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완주 기자= 수원삼성과 FC서울이 맞붙는 슈퍼매치는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이다. 슈퍼매치는 늘 많은 기대 속에 치러졌고 흥행과 재미를 보장해왔다. 그러나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슈퍼매치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8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5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수원과 서울이 맞붙는 2018년 첫 슈퍼매치였다. 경기는 지루한 공방전 속에 0-0, 무득점 무승부로 끝이 났다. 기대를 갖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실망만 안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늘 그랬듯 이번 슈퍼매치 역시 많은 화제와 함께 했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데얀 때문에 새로운 스토리가 더해졌다. 지난 시즌 이상호가 수원에서 서울로 적을 옮기긴 했지만 데얀은 이상호보다 친정팀을 상징하는 역할이 더 컸다. 수원은 데얀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슈퍼매치를 홍보했고, 데얀 역시 “골을 넣는데 집중할 것이고 골을 넣을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양 팀 감독은 5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슈퍼매치에서 무승부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빠른 시간에 골이 나왔으면 좋겠다. 골이 많이 났으면 하는 경기”라며 승리를 바랐고, 서정원 수원 감독은 “K리그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업다운 시킬 수 있는 비중 있는 경기”라며 “우리나 서울이나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상 뚜껑은 연 경기는 시작 전 모아졌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홈팀 수원은 전반 내내 수비적인 경기 운영으로 실점을 하지 않는데 집중했다. 양쪽 윙백은 공격 가담을 자제했고, 김종우의 중거리슛 말고는 유효슈팅이 없었다. 그렇다고 서울이 내려선 수원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뛰어난 경기운영을 한 것도 아니다. 서울은 미드필더들이 공을 오래 소유하며 주도권을 쥐었지만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는 번번히 차단됐고,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지 못했다.

후반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장 곳곳에서 양 팀 선수들이 몸을 부딪히며 거칠게 싸웠을 뿐 팬들을 들썩이게 할만한 플레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핸드볼 파울로 취소된 정현철의 득점과 최성근의 퇴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이번 슈퍼매치에서 가장 비중 높은 주연이었던 데얀은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교체됐고, 서울은 20여분을 수적 우위 속에 경기했지만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이날 유료관중 13,122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역대 슈퍼매치 최저 관중 기록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다른 경기들과 비교하며 2배 가까운 관중이 찾은 경기였다. 궂은 날씨에도 이들은 ‘슈퍼매치는 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두 팀은 2015년 6월 27일 이후 3년 만에 무득점 무승부를 거두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수원과 서울은 이번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5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수원은 5위, 서울은 11위다. 이번 시즌 승격한 경남FC와 지난 시즌 승격한 강원FC가 순위표에서 이들보다 위에 올라있다.

수원은 홈에서 3경기째 승리가 없다. 원정에서 2승을 거두며 승점을 쌓긴 했지만 홈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는 건 팬들에겐 실망감을 줄 수 밖에 없다. 수원 팬들은 5경기 만에 홈 첫 승을 거뒀던 지난 시즌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걱정하고 있다.

서울은 아예 리그 승리가 없다. 지난 시즌 리그 5위에 그치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실패하고 리빌딩을 단행했지만 황 감독이 원하는 축구는 경기장에서 구현되지 않고 있다. 무딘 공격력은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5경기에서 3골을 넣은 서울보다 득점력이 저조한 팀은 제주유나이티드(1득점)와 대구FC(2득점)뿐이다.

계속되는 졸전과 줄어드는 관중 수에 염기훈도 죄송한 마음을 표현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염기훈은 경기력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에 대해 “경기력이 좋았다면 이기지 못했더라도 팬들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슈퍼매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해서 경기장에 오신 분들이나 기대했던 팬들께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염기훈은 수원과 서울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매치 역대 최저 관중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두 팀 다 높은 순위에 있는 상황에서 슈퍼매치를 한다면 팬들도 더 많이 찾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선수들의 역할이 제일 큰 것 같다. 수원뿐 아니라 서울도 같이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경기장을 떠날 때까지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K리그를 대표하는 팀들이 부진한 경기력으로,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경기 내용으로 일관한다면 팬들은 경기장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염기훈의 말처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진다면 승패에 상관없이 팬들은 그 자체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5월 5일 펼쳐지는 2번째 슈퍼매치는 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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