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의 스타 레프트백 김진수에겐 완벽한 경기였다. 김진수는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첫 공식전에서 3골을 만들어내며 전북 공격의 핵심으로 맹활약했다.

21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5라운드를 치른 전북은 강원FC를 4-1로 대파하고 선두 독주를 계속했다. 전북이 먼저 네 골을 넣었다. 에두, 김진수, 김보경, 다시 에두의 골이 터지며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강원이 정조국의 골로 추격했지만 더이상은 따라가지 못했다.

전북의 전주성(월드컵경기장의 별명) 복귀전이기도 했다. U-20 월드컵에 전주성을 내준 전북은 앞선 7차례 홈 경기를 임시 거처인 전주 종합운동장에서 치렀다. 올해 신인 김민재, K리그에 처음 발을 들인 김진수 등에게는 강원전이 전주성에서 치르는 첫 공식 경기였다.

 

'윙백 싸움이 중요하다' 강원의 예상

선발 라인업에서 이미 윙백 싸움이 승부의 열쇠였다. 전북은 주전급 윙어들의 집단 이탈을 메우기 위해 왼쪽 날개에 이승기, 오른쪽 날개에 이재성을 투입했다. 둘 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본업이기 때문에 가운데로 좁혀 움직이는게 자연스러웠고, 측면 공격은 좌우 수비수의 오버래핑에 달려 있었다.

강원 역시 윙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나섰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3-4-3 포메이션에서 왼쪽 윙어 정승용, 오른쪽 윙어 박요한을 적극적으로 올려보내며 전북 수비를 좌우로 넓히려는 공격 전략을 짜고 나왔다.

전반전은 두 팀 모두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전북이 억지로 몇 차례 슈팅 기회를 만들었지만 강원의 수비 조직은 완성도가 높았다. 강원 윙백들은 애초 구상과 달리 수비에 집중해야 했다. 전반전은 대부분 탐색전에 가깝게 진행됐다.

전반 43분 균열이 났다. 역시 전북에서 가장 날카로운 공격 카드는 이재성이었다. 측면에서 큰 영향력이 없던 이재성은 전반 막판부터 서서히 중앙으로 움직이며 패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재성이 김보경과 2대 1 패스를 주고받으며 문전까지 진입했고, 이범영이 나와 태클하기 직전 공을 옆으로 밀어준 뒤 넘어졌다. 에두는 골키퍼 없는 골대 앞에서 슛 페인팅으로 수비수들까지 한 번 더 속이고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강원의 실책, 김진수의 공격력이 폭발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강원이 승부를 걸었지만 실책이었다. 오른쪽 윙백 박요한 대신 공격수 디에고가 투입됐다. 강원의 오른쪽 수비가 약해지자, 전북 레프트백 김진수가 신나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김진수가 거리낌없이 전진하기 시작한 건 경기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후반 5분, 전반 내내 오버래핑의 효율이 떨어졌던 김진수가 완벽한 단 한 번의 공격 가담으로 골을 터뜨렸다. 중앙으로 슬금슬금 파고들던 김진수가 빠져나가는 장윤호에게 멋진 스루패스를 했고, 곧장 문전까지 파고들어 리턴 패스를 직접 마무리했다.

김진수의 골에서 유일한 오점은 '기찻길' 세리머니를 하려다 잔디를 파먹고 나동그라졌다는 것뿐이었다. 김진수가 아무 일 없다는 듯 관중석의 가족을 향해 손 하트를 들어보이는 동안 이재성이 잔디를 잘로 잘 밟아 정리했다.

세 번째 골의 주인공은 전북을 곧 떠날 김보경이었다. 이번에도 조연은 김진수였다. 김진수가 올린 크로스에 김보경이 고난이도 시저스킥으로 왼발을 갖다 댔다. 높은 집중력으로 골을 터뜨린 김보경은 바로 뒤 서포터들에게 애정을 나타내는 손짓을 하며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전주성에서의 골 세리머니를 했다.

이미 시즌 3호골과 4호 어시스트를 한 김진수는 뻥 뚫린 공간으로 마구 드리블하고, 동료와 2대1 패스를 주고받고, 틈이 생기면 크로스와 슛을 날리며 폭주에 가까운 활약을 했다. 후반 18분 김진수가 한 골을 더 만들었다. 강원이 자꾸 거리를 벌려놓고 수비하자 김진수는 무리하게 파고드는 대신 왼발로 강슛을 날렸다. 김진수의 강력한 중거리슛이 골대에 맞고 튕기자 에두가 밀어넣었다. 쐐기골이었다.

강원은 이때부터 열심히 반격했지만 홍정남 골키퍼의 선방에 대부분의 기회가 막혔다. 후반 23분 디에고가 정혁에게 발이 걸려 얻어낸 페널티킥을 정조국이 성공시켰을뿐 필드골 기회에선 집중력이 부족했다. 김진수는 후반 추가시간까지 계속 오버래핑하며 강우너이 공격 일변도로 나올 수 없도록 제동을 걸었다.

 

김진수의 '축구를 잘 하고 싶어요'라는 문자

경기 후 기자회견을 가진 최강희 감독은 김진수에게 며칠 전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문자가 왔다. 카타르 전(국가대표, 14일)이 끝나고 도핑 때문에 하루 늦게 귀국했다. 그때 '축구를 잘 하고 싶어요, 더 배우고 싶어요'라는 문자가 왔다."

"선수가 축구를 잘 하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내가 이용, 김진수에게는 사이드를 보지만 경기의 50% 이상을 좌우할 수 있는 선수가 되라고 요구한다.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가졌다. 복귀 후 여러 기술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의 도전적인 자세, 수비수지만 공격적인 자세가 좋은 모습을 만들었다. 같이 훈련을 해 보면 좋은 걸 많이 갖고 있는데 세밀성과 경기 운영을 본인이 조금만 보완한다면 훨씬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최윤겸 감독은 경기의 승부처가 된 윙백 교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박요한을 빼고 김승용을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 디에고를 공격수로 투입한 이유가 화두였다. "박요한이 적극적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김승용에게 그걸 기대하고 그 자리(오른쪽 윙백)에 배치했다. 실점이 이어졌으니 감독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윤겸 감독은 실책을 인정했다.

모든 골을 왼발잡이가 터뜨린 전북은 이 승리로 9승 4무 2패(승점 31)가 되며 선두 질주를 계속했다. 강원(승점24)의 승점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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