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는 K리그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캐내고 가공해 '케시경'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 1편 주인공은 승격 후 K리그1 4연승을 달린 경남FC다.<편집자주>

[풋볼리스트=함안] 김정용 기자= 최근 온라인에서는 경남 미드필더 최영준을 은골로 캉테와 비교하는 별명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남은 캉테가 있던 시절의 레스터시티처럼 우승에 도전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압도적인 활동량으로 수비를 지탱하는 최영준의 특징은 캉테와 비슷한 면이 있다.

최영준은 스스로 별다른 재능이 없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최영준은 엄청난 자부심을 드러낸다. 그는 “내가 제일 간절하다”, “내가 제일 열심히 뛴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그런 최영준에 대해 “활동량도 타고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해부터 경남 돌풍의 주인공이 말컹이라면, 뒤에서 받쳐주는 선수는 늘 최영준이었다.

주장 배기종이 주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완장을 차는 건 늘 부주장 최영준이다. 최영준은 후배 선수들에게 늘 놀림을 받으면서도 성실함을 리더십 삼아 경남의 돌풍을 지탱해 왔다. 사진을 찍으며 준비한 골 세리머니가 있냐고 묻자, 최영준은 아내의 이니셜을 손으로 그려 보였다.

 

다음은 최영준과 한 인터뷰 전문. 

 

-경남이 3연승을 했어요. 팀이 이렇게 잘 나갈 줄 예상하셨나요?

자신은 있었어요. 2011, 2012년도 때도 클래식(현 K리그1)에 있어 봤잖아요. 그때보다 스스로 더 성장했다고 느꼈거든요.

-1부에서도 통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은 근거는요?

K리그2(당시 K리그 챌린지)에서 압도적으로 우승한 것도 있고요. 감독님과 함께 하는 분위기가 워낙 좋기도 하고요. 전 경남 소속으로 2012년 FA컵 준우승도 해 봤는데 그때보다 지금 분위기가 더 좋아요. 모든 선수가 스스럼없이 잘 어우러지는 속에서 조화가 맞는다고 할까요? 제일 어린 편인 박지수가 최고참인 (조)병국이 형님과 방을 같이 썼거든요. 그런데 훈련에서 병국이 형이 못 하면 “아 형님, 제대로 좀 하세요. 방 청소 좀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놀리더라고요. 이 정도 분위기입니다.

-경남은 특정 전술 스타일로 설명할 수 있는 팀이 아니에요. 전방 압박을 강하게 하는 것도, 공격 축구를 하는 것도, 선수들의 간격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늘 이겨 왔어요.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스타 플레이어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11명이 다 끈끈한 것 같아요. 하나가 돼서 간절하게 뛰니까 거기서 성적이 나오는 것 아닐까요? 작년부터 지겠다 싶으면 비기고, 비기겠다 싶으면 이겼어요. 저도 신기했어요. 올해도 비슷해요. 저흰 도전자 입장이죠. ‘원팀’이 돼서 조직적으로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는 것 같아요. 누구 한 명에게 의존하다보면 이 흐름이 깨질 거예요.

-최영준 개인은 어떻죠? K리그1에서 통할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본인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나요?

장점을 말하자면 활동량은 자신 있고요. 열심히 하고, 어떤 선수보다 간절하게 뛰자는 생각은 있어요. 항상 경기에 나갈 때마다 하는 생각이 ‘다들 열심히 하니까 그 선수보다 내가 더 열심히 뛰어서 이겨내자’거든요. 단점은 슈팅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에 했던 말 중에서 ‘모든 프로 선수는 나보다 재능이 크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여전해요. 특히나 미드필더가 축구를 제일 잘 하는 선수들의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활동량으로 이겨내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훈련에서 저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도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제일 간절해요. (웃음) 제가 먼저 보여주면 다른 선수들도 저만큼 한다고 생각해요.

-김종부 감독은 활동량도 재능이라고 하던데요. 최영준은 열심히 뛰겠다는 마음가짐이 재능이라고요.

저, 항상 죽을 것 같아요. 70분, 80분 되면 죽을 것 같고요. 전반전에도 30분, 40분 되면 죽을 것 같거든요. 그럴 때 혼자 암시를 해요. ‘못 뛰더라도 조깅이라도 해서 내려가자’라는 간절함이 진짜 있어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어요?

있죠. 제가 대학교 때까지 이런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스스로 공 좀 찬다고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프로에 오니까 가람이 형(윤빛가람)이 있었어요. 축구를 너무 잘 하는 거예요. 운동할 때마다 감탄이었어요. 신기하고. ‘난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구나, 이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상대방보다 한 발 더 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보면 윤빛가람 선수가 스타일을 잡아줬군요?

맞아요. 그렇게 생각해요. 가람이 형은 천재 같은 스타일이죠. 진짜 제가 본 미드필더 중에 제일 잘 하는 것 같아요. 올해 첫 경기 때 붙었어요. 교체로 잠시 나오시더라고요. 그런데 훈련소 갔다 와서 몸이 영 아니던데. (웃음)

-후반기에 완전한 컨디션의 윤빛가람을 만나도 활동량으로 제압할 자신이 있으세요?

최영준 : 가람이 형은 공을 못 잡게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상대팀에 공 잘 찬다는 선수, 플레이메이커인 선수가 있으면 아예 공이 못 가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공이 가면 빼앗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을 때는 가만히 기다려야죠. 절대 덤비면 안 돼요.

-정현철 선수가 올해 FC서울로 이적하면서 큰 공백이 예상됐어요. 최영준 선수와 상호보완적인 조합이 워낙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하성민 선수와 함께 하면서 빠르게 공백을 메웠네요.

현철이가 이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우려했어요. 성민이 형이 동계훈련 때 부상으로 발을 많이 못 맞춰보기도 했고요. 시즌 시작 전 1, 2주 정도 훈련 한 게 전부였어요. 저와 비슷한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마음이 잘 맞았어요. 현철이와 뛸 때보다 수비적으로는 서로 이해를 하니까 더 편해요. 역할이 겹치지 않도록, 둘 다 뒤에 쳐져 있기보다 번갈아 전진하려는 생각도 해요. 제가 작년보다 더 전진하는 것도 의도적으로 한다기보다 전방에 공간이 비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거죠.

-경남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저는 ‘세상에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 왔어요. 팀의 목표는 기본 잔류, 나아가 6강이더라고요. 전 개인적으로 더 높은 목표를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이렇게 잘 될줄은 몰랐어요. 아직 결과를 이야기하긴 섣부르죠. 모든 팀들과 만났을 때 지금 성적이 유지된다면 더 욕심을 내서 아챔(AFC 챔피언스리그)과 같은 상위권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는 축구 팬 모두가 말도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올라가보고 싶어요. ‘경남이 어떻게 여기까지?’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고 싶어요.

-올해 개인적인 목표나 소망이 있나요?

아내가 낫는 거죠. 제가 2016년에 제대하고 12월에 결혼했어요. 신혼여행 다녀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내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어요. 두통인가보다 했는데 언어 능력이 감퇴되더라고요. “소화가 안돼”라고 해야 하는 상황에서 “치킨이 안돼”라고 하는 거예요. 언어를 관장하는 쪽에 출혈이 생겼었나 봐요.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하니까 뇌출혈이라고 했어요. 다행히 종양은 아니고 뇌출혈이라. 6월에 방사선으로 하는 감마나이프라는, 칼을 대지 않는 수술을 받았죠. 지금은 건강에 주의하면서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어요. 그 와중에 동계훈련을 하러 집을 떠났을 때는 저도 정말 힘들었는데, 다행히 경기력엔 지장이 없더라고요. 축구보다 중요한 게 가족이라는 걸 요즘 깨닫고 있어요. 가족이 아프면 연봉이고 일이고 다 필요가 없어요.

-원정 경기를 갈 때는 걱정이 많이 되시겠네요.

집에 연락했는데 답이 없으면, 낮잠을 자는가보다 싶을때도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하게 돼요.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되고요. 하지만 치료를 받은 뒤 쓰러진 적은 없어요. 이런저런 불편한 점은 있지만요. 그런데도 아내가 너무 잘 해줘서 고마워요. 원래 축구를 안 좋아했는데 2012년부터 저와 만나면서 축구를 좀 알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 저에게 “많이 늘었어”라던데요. (웃음) 왜냐고 물으니“여유가 좀 생겼다고 해야 되나“라더라고요.

-작년에 K리그 챌린지 베스트 미드필더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어요. 올해 K리그1에서 개인상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요? 작년엔 솔직히 ‘내가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작년엔 제가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생각은 절대 바뀌지 않아요. 제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제일 아쉬웠던 장면이에요. 솔직히 올해는 그런 기회가 안 올 것 같거든요. 작년에 기회가 왔을 때 잡았어야 했죠. 뭐, 이미 지나간 거고, 올해는 그런 목표가 딱히 없어요. 그냥 잘해고 싶어요. 인정받고 싶어요. 잘 한다는 소리 듣고 싶고요.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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