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완주 기자= 2018년 첫 슈퍼매치. 모든 관심은 수원삼성의 데얀에게 쏠렸다. 그러나 데얀은 슈퍼매치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데얀은 8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FC서울의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5라운드에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푸른 유니폼을 입은 데얀은 붉은 유니폼을 입은 옛 동료들을 상대로 81분간 싸웠지만 득점에 실패한 채 임상협과 교체됐다.

슈퍼매치는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경기다. 이날 열린 2018년 첫 슈퍼매치는 평소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의 주전 공격수로 뛰다가 수원으로 이적한 데얀의 존재 때문이다. 데얀은 8년간 서울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그랬던 그가 서울의 가장 큰 라이벌인 수원으로 적을 옮긴 건 일대 사건이었다.

데얀은 지난 5일 열린 슈퍼매치 공식 기자회견에 수원 대표 선수로 참석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이 “작년 이 맘 때까지만 해도 내 옆에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서 감독 옆에 앉아있다”라고 말할 만큼 낯선 광경이었다. 데얀은 “내 역할은 골을 넣는 것이고, 최선을 다해 수원 팬들을 기쁘게 하고 싶다”라며 친정 팀을 상대하는 각오를 전했다.

경기 시작 전 만난 양 팀 감독들도 데얀의 존재를 의식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누가 봐도 이런 상황은 서울을 강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상대를 역이용할 생각”이라며 “데얀도 물론 부담이 있겠지만 경험과 연륜이 있는 선수니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데얀에 대해 선수들에게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다”라며 “데얀만 축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경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양 팀 선수단이 입장과 함께 데얀이 수원 소속으로 처음 서울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내 아나운서가 데얀을 소개하자 수원 서포터 사이에서 데얀을 연호했다. 반면 6개월 전 슈퍼매치에서 데얀을 연호하던 서울 서포터들은 거센 야유를 내뿜었다.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반드시 골을 넣을 것”이라고 했던 데얀은 전반 2분 만에 양한빈 골키퍼가 서있는 골대 방향으로 슈팅을 날렸다. 장호익의 스로인이 김종우를 거쳐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아오자 지체 없이 발리슈팅을 때렸다. 공을 골대를 빗겨나갔다. 이 슈팅은 이날 경기 데얀이 때린 처음이자 마지막 슈팅이었다.

수원은 전반 내내 수비에 무게를 두고 후반에 공격적으로 나가는 선택을 했다. 수원이 수비라인을 내리고 경기를 진행한 탓에 데얀이 공을 잡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후반에 바그닝요가 투입되며 공격적으로 나서자 데얀이 공을 만지는 횟수도 늘어났다. 데얀은 연계 플레이에 신경을 쓰며 바그닝요에서 좋은 패스를 여러 차례 보냈다. 후반 11분에는 데얀의 헤딩이 바그닝요의 슈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 24분 최성근이 퇴장 당하며 수원은 다시 수비적인 경기운영으로 돌아갔고, 데얀은 후반 36분 임상협과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서울 서포터들은 데얀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데얀은 경기가 끝난 후 야유를 받을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서울 서포터 앞으로 걸어가 인사를 했다. 8년간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예의였다.

데얀은 친정 팀 서포터들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낸 것에 대해 “충분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을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데얀은 “인사를 하러 갔을 때 야유를 받았고, 나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라며 “모든 서울 팬을 이해한다. 서울 팬들은 나한테 그렇게 말할 권리가 있다”라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야유에는 무덤덤한 데얀이지만 수원 소속으로 처음 나서는 슈퍼매치가 낯설기는 한 모양이다. 그는 경기 후 “경기장에 나설 때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라며 처음 느낀 감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상대는 서울을 위해 뛰는 것이고, 나는 이제 수원을 위해 뛰는 것 일뿐 더 이상 특별한 건 없다”라며 말을 맺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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