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세월이 빠르다. 어느덧 여름이다. 7월 첫 주가 지나 가운데 ‘2018 K리그올스타전’도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중국올스타와 맞대결이 월드컵 최종예선 편성 이후 무산되며 거른 K리그 올스타전은 29일 베트남 U-22 대표팀과 원정 경기로 열린다.

일부 K리그 팬들은 안방에서 볼 수 없는 사실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핵심 선수가 차출되어 나가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감독들도 있다. 그래서 이번 올스타전 소집은 팀당 선발 선수를 최대 두 명으로 제한했다. 소집시점 순위 기준으로 상위 6개팀은 2명, 하위 6개팀은 1명을 차출했다. 팬 투표가 아닌 황선홍 올스타팀 감독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선발위원회가 경기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뽑았다. 

연맹이 베트남에서 K리그 올스타전을 여는 이유는 명확하다. 축구 열기가 높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K리그 흥행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연맹은 지난 2015시즌 후반기에 무상으로 K리그클래식 10경기를 베트남 방송사에 제공해 중계를 추진한 바 있다. 연맹 고위관계자는 “중계권료를 받지 않고 제공했지만 베트남에서도 중계제작비 등으로 비용이 들었다”고 했다. 

서로의 이해와 관심이 맞아떨어져 진행된 중계는 나쁘지 않지만, 지속할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베트남 역시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의 인기가 높아 베트남 선수가 뛰지 않는 K리그가 매력적인 콘텐츠로 여겨지기 어려웠다. 2016시즌도 무상 중계로 베트남과 접점을 높일 계획이었으나 심판 매수 사건 등 내홍을 겪으며 지체됐다. 이 과정에서 재논의된 것이 올스타전이다. 

#동남아 시장 공략 현실성 탐색 중

연맹은 당초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던 중국슈퍼리그와 2016년 여름 올스타전을 계획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한국과 중국이 한 조가 되자 중국 측이 급작스럽게 철회했다. 연맹은 이때부터 대안으로 베트남 축구와 올스타전을 추진했고, 2017년 여름에 성사됐다. 

연맹이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베트남을 택한 이유는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과 축구 열기다. 지난 2016년 베트남 최고의 축구 스타 중 한 명인 르엉쑤언 쯔엉이 인천유나이티드로 임대됐고, 올해는 강원FC에 입단했다. 아직 팀 내부 경쟁을 이기지 못해 출전 기회가 거의 없지만, 마케팅과 실력 양 면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진행된 영입이다. 

축구 열기가 높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은 한국만 가진 것이 아니다. 일본 J리그는 그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14년 동남아시아 쿼터를 따로 신설해 하부리그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축구 주요 스타를 영입했다. 

하지만 일본프로축구연맹은 최근 동남아시아쿼터를 폐지하고 국적과 관계없이 5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동남아시아 선수들이 기량적 측면에서 출전 기회를 잡기 부족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 역시 “동남아시아 쿼터를 만들거나 기용해서 스타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축구 사이의 실력 격차가 더 좁혀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J리그는 동남아시장 공략 없이 최근 거액의 중계권료 계약으로 거액의 수익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절박함의 크기가 다르다. K리그는 아직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동남아시아 축구는 지금 규모와 실력 모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맹이 이번 올스타전을 추진한 이유도 그 흐름에 맞춰 장기적 포석을 둔 것이다. 당장 효과를 발휘하기보다 K리그를 알리고, 현장에서 더 친밀한 모습으로 다가기 위한 시도다. 더불어 이번 현지 올스타전을 통해 K리그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6월 강원FC가 베트남축구 스타 쯔엉을 앞세워 베트남 투어 경기를 치렀다. 호치민 연합팀과 경기에서 4-4로 비겼다. 주축 선수들을 빼고 치른 경기였지만 한 수 위 기량을 확실하게 보였다는 후문이다. 

호치민 연합팀이 최근 구축된 팀이라는 점에서 관중수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지휘한 최윤겸 강원 감독은 “내가 호앙안잘라이 감독을 맡았던 것을 기억하고 이름을 외쳐주는 팬들이 있었다. 강원 선수들의 플레이에 환호하고 골을 넣으면 박수를 쳐주는 팬들도 많았다”며 K리그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안게임 앞둔 베트남, 관심 높은 U-22 대표팀 출정식 

이번 올스타전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강원이 경기한 호치민 보다 축구 열기가 높은 하노이에서 열린다. 하노이국립경기장은 베트남 대표팀이 주로 경기를 치르는 대형 경기장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 경기 자체에 대한 기대가 높다. K리그나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단, 베트남 U-22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만 22세 이하 선수에 3명의 와일드카드를 기용할 수 있는 ‘2017 동남아시안 게임(SEA게임)’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스포츠 제전이다. 그 중에서도 축구의 인기가 높다. 베트남은 현 22세 이하 선수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쯔엉의 등장은 그 결과물이다.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높은 베트남 U-22 대표팀은 8월 개막할 동남아시안게임의 출정식이나 실전형 평가전으로 K리그 올스타와 격돌한다. 

올스타 대결을 제안한 것은 연맹이었지만, U-22 대표팀과 출정식으로 치르자고 제안한 것은 베트남축구협회다. 양 자간 예상한 일정이 맞아떨어지며 성사됐다. 연맹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경기에 대한 집중도와 관심이 큰 상황인만큼 K리그를 알릴 기회다. K리그 올스타가 베트남에서 빈 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은 나가봐야 상황을 알 수 있다는 게 연맹의 생각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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