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맨체스터시티가 더비에서 패배하며 조기 우승 기회를 놓쳤다. 주젭 과르디올라 감독의 고질적인 약점이 두 경기 연속으로 드러났다.

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32라운드를 치른 맨시티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2-3으로 패배했다. 선두 맨시티가 2위 맨유를 꺾는다면 우승을 조기 확정할 수 있었지만, 패배했기 때문에 두 팀의 승점차가 13점으로 줄어들었다. 팀당 6경기씩 일정이 남은 가운데 승점 13점차는 여전히 맨시티의 우승을 확신해도 될 정도로 큰 차이다. 그러나 맨유는 조기 우승의 들러리 신세를 거부했다.

전반은 맨시티가, 후반은 맨유가 지배한 경기였다. 맨시티는 전반전 동안 슛 횟수에서 9 대 0으로 맨유를 압도하며 완벽한 경기 운영을 했다. 뱅상 콩파니와 일카이 귄도간의 골로 앞서나가며 이미 승기를 잡은 듯 보였다.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된 라힘 스털링이 결정적인 슛 기회 3개 중 하나를 살렸다면 점수를 더 벌릴 수도 있었다.

후반전에도 맨시티가 더 밀리는 경기를 한 건 아니었다. 후반전의 맨시티 역시 슛 횟수에서 11 대 5로 앞섰다. 맨유가 맨시티를 압도한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았다. 후반전 초반 15분 동안 맨유의 슛이 맨시티보다 4 대 1로 더 많았다. 포그바가 슛 4회 중 2개를 골로 만들어내며 동점이 만들어졌다. 후반 24분 알렉시스 산체스의 프리킥을 크리스 스몰링이 발리슛 득점으로 연결하며 승부가 뒤집혔다.

맨시티가 준비해 온대로 경기 운영이 되지 않을 때 얼마나 무기력해지는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만든 팀들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는다. 전술적, 기술적으로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전재로 이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경기 운영이다. 상대보다 더 지능적으로 패스를 돌리며 빠져나가 빈틈을 찾는다. 맨체스터 더비에서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런 장점이 발휘됐다.

문제는 준비한 계획이 헝클어졌을 때 필드 위의 선수도, 벤치의 감독도 대처가 늦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은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기 때문에 압박과 주도권 쟁탈에서 실패하면 위기를 맞기 쉽다. 맨유가 산체스와 포그바의 볼 키핑을 바탕으로 빠른 템포에 공격을 시도하면, 맨시티 수비진은 아무런 보호막 없이 그대로 실점 위기에 노출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리해 왔지만, 질 때는 크고 무기력하게 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이런 경향이 강했다. 바이에른 지휘봉을 잡았을 때 특히 심했다. 2013/2014시즌 레알마드리드를 상대로 원정에서 0-1, 홈에서 0-4로 대패했다.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0-3으로 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서 밀리고 있을 때 전술을 수정해서 패배를 뒤집은 유일한 사례로 2015/2016 UCL 16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을 이끌고 치른 UCL 유벤투스전이 꼽힌다. 당시 유벤투스는 일찍 두 골을 넣은 뒤 수비적인 전술로 전환했고, 과르디올라 감독에겐 주도권을 잡고 전술적 실험을 할 여지가 충분히 주어졌다. 결국 후반전에 두 골을 넣어 연장으로 끌고 간 뒤 두 골을 추가해 바이에른이 승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력이 빛날 수 있었던 건 상대팀이 지나치게 웅크리며 여지를 준 덕분이었다.

상대방이 조심스럽게 운영하는 게 아니라, 빠르고 과감하게 압박하고 나올 때 곧잘 지리멸렬해진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약점을 경력 내내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는 기본적으로 상대보다 높은 판단력에 기반해서 전개된다. 선수들이 당황해서 판단의 속도가 느려질 경우 축구 콘셉트의 전제가 깨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했던 차비 에르난데스와 같은 존재가 없는 팀에서는 종종 경기 내용이 망가진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에만 세 차례 비슷한 문제를 노출했다. 지난 1월 리버풀과의 EPL 경기에서 강력한 압박에 당해 3-4로 패배했다. 최근에는 5일 리버풀 원정으로 열린 UCL 8강 1차전에서 0-3으로 졌고, 이어 맨체스터 더비에서도 패배했다. 2연패는 물론 두 경기 연속 3실점 역시 과르디올라 감독의 팀에서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맨시티는 맨유전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EPL 우승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러나 토너먼트 형식인 UCL에서는 단 한 번만 대패를 당해도 그 순간 우승이 좌절될 수 있다. 맨유전 패배는 앞선 리버풀전과 더불어 과르디올라 감독이 왜 UCL에서 좀처럼 우승하지 못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경기였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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