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먼저 구직 요청을 한 끝에 이탈리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최근 프로 감독으로서 하향세였던 만치니에겐 엘리트 감독으로서 경력을 이어갈 기회이자 위기다.

이탈리아축구협회(FIGC)는 15일(한국시간) 만치니 감독이 이탈리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큰 충격을 받은 이탈리아가 유로 2020을 이끌 감독을 일찌감치 선임했다.

FIGC 측은 “만치니가 아주리(이탈리아 대표팀 별명) 벤치를 이끌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앞선 보도에서도 이번 계약에 적극적이었던 쪽은 FIGC보다 만치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치니는 러시아 명문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연봉이 반토막에 가깝게 줄어들어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이탈리아 부임을 원했다.

만치니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모두 전설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1980, 1990년대 이탈리아세리에A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였다. 특히 삼프도리아에서 15시즌 동안 맹활약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 공격수로 남았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 세리에A 올해의 선수를 1회 수상했고 세리에A 우승 2회, 코파이탈리아 우승 6회 등을 달성했다.

감독으로 변신한 뒤에도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아 왔다. 1군 감독 데뷔 시즌이었던 2000/2001시즌에 피오렌티나를 코파이탈리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라치오에서 코파이탈리아 우승 1회를 달성했다. 인테르밀란에서 세리에A 우승 3회, 코파이탈리아 우승 2회를 달성했다. 맨체스터시티를 네 시즌 동안 지휘하며 팀의 숙원이었던 42년 만의 FA컵, 44년 만의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 것도 만치니 감독이었다. 이후 갈라타사라이, 인테르, 제니트를 지휘해 왔다.

문제는 갈라타사라이 이후의 감독 경력이다. 2014년 인테르 감독으로 두 번째 부임한 뒤 뾰족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두 시즌 동안 8위, 4위에 그친 뒤 떠났다. 2017년 부임한 제니트에서도 부진했다. 제니트의 이번 시즌 성적은 5위에 불과했다. 10년 만에 겪는 최악의 순위다.

이탈리아는 ‘감독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프로에서 일가를 이룬 감독이 뒤늦게 대표팀을 맡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감독들의 전성기는 주로 세리에A에서 끝나고, ‘퇴물’이 된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2000~2004),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두 번째 부임 시기(2008~2010)가 대표적이다.

만치니 감독은 아직 감독으로서 한창때인 54세다. 그러나 감독 18년차인 지금 한물 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만 4년 동안 기대 이하의 지도력으로 일관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만치니 감독은 잔루이지 부폰의 은퇴, 수비진 세대교체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떨칠 방법은 좋은 지도력을 보이는 것뿐이다. 이탈리아는 29일 사우디아라비아, 6월 2일 프랑스, 5일 네덜란드를 상대로 친선 경기를 치른다. 만치니 감독의 첫 소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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