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더글라스 코스타가 측면을 흔들기 시작하면 상대 수비는 혼란에 빠진다. 코스타의 최근 경기력이 폭발적이다. 유벤투스는 우승을 향해 나아갈 추진력을 얻었다.

18일(한국시간) 열린 2017/2018시즌 32라운드 홈 경기에서 유벤투스가 삼프도리아에 3-0으로 승리했다. 나폴리가 AC밀란과 0-0 무승부에 그치면서 승점차가 6점으로 벌어졌다. 이번 시즌도 유벤투스의 뻔한 우승으로 귀결돼가고 있다. 한때 유력한 경쟁자였던 나폴리는 최근 6경기에서 2승 3무 1패로 부진하면서 조금씩 경쟁에서 밀렸다. 같은 기간 유벤투스는 5승 1무를 거뒀다.

삼프도리아전은 쉽지 않았다. 유벤투스는 전반전 막판까지 슛 횟수 8 대 3으로 앞섰지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 유벤투스는 지난 12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레알마드리드 원정에서 3-0으로 이기고 있다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골을 내줘 아슬아슬하게 탈락했다. 오심 의혹을 제기하고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가 거칠게 항의하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레알전 멤버를 선발에서 많이 제외하고, 당시 경기를 뛰지 않은 파울로 디발라를 중심으로 공격을 구성하려 했다. 그러나 곤살로 이과인 없이 골이 잘 터지지 않았다.

전반 43분 미드필더 미랄렘 퍄니치가 부상으로 빠지고 측면 미드필더 더글라스 코스타가 투입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 코스타는 평소 좋아하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배치됐다. 오른쪽은 후안 콰드라도에게 맡겨두고, 주로 왼쪽에서 상대를 흔들며 왼발로 크로스를 올렸다.

코스타의 첫 볼 터치가 바로 어시스트로 이어졌다. 전반 45분 코스타의 얼리 크로스를 이날 원톱이었던 마리오 만주키치가 몸을 날려 받아 넣었다. 삼프도리아가 후반전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왔지만 유벤투스는 결정적인 위기를 내주지 않고 수비했다.

후반 15분 속공 상황에서 문전에 들어가 있던 코스타는 공을 잡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짧은 크로스를 올렸다. 베네딕트 회베데스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후반 30분에는 더 좋아하는 오른쪽에서 드리블 돌파 후 문전으로 짧은 패스를 내줬고, 자미 케디라가 가볍게 밀어넣어 득점했다. 독일 선수 두 명이 유벤투스에서 골을 넣은 건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코스타는 최근 유벤투스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 중 하나다. 지난 7일 베네벤토를 상대로 골을 터뜨렸다. 12일 레알전에서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코스타 중심으로 상대를 흔든 뒤 근처에 있던 케디라나 스테판 리히슈타이너가 크로스를 하는 패턴을 통해 두 번 연속으로 레알 수비를 깰 수 있었다.

고속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코스타는 세리에A에 많지 않은 전형적인 윙어다. 알레그리 감독은 코스타 활용법을 고안하느라 시즌 초반 출장 기회를 많이 주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선발과 교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상황에서 역량을 끌어내고 있다.

코스타는 풀타임으로 뛰지 않은 경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3.4회로 이번 시즌 세리에 A 최다 드리블 돌파 기록(이하 기록은 OPTA 참고)을 갖고 있다. 어시스트는 9회로 공동 2위 그룹에 속해 있다. 세리에A 측면 미드필더들에게 꼭 필요한 수비 가담 능력은 약간 떨어지는 편이지만, 대신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상대 측면을 먼저 봉쇄할 수 있는 선수다.

유벤투스는 이번 시즌 뛰어난 왼발잡이를 세 명이나 보유한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기존 핵심 멤버 디발라에 이탈리아 대표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코스타가 영입됐다.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 셋 중 가장 입지가 탄탄한 선수는 뜻밖에 코스타다. 디발라는 전술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 아쉽다. 베르나르데스키는 탁월한 조커라기보다 큰 특징 없는 로테이션 자원으로 전락했다.

알레그리 감독은 경기 후 “부상당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퍄니치에게 전하고 싶다. 그 덕분에 선수 교체를 할 수 있었다”라는 농담을 던졌다. “원래 코스타를 투입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정도로 일찍 넣을 건 아니었다”고 말한 알레그리 감독은 “삼프도리아는 중앙에 수비가 몰려있기 때문에 그들을 넓게 퍼뜨리기 위해서 측면 크로스가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코스타는 앞으로도 중앙 밀집적인 팀을 상대할 때 유벤투스의 ‘알고도 못 막는’ 무기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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