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강원FC는 투자가 성적과 비례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19라운드 경기로 반환점을 돈 현재 승점 32점으로 2위. 선두 전북현대를 승점 6점 차로 뒤쫓고 있다. 목표인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는 물론, 승격 직후 우승이라는 K리그 전대미문의 역사라 이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피어 오르고 있다. 

강원은 스타군단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상주상무와 경기에서 강원의 첫 무실점 승리를 견인한 과정에는 뼛속부터 강원맨인 수비수 김오규(28)의 활약이 있었다. 강릉중학교와 강릉농공고, 관동대를 거쳐 2011년 K리그 드래프트 1순위로 강원에 입단한 김오규는 2012시즌부터 주전 수비수로 센터백과 풀백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강원이 K리그챌린지로 내려간 2014시즌에는 팀의 주장을 맡기도 했다. 2015시즌 군 문제로 상주상무로 임대된 김오규는 2017시즌 개막 후 돌아와 19라운드까지 15경기에 출전했다. 승격 공신과 영입 선수 사이에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김오규는 지난 9일 상주와 경기에서 2-0 승리에 쐐기를 박는 왼발 발리슛을 꽂아 넣었고, 시즌 첫 무실점 경기를 치르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재미있게 축구를 해도 되나 싶다”는 김오규에게 달라진 강원의 속 이야기를 물었다. 

#데뷔 후 최다골, 올시즌 첫 무실점, ‘언성히어로’ 김오규

-프로 데뷔하고 넣은 가장 멋진 골 아닌가?
나도 사실 많이 놀랐다. 매번 골을 넣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골이 나와서, 아직까지는 얼떨떨하다. 

-올시즌 벌써 두 골인데,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하는 훈련을 더 하고 있나?
아무래도 (팀에) 워낙 득점력 좋은 선수 많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 시선이 많이 쏠려서 저한테 의도치 않은 기회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세트피스에서 내가 올라가면 주로 하는 역할이 상대의 시선 많이 끌어주고, 뒤쪽에 (이)근호 형이나 (강)지용이 등 우리 팀 선수들에게 골 넣어줄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어제는 어떻게 운이 좋았는지 네 앞에 떨어져서 그렇게 나왔다.

-공이 떨어졌을 때 넣을 수 있겠다는 감이 왔나? 
이걸 골로 연결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우리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던 상황이기 때문에 마무리하고 빨리 내려 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게 잘 얹혔다. (웃음)

-워낙 멋진 발리슛이었다. 축하를 많이 받았겠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은 축하한다고 말해주셨고, 형들은 마무리 능력을 배워야겠다고, 그런 말도 하시더라. 깜짝 놀랐다고. 수비수 맞냐. (웃음) 농담 삼아 얘기를 했는데, 그게 다 축하한다는 의미 같다.

-득점도 좋았지만, 수비수 입장에선 올 시즌 첫 무실점 경기의 의미도 컸을 것 같다.
내 입장에선 무실점 경기가 훨씬 더 의미가 있고 기쁘다. 사실 첫 골을 넣었을 때도 얘기했는데, 감독님한테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무실점 경기를 너무 늦게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경기 끝나고 우리끼리 얘기한 것도 드디어 무실점 경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계속 실점했던 과정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골을 먹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였던 거 같다. 아무래도 우리가 득점력이 좋아서 매 경기 득점은 했지만, 안주할 수는 없다. 자꾸 골을 먹다 보니까, 이번 경기도 또 골을 먹는 것 아닌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들끼리 (그런) 트라우마가 있었다. 이번 상무전을 준비하면서 다시 선수들끼리, 특히 수비수들끼리 초심을 찾았던 것 같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수비수 입장에선 좋게 생각했다. 

-최윤겸 감독이 무실점을 위해 강조한 것은?
감독님은 사실 우리가 부담을 느낄까봐 그런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안하신다. 선수들이 하는 대로 편하게 하라고 해주셨다. 선수들끼리 단합한 부분들이 상주와 경기에서 더 강하게 나왔다. 

#포백 라인으로 내려온 오범석, 중원 수비 강화한 한국영, 무실점 경기 비결

-상주전도 실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고비를 넘겼나?
평상시와 다르게 서로가 서로에게 콜 많이 했다. 특히 (오)범석이 형을 필두로 해서, 특히 저나 지용이에게 승용이 형도 정신차려라, 집중해라, 많이 깨워주셨다. 그런 부분에서 역할이 잘 됐다.

-오범석이 수비 라인으로 내려온 효과가 있었던 것인가?
(박)요한이가 있었을 때도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많은 도움을 줬다. 아무래도 경험적으로는 범석이 형이 많이 있다 보니까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좋다. 깨워주는 부분에서 리드를 잘 해줬다.

-미드필드에 한국영이 영입되어 가세했다.
진짜 많은 도움이 됐다. 사실 3주 정도 쉬고 왔다고 들었는데, 전반전도 그렇고, 쥐가 나서 나가기 전까지도 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국영이가 앞에서 많이 뛰어 주고 커트해주고 부딪혀 주니까, 한번 걸러서 수비하는 느낌. 수비로 내려오는 데미지가 약하게 내려와서 맞는다. 빌드업 때도 볼을 받아주니까 수비수들도 불안감이 해소됐다. 수비수들한테 많은 도움이 됐다.

-직전에 상주에서 뛰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는 심적으로 더 편한 것도 있었을 것 같다. 
편하다기보다는, 사실 이번에 출전한 선수들이 다 내 후임이었다. 아무래도 같이 생활하고 몸을 담았었기 때문에, 예측이 어느정도 가능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실력은 다들 뛰어나고, 개개인의 실력이 좋다. 편하다기 보다는 잘 알고 있던 게 도움이 됐다. 

-제대하고 돌아온 뒤 강원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낯설 것 같기도 하고, 기존 선수가 많이 없어서 서운할 것 같기도 하다. 반면에 좋은 선수가 많아서 축구 할 맛이 날 것 같기도 한데, 어떤 느낌인가?
사실 처음에는 나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다. 상주에 처음 입단했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물론 지금의 강원 선수들이 더 좋은 게 사실이지만, 상주에서도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 느낌은 비슷하다. 다만 한 경기 한 경기 지나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팀이 더 단단해지고, 끈적끈적해지는 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처음에 왔을 때는 낯선 게 사실이었다. (백)종환이 형 말고 아는 선수도 없고. 형들이 적응을 빨리할 수 있게 도와줬다. 강원FC라는 팀에서, 정말 이렇게 즐겁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요즘에는 축구를 하면서 재미를 많이 느낀다. 보람도 많다.

-어떤 점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인가?
사실 결과가 안 나오고 재미를 느낀다는 건 거짓말일 것이다. 최고참 승범이 형을 비롯해 형들 전체가, 선수들이 조금만 위축된 모습을 보이면 모여서 식사도 같이 하고, 커피도 마시고, 그런 분위기를 만든다. 우리 팀의 분위기가 이기든 지든 같은 분위기를 가져간다. 그런 점에서 좋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다. 거기에 결과까지 나오니까 재미있게 하고 있다.  

#재미있는 강원 생활, 베테랑 선수들이 보여준 진짜 힘

-강원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아 이 선수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끼는 순간 있었는지?
너무 많다. 사실 내가 군대에 가기 전에는 강원이 개인의 능력보다 하나의 팀으로서 가는 전술이었다. 지금 강원 선수들은 개인 능력으로 가도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이번에 대표팀에 갔다온 근호 형도 그렇고, 국영이도 그렇고. 킥력이라면 (황)진성이 형, (김)승용이 형. 정말 모든 선수들이 다 너무 좋은 능력과 기량을 갖고 있다. 훈련 때마다 놀라는 선수들이 많다. (문)창진이도 그렇고. 다들 개인 능력이 좋아서 한 선수를 뽑기 어렵다.  

-밖에서는 이근호 선수가 올시즌 K리그 최고라는 평가도 있다. 가까이서 보면 어떤 선수인가? 훈련장에서 직접 상대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일단은 워낙 많이 뛴다. 활동량이 많다. 사실 훈련 때는 같은 팀이니까 조금 맞춰서 해주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상대 수비수들한테 물어보면 워낙 많이 뛰어서 막기 힘들다고 한다. 일단 근호 형 같은 경우는 실력을 떠나서 멘탈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정말 좋은 선수라는 걸 많이 느낀다. 대화를 해보면 근호 형이 왜 잘되고 있고, 다시 대표팀에도 오를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제대하고 왔을 때 기존 수비수들이 있어서 주전 경쟁이 쉽지 않았을텐데?
사실 내가 제대하고 와서 바로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분명히 팀에 오면 경쟁하는게 마땅하다. 내가 경기에 나가면, 저 선수가 기존 선수고, 감독님을 알고 있어서 경기에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부단히 노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내가 경기를 뛰고 있지만 언제든 못 나갈 수 있다. 그런 것은 서로 얘기하지 않지만, 보이지 않게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경기에 못 나간 선수들은 응원을 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수비수들끼리 사이는 좋다. 식사도 같이 많이 하고, 얘기도 하고. 무실점 하자고 서로 얘기했다. 이번에도 (안)지호 형이 벤치에 있었는데, 형이 제일 먼저 와서 누구보다 기뻐하고 축하해줬다. 

-이번에 브라질 수비수 제르손이 가세했다.
이틀 정도 훈련을 해봤는데 피지컬이 정말 좋다. 브라질 출신이라서 그런지 수비수 치고 기술적인 능력도 있는 것 같다. 조금 공격적인 거 같고, 체력적인 부분에서 몸이 덜 올라와서 이번 경기는 출전 못한 것 같은데, 앞으로 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뿐 아니라 모든 수비수가 경쟁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팀에 도움이 될 선수라는 것이다. 

-성남전 FA컵 탈락과 전북전 대패라는 고비가 있었다. 그 이후 2위까지 치고 올라온 힘은 무엇이었나?
성남전 끝나고 사실 굉장히 분위기가 안 좋았다. 먼저 회식을 제안한 것이 범석이 형이었다. 전북전 대패하고서도 근호 형과 범석이 형이 회식을 제안했다. 항상 형들이 그렇게 먼저 자리를 만들어주고 다가와준다. 먼저 마음을 어루만져주니까 많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됐다. 우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준 형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팀에 대해 밖에서는 뭐 나이가 들었네, 노장이네, 그런 소리를 하지만, 우리 팀에서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다. 형들이 그런 경험과 역할을 충실히 해주니 우리가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버티고 올라갈 수 있었다. 형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나도 주장을 했을 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그런 역할을 형들이 해주니까 편했고, 해준만큼 나는 밑의 친구들을 잘 이끌어서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

#”전북은 꼭 이겨보고 싶다”

-이제 전북과 한 순위 차이다. 9월에 전북과 대결에서 이긴다면 우승까지도 기대할 수 있지 않나?
우승이라는 얘기는 섣부른 거 같다. 여러 선수들과 그 부분에 대한 얘기를 안해서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강원 복귀전 첫 경기가 전북전이었다. 그때 비겼고, 이번에 원정 가서 1-4로 대패했다. 수비수로서 전북전 끝나고 나 스스로에게 실망도 많이 했다. 전북은 정말 강팀이고, 대한민국 최고의 팀이라고 인정하는데, 너무 이겨보고 싶은 팀이다. 돌아오는 전북전은 정말 한번 이겨보고 싶다. 

-다음 일정은 전남과 인천을 상대한다. 이제는 순위표 아래에 있는 팀들이 더 많다. 
매번 경기 준비하면서 선수들끼리 항상 하는 소리는, 누구도 얕볼 팀이 없고, 그렇다고 누구도 겁먹을 팀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끼리 자신감을 갖고 뭉쳐서 한다면 어떤 팀도 두렵지 않다. 늘 하던대로 준비하고 있다.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어떤 팀과 해도 자신있게 경기해서 이길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은 생기고 있다. 

-강원은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센터백 포지션은한국 축구의 고민이다. 장차 대표팀에 대한 꿈도 있을 것 같은데?
나와는 너무 먼 얘기다. 생각은 안해봤다. 그에 대한 욕심도 없다. 난 사실 지금 팀에서의 목표와목적을 같이 해 나가기도 갈 길이 멀다. 사실 국가대표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긴 하는데, 국가대표라는 꿈은 마음속으로 간직하겠다. 아직은 팀에서 먼저 목표를 이뤄야 한다. 내가 많이 부족하다. 

-팀에서의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글쎄요. 인터뷰 마다 말하는데, 내가 공격수라면 몇 골을 넣겠다 포인트를 올리겠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난 수비수다. 수비수라는 역할 자체가 튀는 역할 보다는 뒤에서 궂은 일을 해주고, 성실하게 하는 역할이다. 나한테 언제까지 출전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지만, 경기에 나간다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 기회를 받기 위해 한 주 한 주 열심히 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개인적 목표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팀의 목표가 우선이다. 팀이 일단 잘 되면, 내 가치도 조명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팀적인 목표를 보고 같이 가는 게 나의 지금 목표다. 

-입대 전 최진호와 친했다. 최진호는 지금 돌아오면 자리가 있을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따로 얘기를 해준 게 있나?
사실, 아직 돌아올 걱정을 할 계급은 아닌 것 같다. (웃음) 진호가 부상으로 이번에 수술을 했다. 군대에 가서 다치게 되어서 마음이 안좋다. 군대에서 재활하기가 힘들다. 나도 말년에 다쳐봤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된다. 이번에 일정이 타이트해서 병문안을 못 가서 미안하다. 그래도 진호가 정신적으로 많이 좋은 선수라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길게 느껴지겠지만, 그 안에서 재미를 찾고 스스로 자기계발하면서 잘 버텼으며 좋겠다.

사진=강원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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