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8년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러시아는 그동안 열 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역대 최고 성적은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거둔 4강이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는 소비에트연합으로 참가했다. 1958년부터 1990년 대회까지 소련으로 나섰다. 현 러시아 체제로 나선 월드컵 본선은 1994년, 2002년, 2014년 등 세 차례 대회 뿐이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축구의 성과는 실망스럽다. 세 번의 월드컵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유럽챔피언십에서도 1996년과 2004년에 조별리그에서 떨어졌다. 러시아 축구가 최근 거둔 최대 성과는 유로2008에서 4강에 오른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룬 또 한번의 마법이었다. 

러시아의 돌풍은 히딩크 감독이 떠난 이후 사라졌다. 2012년과 2016년에도 유로 대회에 참가했으나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과 유로2016의 실패는 더 뼈아팠다. 2018년 자국에서 열릴 월드컵에 대비해 장기 계획을 수립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두 대회의 실패로 파비오 카펠로 감독과 레오니드 슬러츠키 감독이 불명예 퇴진했다. 2016년 8월부터 스타니슬라브 체르체소프 감독이 러시아를 이끌고 있다. 2017년 들어 러시아는 체르체소프 감독이 구축한 스리백 전술을 통해 희망을 보고 있었다. 뉴질랜드와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러시아 2017’ 첫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둘 때 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유럽 챔피언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러시아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러시아는 포르투갈의 강공에 대비해 표도로 스몰로프를 원톱으로 두고, 좌우 측면에 유리 지르코프와 알렉산드르 골로빈을 배치해 중원을 두텁게 했다. 스리백 옆에 콤바로프와 사메도프를 두고, 글루샤코프와 시시킨을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세워 중원과 측면에서 모두 수적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포르투갈은 안드레 실바와 베르나르두 실바, 안드리엔 실바를 모두 선발 출전시키며 역동성을 높였다. 안드레 실바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투톱으로 두고 안드레 고메스와 윌리앙 카르발류를 중앙에 배치한 포르투갈은 멕시코전보다 공격적인 경기를 했고, 전반 8분 만에 레프트백 하파엘 게레이루가 길게 연결한 크로스 패스를 호날두가 헤더로 마무리해 앞서갔다.

이른 시간 선제골로 포르투갈은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했다. 러시아는 중원 장악에 실패해 공수 간격이 벌어졌고, 좌우 측면 공격 지역에 배치한 선수들이 고립되고 역동성이 떨어져 이도저도 아닌 경기를 했다. 90분 간 유효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무딘 공격을 보이며 호날두에 내준 선제골을 쫓아가지 못했다.

포르투갈 역시 후반전에 경기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러시아에 크게 위협적인 기회를 내주지 않으며 대회 첫 승을 따냈다. 이후 열린 멕시코와 뉴질랜드의 경기에서 멕시코가 승리하면서 포르투갈과 멕시코의 동반 4강행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는 멕시코와 A조 3차전에 총력을 쏟아 희망을 찾아야 한다. 러시아는 지난 두 번의 메이저 대회 과정에 선수도 바꾸고 전술도 바꿨으나 여전히 본선을 위한 확신을 얻지 못했다. 멕시코전에 찾지 못하면 남은 1년을 불안하게 보낼 수 밖에 없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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