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주장 다비데 아스토리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피오렌티나 동료들은 매주 주장에게 승리를 바치고 있다.

피오렌티나는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31라운드를 치렀다. 강호 AS로마를 2-0으로 꺾고 6연승을 달렸다. 현재 7위인 피오렌티나는 6위 AC밀란을 승점 2점차로 추격하며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출전권 경쟁을 하고 있다.

피오렌티나가 6연승을 한 건 1960년 이후 처음이다. 키에보, 우디네세, 베네벤토, 토리노, 크로토네를 꺾을 때까지는 대진운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상위권에 있는 로마까지 잡아내며 관심이 한층 커졌다.

연승 중 키에보전을 제외한 다섯 경기가 아스토리의 죽음 이후에 거둔 승리였다. 아스토리는 지난 3월 4일 우디네의 호텔에 머무르던 중 돌연 생을 마감했다. 수면 중 심장마비가 찾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탈리아 대표 수비수로도 활약했던 아스토리는 평소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던 주장이었다. 서포터들까지 참여한 대대적인 장례식을 비롯해 이탈리아 전역에서 아스토리를 추모했다.

비극 이후 피오렌티나 선수들은 경기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은 로마를 꺾은 뒤 “최상의 경기력은 아니었고 패스 미스가 너무 많았지만, 우리 팀의 하나된 정신이 차이를 만들었다. 한계를 뛰어넘었다”며 “다비데는 매일 우리와 함께 한다. 그는 우리의 가슴과 머리 안에 있다. 우린 약속했다. 그가 언제나 그랬듯, 우리의 모든 걸 바쳐 뛰자고. 여러모로 선수들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우리 팀 모두가 뛸 자격이 있다, 선발 명단을 정하기 어려울 정도다”라고 이야기했다.

골을 터뜨린 주전 공격수 조반니 시메오네 역시 연승의 비결에 대해 “비결은 다비데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우린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모두가 훈련장에 가고 싶어하고, 아무도 먼저 훈련장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거기 있으면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우린 그저 노력하고 함께 땀흘릴 뿐이다. 단결력이 우리의 강점이다”라며 아스토리에게 감사를 전했다.

아스토리가 떠난 직후 진솔한 추모글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리카르도 사포나라는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두 번째 추모 글을 공개했다. 사포나라는 아스토리가 마지막 선물을 주고 갔다고 말하며 왜 피오렌티나 선수들이 전보다 강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그가 떠났을 때 나는 절대 이 일에서 회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장례식 전에 몇몇 사람들과 함께 그를 봤는데, 뭔가가 내 안에서 움직였다. 장례식에서 나는 울음을 그쳤다. 내가 받은 고통과 나의 연약함을 받아들였다.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그때까지 인정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 대신, 나를 진짜 강하게 만들어 준 사람에게 보여줬다. 다비데가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팬들도 피오렌티나를 응원하는 매 순간을 아스토리에게 마치고 있다. 로마전을 마치고 선수들이 피렌체로 복귀했을 때 홈 팬들이 진입로를 둘러싸고 기다리고 있었다. 주장에게 이름을 바친 훈련장 ‘센트로 스포르티보 다비데 아스토리’에 버스가 도착했다. 팬들은 박수를 치며 “다비데 아스토리, 우리의 주장은 한 명뿐”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차에서 내린 선수들도 노래에 동참했다. 피오렌티나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장면을 공개했다.

경기장에서도 피오렌티나 선수들은 팬과 호흡하며 아스토리를 부른다. 팬들은 아스토리를 위한 걸개를 만들어 와 경기장에 걸어둔다. 골이 터지거나 승리를 거뒀을 때 선수들이 하늘을 가리키며 아스토리와 교감하려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피렌체는 축구를 통해 매주 아스토리를 추모하는 중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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