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는 K리그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캐내고 가공해 '케시경'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 1편 주인공은 승격 후 K리그1 4연승을 달린 경남FC다.<편집자주>

[풋볼리스트=함안] 김완주 기자= 김신은 고등학교 때 가장 빛났었다.

 

그는 영생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고교 무대를 평정했었다. 2013년에는 챌린저리그(현 K리그 주니어) 14경기에서 13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황희찬(당시 포항제철고, 12골)도 득점 순위 밑에 있었다. 그렇게 한국 축구를 이끌 기대주로 주목 받았다.

경남FC 공격수 김신(23세)은 어릴 때부터 또래들보다 월등한 축구 실력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 기대주로 꼽혔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곧바로 전북에 입단했고, ‘프랑스 리그앙’ 올랭피크리옹 B팀에서 1년간 유럽 축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동국, 에두 등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이 즐비한 전북에 아직 어린 그의 자리는 없었고, 리그 1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6년 충주험멜로 임대 이적한 김신은 프로무대에서도 자신이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35경기에 나서 13골 6도움을 올렸다. 지난 시즌에는 전북을 떠나 부천FC1995로 완전 이적해 29경기에서 4골 6도움을 올렸다.

2년을 K리그2에서 보낸 김신은 올해 다시 K리그1으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 승격한 경남에서 다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선발로 4경기를 뛰었다. 3라운드 전남드래곤즈전에서는 김효기의 골을 도우며 K리그1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23세인 김신은 만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이하 23세 룰)의 혜택을 보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제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 받아야 한다. 올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만큼 U-23 대표팀 승선에 대한 욕심도 있다.

“경남에서 꾸준히 활약하다 보면 대표팀 가서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차게 말하는 김신을 경남 함안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신과 한 인터뷰 전문. 

-3년 만에 K리그1으로 돌아오게 됐다.

작년에는 부천 소속으로 K리그2에서 경남을 상대하는 입장이었다. 시즌 중에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는지 시즌이 끝나자 경남으로 불러주셨다. 갓 승격한 팀이어서 그런지 처음 왔을 때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았다.

 

-팀 적응을 빨리 하는 거 같다. 선후배들과 상당히 친해진 거 같던데.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선수는 경남에 없었다. 부천에 있을 때도 그렇고, 다른 팀에서도 경기장에서 같이 뛰었던 선수들이라 팀 적응은 큰 문제가 없었다. 동계훈련 때부터 빠르게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연승도 하고 있으니까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앞에서 편하게 할 수 있게 뒤에서 형들이 잘 받쳐주고 있다.

 

-K리그1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뛰었다. K리그2와 차이가 느껴지나.

최근 2년동안 K리그2에서 뛰다가 올라오게 됐는데 확실히 경기 템포나 공수 전환 속도가 빠르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 역시 한층 더 높다. 다른 팀뿐 아니라 우리 팀도 그렇다. 경기 템포나 선수들의 피지컬 능력이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거 같다.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김종부 감독님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던데, 원래 그런 스타일인가?

훈련은 대개 감독님이 코치님들한테 지시를 하고, 코치님들이 선수들과 진행한다. 감독님께서 무뚝뚝하신 편이다. 그런데 한번씩 따로 이야기하실 때가 있다. 팀 전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자신감을 올려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씀을 많이 한다.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많이 해준다.

 

 

-감독님이 말컹, 김신, 쿠니모토 등 공격수의 체중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체중 문제에 민감한 편이지 않나.

휴식기 끝나고 팀에 왔을 때 살이 많이 불어 있었다. K리그1이 K리그2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니 몸을 더 잘 만들어야 한다고 코치 선생님들이 말씀을 많이 하셨다. 태국에서부터 식단 조절을 하며 살을 뺐다. 단체 훈련도 고강도 훈련인데다 개인적으로 살을 빼는데 포커스를 많이 맞춰서 몸이 처음보다 가벼워졌다. 원래 내가 살이 잘 붙는 체질이다. 예전부터 내 체중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보이는 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면서 뺐다. 빼면 인정해 줄 테니까. 이제는 몸을 잘 유지해야 한다.

 

-쿠니모토도 당신을 좋아하고, 당신도 쿠니모토에게 살갑게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쿠니가 처음 봤을 때부터 성격도 좋고 잘 웃었다. 그래서 같이 장난도 많이 치면서 가까워 졌다. 내가 프랑스에 갔을 때 혼자만 동양인이었다. 말컹이나 네게바의 경우는 가족도 한국에 와있고, 같은 브라질 사람이니까 괜찮을 텐데 쿠니는 혼자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쿠니도 많이 외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다가갔고, 더 쉽게, 힘들지 않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경기장에서도 둘이 잘 맞는다. 쿠니가 축구 지능이 높다. 나도 어릴 때부터 발 밑에서 풀어나가는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좋아했는데 그 부분이 공통점이라 말하지 않아도 통할 때가 있다.

 

-클럽하우스 근처에 운동할 수 있는 곳 밖에 없다. 한창 놀고 싶을 나이인데 훈련 끝나면 뭐 하며 지내나.

가끔 또래 선수들, 박지수나 김준범과 어울려서 마산에 나가 밥도 먹고 하긴 하는데, 대부분은 숙소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노트북으로 같이 게임을 하거나 그런다. 강원FC 선수들이 배틀그라운드를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우리도 같이 배틀그라운드를 한다. 우리 외국인 선수들은 게임을 안 한다. 우리 팀은 배틀그라운드 실력이 다 비슷비슷하다. 다 같은 배린이(배틀그라운드+어린이)다.

 

-4월 11일에 전북전이 잡혀있다. K리그1에서 전북을 만나는 건 처음이다.

항상 인터뷰를 하면 전북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 내가 전북 유스 출신이고, 전북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 같다. 이제 난 경남 소속이고, 전북전이라고 해서 솔직히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다. 전북이 스쿼드 상 우리보다 좋지만, 팀 적으로 보면 팀워크나 열정은 우리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준비 잘하면 좋은 경기 할 수 있다..

 

-과거 인터뷰를 보면 “전북 상대로 골을 꼭 넣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던데.

그때는 다들 그런 분위기로 몰고 가고, 그런 답을 원했기 때문에 맞춰줬던 거다. 전북에 악감정 전혀 없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전북에서 날 키워줬기 때문이다. 난 그냥 공격수니까 팀을 위해 골을 원하는 것뿐이다. 다 똑같은 경기다. 복수심 그런 거 없다 정말.

 

-경남이 초반부터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작년에 경남이랑 경기를 뛰어 봤기 때문에 전력을 잘 알고 있었다. 워낙 독보적인 경기력이었다. 상대하기 무척 까다로운 팀이었다, 조직력도 엄청 좋고. 경남의 수준이 높았던 건 사실이지만 K리그1에 올라가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반반이었다. 패는 까봐야 안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은 있었지만 다른 팀들도 경쟁력이 뛰어나다. 다른 승격팀들이 힘들었던 만큼 우리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패 까보니 비슷비슷한 거 같다.

 

-어릴 때 받은 기대만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으른 천재라는 평가도 있다.

인정하는 부분도 있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잘한다, 잘한다’ 소리를 들어왔다. 감독님들이 내 중심으로 팀을 맞춰주시고 수비를 안 해도 별 말씀을 안 했기 때문에 그게 몸에 너무 베어 있었다. 프로에 와서는 ‘그때처럼 하면 안 되는 구나‘하고 느껴서 바꿔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하려다 보니 잘 안 바뀌더라. 늦게 깨닫고 다시 하려고 하니까 힘든 부분이 있었다. 계속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은 더 발전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에 갈 수 있는 나이다. 올해가 아니면 기회가 없다 보니 욕심도 있을텐데.

아시안게임을 가려면 팀에서 활약도 중요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경기력도 더 끌어올려서 대표팀에 갈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잘 준비해서 능력을 보여주면 감독님도 선택해 주실 것이고, 부족하다고 판단하시면 냉정하게 못 가는 거다. 욕심은 분명히 있다. 경남에서 꾸준히 활약하면 대표팀 가서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 승선 말고 다른 목표도 세웠나.

우리는 K리그2에서 올라왔다. 시즌 전에는 강등권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1위다. 충분히 중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 끝날 때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경기를 뛰면서 공격포인트 15개를 올리고 싶다. K리그1에서도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

 

부록 - 김학범 감독님에게

감독님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FC의 김신이라고 합니다. 아직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저를 대표팀에 꼭 불러주실 수 있게끔 몸 잘 만들면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사진=풋볼리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