인 관리만 하는게 아니고 우리 시민들과 흡수되서 같이 하는 팀, 그렇게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아산이 축구로 꾸는 꿈은, 단지 타지에서 온 실력 있는 선수가 용병처럼 승리르는 결과를 안기는 것이 아니다. 아산의 자랑이 되고, 장차 아산이 키운 선수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산 U-18팀의 출범으로 연령별 축구팀 체계가 구축된 것은 중요하다. 이 선수들이 아산무궁화 선수가 될 수는 없지만, 프로 무대로 진출하고, 국가대표로 성장해 아산 축구를 알릴 수 있다. 그 힘이 바탕이 되어 충남프로축구단이나, 아산의 자체 시민구단이 창단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아산시가 축구로 꾸는 꿈

박선재 아산 사무국장은 “아산에는 소도시 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한국 축구에 종사하는 분들이 소도시에선 프로축구가 안된다고 하는데, 이 정도 인구의 장점은 엘리트 의식을 갖고 참견하는 분들이 없고,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축구가 아산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말했다. 

“아산하면 온양온천만 있는데, 축구단이 될 수 있게, 무궁화가 언젠가 떠나더라도 아산축구가 나아갈 수 있게 해야죠. 초중고팀이 모두 생겼으니 K3팀, 그리고 미래에는 자체 시민구단이 생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무궁화 축구단이 잘 되어야 합니다.”

복기왕 시장 역시 축구에 대한 투자의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고 아산무궁화를 유치했다. 

"아산에는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거리가 없어요.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게이트볼이나,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은 있는데 나머지 분야는 사실 방치하다시피 되어있었죠. 우리 아산시는 30대 인구, 30세부터 39세까지 인구가 굉장히 많거든요. 젊은 도시인데 운영하는 분들이 어르신들이라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즐길 거리를 챙기지 못했어요. 젊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 즐기고 함께할 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굉장히 좋은 수단이 운동이라는 생각했습니다.

우리 도시의 미래 방향은, 체육을 그저 낭비성 혹은 시혜성 사업이 아니라 보건정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건정책 중 가장 값싼 정책이 체육정책이고, 여러 복지 사업 중 즐길 수 있는 게 체육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아산하면 체육과 일상이 어우러진 도시, 체육 그 자체가 젊음이고 건강이고 진취고. 이런 것을 상징합니다. 지금 현재 무역 수출 1위, 무역수지 흑자 1위, 우리 아산이 몇 년째 계속 기록하고 있는데, 그런 이미지를 계속 가져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복기왕 아산시장)

아산무궁화 사무국은 아산시에서 지원하고 운영한다. 하지만 지역내 기업의 후원을 통해 컨소시엄 형태로 재정능력을 높여, 자생력을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길을 모색 중이다. 복 시장은 “사실상 지역의 공동사업”이라고 했다. “지역 업체에서 시민들에게 기업이 알려지는 기대를 갖고 홍보비를 내는 것이죠. 같이 즐기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기업 홍보 측면에서 효과를 내고, 지속적으로 매년 할 수 있도록 잘 모셔야죠.”

아산 축구는 이제 씨를 뿌리는 단계다. U-18팀이 창단되면 중요한 퍼즐조각 하나가 채워지는 셈이다. 아산이 낳은 선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육성 구조를 갖췄다. 다음 목표는 아산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K리그클래식 무대로 승격하는 것이다. FC안양과 개막전에 7,933명의 관중이 입장했고, 부천FC, 부산아이파크, 수원FC 등과 경기에도 2,000명 이상의 관중이 모였다. 

클래식 입성은 더 큰 관심, 더 꾸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9라운드 현재 아산은 한 경기를 덜 치른 채 승점 30점으로 3위다.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권 순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8시즌에는 이명주, 윤빛가람, 한국영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아산이 상주상무와 경쟁에서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클래식 승격이 필요하다. 아산시가 축구로 꾸는 꿈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힘차게 걸어나가기 위해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사진=풋볼리스트, 아산무궁화축구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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