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전방에 무게를 두려던 제주유나이티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후반전을 위해 체력을 아낀 수원삼성은 제주의 풀백 뒷공간을 공략하며 승점 3점을 챙겼다. 9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은 제주와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19라운드 경기에서 두 달여 만에 홈경기 승리를 거뒀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실리적으로, 조성환 제주 감독은 도전적으로 나섰다. 서 감독은 경기 전부터 습하고 더운 날씨라는 변수를 통제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습도가 높고 후텁지근한 날씨다. 근래 다른 팀 경기를 봐도 70분 정도 되면 루즈해지고 벌어진다. 7, 8월 경기에는 그게 변수다.” 이날 결승골을 넣은 김민우는 “전반전에는 볼 소유를 많이하며 체력을 안배했다”고 했다.

#작동하지 않은 제주의 전방압박

전반전에 득점과 근접한 공격 장면은 윤빛가람의 스루패스가 빛난 제주에서 나왔으나 전체적으로 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 흐름을 주도한 팀은 수원이었다. 제주의 전방 압박이 부실해 수원이 배후 지역부터 쉽게 공을 쥐고 올라올 수 있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감독의 불찰이지만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전방 압박이 잘 안됐다”고 했다.

“승점 3점이 필요하다. 좀 더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 라인을 더 높였다. 윤빛가람을 미드필드 치중하기 보다 전방에서 공격적으로 요구했는데 그게 처음부터 원활하게 안 됐다. 전체적으로 다른 선수들 경기력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제주는 장신 공격수 멘디를 원톱으로 두고 발빠른 황일수와 안현범을 좌우로 넓게 배치했다. 윤빛가람이 전진하고 그 뒤에서 권순형이 배급자, 이찬동이 수비 저지선 역할을 하는 구조였다. 이 전형이 살아나기 위해선 전방 압박으로 경기 무게 중심으로 수원 진영으로 끌고 가야 했다. 그래야 풀백 정운과 배재우까지 전진해 패스 코스를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다.

제주는 멘디를 향한 롱패스가 이어지지 않아 수원 스리백을 압박하지 못했고, 전방 압박의 그물도 허술해 높은 지역에서 수원의 공을 빼앗지 못했다. 수원은 김종우가 중앙 지역에서 쉽게 공을 쥐고 패스를 뿌렸다. 이찬동은 김종우를 압박하기에 먼 위치에 있었고, 윤빛가람과 권순형은 중앙 지역에서 수비 영향력이 적었다.

#제주의 풀백을 물러나게 한 수원의 투톱

김종우의 패스 줄기는 공격적인 좌우 풀백 정운의 뒷 공간으로 향했다. 염기훈과 조나탄 투톱은 그동안 염기훈이 포스트 플레이 치중하는 와중에 무력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날은 두 선수 모두 센터백과 풀백 사이 공간으로 움직여 풀백이 뒤처지게 했다. 처진 스트라이커 산토스가 중앙 지역을 점유하며 이찬동의 도선을 무력화해 커버 플레이의 밀도를 떨어트렸다.

제주의 포백이 뒷걸음을 치면서 수원이 제주를 가둬놓고 경기하는 형국이 됐다. 조성환 감독도 “전방압박이 안되면서 라인을 내리고 역습으로 임기응변을 했다”고 했다. 수비 지역에 숫자를 많이 두면서 위험한 슈팅을 내주지 못했으나 경기가 전체적으로 루즈했다. 조 삼독은 “(역습 공격에) 세밀함이 부족했다”고 했다.

서 감독은 전반전의 공격력이 미진했던 것은 후반전을 위해서였다고 했다. “전반전에 김민우 선수같은 경우 많이 나가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후반전에 그쪽에서 상대를 계속 칠 수 있었던 것은 맥락이 숨어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비가 쏟아진 점이 제주 수비 집중력을 흔들기도 했지만, 김민우가 좌측면 돌파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면서 제주 문전이 여러 번 위기에 노출됐다.

후반 시작 4분 만에 조나탄이 이창근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고, 후반 6분에는 염기훈이 보낸 스루 패스를 조나탄이 우측면으로 빠지며 이어 받아 크로스 패스로 연결했다. 문전에서 김종우가 좋은 기회를 맞았으나 마무리 슈팅으로 매듭짓지 못했다. 제주는 후반 초반 기세에서 밀리자 후반 9분 이은범, 후반 20분 진성욱을 투입해 공격 라인에 변화를 줬다. 수원 역시 유주안과 이종성을 투입해 측면 배후를 공략하는 전략을 더 강화했다.

“유주안 선수는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가는 움직임이 날카롭기 때문에, 그걸 요구했다. 활발하게 볼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둘어가다 보니까 상대 포백 조직이 허물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서정원 감독)

#매튜의 패스, 김민우의 마무리, 스리백의 성공

계속 제주의 측면을 두드리던 수원이 결국 골을 넣었다. 전반 30분 매튜의 스루 패스에 이은 유주안의 침투, 김민우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 패스가 문전 혼전을 야기했으나 고승범이 빈 골문에 시도한 슈팅이 허공으로 솟아다. 전반 31분 다시 매튜가 연결한 스루 패스를 김민우가 받아 좌측면을 돌파했다. 각도가 부족해지만 직접 슈팅을 시도했고 골문과 이창근 골키퍼 사이를 날카롭게 찌르며 골이 됐다.

수원 공격은 왼쪽 센터백 매튜의 전진으로 패스 코스가 다양했고, 매튜의 패스의 질도 좋았으며, 김민우의 솔로 플레이까지 탁월하게 이어져 결실을 맺었다. 서 감독은 매튜의 공격 가담과 김민우의 도전적 플레이가 훈련을 통해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스리백을 쓰면서 중요한 부분은 공격적으로 갈 때 김민우 선수와 고승범 선수 같은 측면 선수들이 활발하게 살아줘야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다. 또, 빌드업 과정에 매튜 선수나  구자룡선수가 얼마만큼 원활하게 볼을 잘 공격 쪽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 부분들이 일주일 간 연습을 통해서 많이 좋아졌고, 골로 연결되는 과정이었다.”

수원은 스리백으로 나섰으나 측면과 중앙 지역에서 충분히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 제주는 공격라인과 수비라인 사이가 벌어지면서 가진 자원을 유기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경기 막판에는 제주가 동점골을 넣기 위한 적극적인 전진을 보였으나 수원 수비 집중력이 더 높았다. 김민우는 “우리가 후반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으나 다시 한번 집중하자, 여기서 덜어지면 안된다, 한 벌 더 뛰자고 얘기했다”며 강한 팀 정신으로 버텼다고 했다.

1-0 승리였지만 후반전에 수원은 2~3골 정도 더 넣을 기회가 있었다. 후반 추가 시간 마지막에 조나탄이 이창근과 일대일 기회를 아쉽게 놓치기도 했다. 조 감독도 “우리가 1실점만 한 것은 이창근 선수의 선방 덕분”이러고 했다. 오랜만에 홈에서 승리한 서 감독은 “많은 찬스가 있었는데 터지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잘했다”고 안방 승리를 즐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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