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미드필더 권창훈(23, 디종FCO)은 2017년 들어 멀어진 이름이 됐다. 수원삼성에서 프랑스리그앙 클럽 디종으로 전격 이적한 이후 팬들의 시야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2015년과 2016년은 권창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권창훈은 갓 스무살이 지난 나이에 수원의 주전 미드필더로 도약해 K리그클래식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EAFF 동아시안컵 중국 2015’에 참가해 우승에 기여했다.

강력한 왼발 슈팅과 거침없는 돌파를 통해 ‘고종수의 후계자’로 불린 권창훈은 지난해 신태용 감독이 지휘했던 ‘2016 리우올림픽’에 참가해 8강 진출도 함께 했다. 권창훈은 소속팀과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을 오가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2017년 상반기는 쉬어가는 시기였다. 디종 도전으로 또 한번 이슈를 몰았지만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권창훈은 2016/2017시즌 프랑스리그앙 후반기 8경기에 출전했다.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으나 디종은 리그 16위로 1부 잔류에 성공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유럽 축구 휴가 기간을 맞아 권창훈이 찾아왔었다고 밝혔다. 서 감독은 권창훈을 수원 1군으로 올린 인물이자, 현역 시절 프랑스리그를 경험한 선배다. 제주유나이티드와 지난 9일 리그 19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서 감독은 “권창훈이 나간 자리를 메우지 못해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창훈이 수원에서 보였던 임팩트를 프랑스 무대에서 재현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6개월은 그런 시간이었다.

“분명히 가서 적응하는 게 힘들 것이다. 생각보다 템포가 빨라서 호흡이 잘 안 된다더라. 가서 처음 10일 간은 훈련 때도 그렇고 호흡이 안 터졌다고 한다. 그만큼 경기 전개가 빠르고 수준이 높다. 이제는 적응이 좀 된 것 같다. 워낙 센스가 있고 능력이 있으니 이제는 잘 할 것이다.”

수원과 제주의 경기를 보러 온 신태용 국가대표팀 감독도 프리시즌에 돌입한 권창훈의 상황을 체크했다고 말했다. “권창훈 선수는 지난 금요일에 카톡 보이스톡으로 20분 통화했다. 지금 전혀 잔부상도 없다. 작년 같은 부상이 없고, 프리시즌 훈련도 다했고 연습 경기 출전하고 있고 몸 상태 좋다고 하더라.”

프랑스리그앙은 8월 첫 주말에 2017/2018시즌 일정이 시작된다. 6월 말부터 프리시즌 일정에 돌입했다. 권창훈은 9일 낭시와 연습 경기에 선발 출전해 코너킥으로 세드릭 얌베레의 헤딩 선제골 도움을 올리며 예리한 감각을 과시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뛰며 왼발을 활용해 공격 전개를 이끌었다. 

권창훈의 에이전트 월스포츠 최월규 대표는 “2016년에는 너무 많은 일정으로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몸이 많이 올라온 상황”이라며 권창훈의 컨디션이 좋다고 전했다.

권창훈은 2016/2017시즌 후반기에 영입되어 올리비에 달올리오 감독의 배려 속에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리며 적응했다. 4월 마르세유전, 5월 갱강전에는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매 경기 강등권 경쟁을 하던 와중에 주어진 기회라는 점에서 감독의 신임을 확인한 것이다.

적응 도중 근육 부상도 있었다. 부상 회복 직후에는 2군 경기에 나서 2골을 기록했다. 권창훈은 차근차근 프랑스 생활에 적응했고, 프리시즌부터 풀시즌을 치르게 된 2017/2018시즌에 진짜 실력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권창훈은 빠른 현지 적응을 위해 전담 통역을 두지 않고 있다. 인터뷰 등 중요한 일정이나 핵심 전술 회의가 있을 때만 단기로 통역사를 부른다. 일상생활이나 동료들과 관계에서 직접 프랑스어를 배우고 쓰면서 녹아 들고자 하고 있다. 

다만 식사 및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가족이 디종에서 함께 지낸다. 프리시즌 일정에는 권창훈이 먼저 프랑스로 넘어갔지만, 전지훈련 일정이 끝나자마자 가족도 디종으로 건너갔다. 

권창훈이 본래 컨디션을 찾고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경각에 달린 대표팀 입장에서도 호재다. 신 감독은 권창훈을 잘 활용했던 지도자다. 벌써 권창훈의 상태를 파악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권창훈은 한 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지만, 이 기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활기를 되찾은 권창훈이 또 한번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디종 홈페이지,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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