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베트남에서 열리는 ‘2018 AFC U-23 챔피언십’ I조 예선을 치르는데 가장 큰 적은 방심이다.

U-23 대표팀은 감독 선임이 늦어지면서 정정용 임시 감독 체제로 11일부터 본격 훈련에 돌입했다. 당초 예정된 6일 소집 보다 잃은 시간이 많다. 명단에 들었던 K리그클래식 주전급 선수들은 구단의 차출 협조를 얻지 못했다. 5월 치른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참가한 선수가 11명이나 합류한 배경이다. 

정정용 임시 감독은 “짧은 시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들과 기존에 대학에서 좋은 선수들을 위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명단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 다시 U-20 월드컵 참가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지만, 정 감독은 11일 대전코레일과 연습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어린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더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출범하는 U-23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삼고 있다. U-20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연령 제한으로 이 대회에 나서지 못한 1995년, 1996년생들에게는 벼르고 벼른 기회다. 이번 소집 선수 가운데 K리그 무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는 대전시티즌 미드필더 황인범(21)이 유일하다. 

황인범은 “3년 만에 파주에 왔다. (김)민재(전북현대)나 (황)기욱(FC서울)이, (한)승규(울산현대) 같은 친구들과 같이 재미있게 축구를 할 거란 기대를 하고 왔는데 구단 사정으로 못 와서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U-20 월드컵을 응원하며 지켜본 만큼 어린 선수들과 만들어갈 축구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대부분 동생들이다. U-20 월드컵 통해 이 선수들의 능력을 알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잘하고, 당돌한 면이 있다. 같이 재미있는 축구를 2주 동안 하자는 생각으로 왔다.”

#”동료를 잘 받쳐줘야 내가 빛날 수 있다”

황인범은 ‘재미있게’ 축구 하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전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황인범은 2015년 만 18세의 나이로 K리그클랙시 무대에 데뷔해 득점포를 가동할 정도로 기대를 받던 선수다. ‘대전의 차비’ 혹은 ‘대전의 이니에스타’로 불리는 황인범은 세련된 볼 터치와 감각적인 패스 전개를 구사하는 테크니션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패스다. 볼을 가지고 있을 때 잘 빼앗기지 않고, 동료 선수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다. 나 스스로 판단하기에, 나는 주위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절대 빛나지 않을 선수다. 그걸 안다. 주위 선수들과 얘기를 해서 항상 경기장에서 최고의 모습 보일 수 있도록 같이 맞춰나가는 게 중요하다.”

황인범은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설계하는 선수다.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공격의 길을 열어주는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황인범은 새로 호흡을 맞출 어린 선수들을 잘 활용하고, 이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황인범은 대전에서 줄곧 막내였고,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U-23 대표팀에서는 원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에서 그런 큰 대회를 했다는 것은, 행운도 타고나야 한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U-17 월드컵, U-20 월드컵이 전부는 아니다. 아직 그 대회를 치른 선수들끼리 친해서 서로 뭉쳐다니는 것이 있긴 하다. 난 같은 팀에서 온 재우 형 말고는 이름은 알지만 친분 있는 선수가 별로 없다.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95년, 96년생 선수들이 동생들에게 다가가 주고, 동생들도 형들과 잘 어울려야 이번 대회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먼저 말 하는 성격 아닌데 밥 먹을 때나 운동할 때 먼저 얘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속팀에선 막내인데 여기선 따지자면 고참급이다. 헌신한다는 생각으로, 동생들이 형들이 있다고 위축되거나 그러지 않도록 최대한 편하게 해주고 싶다.”

#황인범이 알려준 '프로 적응 비결'

황인범은 U-20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그라운드 위에서 좋은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지만, 프로 3년차 선수로 전해줄 수 있는 경험도 크다. U-20 월드컵 참가 선수들의 아쉬운 점은 K리그와 대학리그 등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을 이기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이었다. 황인범은 자신이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줬다.

“지금 대학교 있는 친구들도 많고 프로에 이지만 경기 많이 못나가는 선수들 있다. 프로에 가면, K리그는 처음부터 쭉쭉 치고 들어가기 힘든 곳이다. 나도 완벽하게 프로의 템포에 적응하는데 6개월 정도 걸렸다. 아무리 힘들고, 잘 안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하나 내가 뭐가 필요하고 부족한지 혼자 계속 생각하고, 형들에게 도움 구하고 다가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나도 중고등학교 때는 볼을 잘 찬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에 갔는데 아니더라. 윤빛가람, 김두현, 이재성, 권창훈 등 형들과 공을 차보니 난 잘하는 게 아니었다. 처음 몇 개월 동안 볼 오는게 두려울 정도로 계속 오면 뺏기고 실수했다.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그걸 어떻게 이겨낼까 생각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 중 하나가 있다. 볼이 오면 상대 팀한테 무조건 뺏긴다고 생각했다. 안 뺏기자, 안 뺏기자, 그렇게 생각하다가 뺏기면 오히려 자신감 떨어지니까 그냥 뺏긴다고 생각하고, 뺏기면 머리 박고 뺏으러 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하니까 오히려 볼 터치가 많이 되고 자신감을 찾은 거 같다.”

황인범은 U-20 월드컵을 치른 선수들의 선배지만,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로 축구를 즐기는 팀이 되도록 이끌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AFC U-23 챔피언십 예선전을 절대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라는 책임감과 소중함에 대해서도 분명한 생각을 말했다. 황인범에게서 어린 나이대 선수들로 짧은 훈련만 치르고 예선에 임하는 U-23 대표팀에 대한 걱정을 지워줄만한 노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대표팀에 못 온 친구들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선수들을 대신해서 왔다. 이 대회를 위해 한 팀으로 뭉쳐야 한다. 비교적 약팀과 경기하지만 베트남은 많이 올라온 팀이다. 나머지 두 팀도 안일하게 생각하고 들어가선 안된다. 안일하게 생각하고 들어가면 절대 어떤 팀도 이길 수 없는 게 축구다. 준비를 잘하고 이 대회를 잘 치러야 다음이 있고, 아시안게임이 있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 여기서 감독님들이나 코치님들에게 내 장점 어필하고 계속해서 대표팀에 소집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독님이 어떤 역할 주시든, 내가 경기 못나갈 수도 있는 것이고, 그걸 신경 쓰지 않고 팀이 잘될 수 있는 방향으로 헌신하겠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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