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이번 시즌 가장 각광 받는 골키퍼는 맨체스터시티의 에데르손이다. 그러나 에데르손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벤치에 앉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AS로마의 주전 골키퍼 알리손 베커(26)가 브라질에서도 굳건한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알리손은 월드컵 이후 펼쳐질 이적 시장에서 화제를 모을 것으로 전망되는 선수 중 하나다. 골키퍼 보강을 원하는 레알마드리드와 리버풀이 알리손 영입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손은 지난 2016년 인테르나시오날에서 로마로 이적했고, 적응기를 거쳐 이번 시즌 주전 골키퍼로 올라섰다.
연이은 이적설을 접한 알리손 측은 로마에 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형 무리엘 베커가 “날 믿어도 좋다. 알리손은 로마에서 행복하다. 지금 몸 담고 있는 팀이 빅 클럽이다. 로마에 대해 아주 감사한 마음도 갖고 있다. 만약 알리손이 로마를 떠나게 될 경우에도 구단과 대립해가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대변했다.
알리손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경기 중 확인할 수 있는 퍼포먼스뿐 아니라 각종 수치에도 드러난다. 축구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언더스탯’과 ‘후스코어드’를 참고해 알리손의 기록을 분석해 보면 여러모로 세계 최고급 활약 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유럽 최고 수준 선방 능력
알리손이 큰 인기를 끄는 첫 번째 이유는 골키퍼의 기본인 슛 방어 능력이다. 방어 능력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통계는 실점률과 선방 횟수였다. 그러나 실점률은 동료 수비수들과 깊게 얽혀있기 때문에 골키퍼만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보기 어렵다. 선방 횟수는 반대로 팀 수비가 허술할 경우 치솟는 경향이 있다.
비교적 정확하게 선방 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수치가 xG값(기대득점)이다. 최근 각광받는 2차 통계인 xG값은 슈팅 상황, 골대와의 거리 등을 감안했을 때 한 팀이 얼마나 많은 득점 기회를 잡았고, 실점 위기를 맞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공격수의 결정력과 골키퍼의 선방 능력이 모두 평균이라고 가정했을 때 어떤 점수가 나왔을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수치다.
수비 xG값과 실제 실점의 차이가 가장 큰 팀은 로마다. 세리에A 29라운드까지 로마의 xG값은 32.23이었고, 실제 실점은 현재까지 23점에 불과하다. 두 수치의 차이인 9.23은 곧 알리손의 능력으로 넘긴 위기의 숫자라고 볼 수 있다.
알리손의 활약은 팀 성적으로 직결됐다. 로마는 공격 xG값이 53.43골이었지만 실제 득점은 49골이었다. 로마 공격진의 결정력은 평균 이하였다는 뜻이 된다. 공격진의 부족한 결정력을 알리손의 수비력으로 보충했기 때문에 3위에 오를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로마 다음으로 수비 xG값과 실제 실점의 격차가 큰 팀은 삼프도리아였다. 에밀리아노 비비아노 골키퍼가 버티고 있는 삼프도리아가 7.32, 사미르 한다노비치 골키퍼의 인테르밀란이 6.21, 잔루이지 부폰과 보이치에흐 슈쳉스니가 있는 유벤투스가 5.72를 기록했다. 대체로 선방 능력이 뛰어난 골키퍼들일수록 수비 xG값에 비해 낮은 실점을 했다. 이 수치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xG값을 바탕으로 볼 때 알리손의 선방 능력은 유럽 전역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xG값과 실점의 차이가 로마보다 큰 팀은 번리(15.58), 맨체스터유나이티드(11.95), 아틀레티코마드리드(12.34) 뿐이었다.
화려한 발재간, 빌드업 능력까지
알리손은 브라질 출신답게 유연한 발재간과 준수한 빌드업, 준수한 커버 범위 등 현대 골키퍼에게 필요한 다양한 덕목을 겸비하고 있다. 선방 능력만 좋은 중하위권팀 골키퍼들은 상위권 팀으로 이적한 뒤 넓은 공간을 커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리버풀의 시몽 미뇰레가 대표적으로 빅 클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반면 알리손은 이미 상위권 팀에서 뛰고 있고, 플레이스타일도 강팀에 어울린다. 리버풀과 레알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알리손은 짧은 패스가 경기당 15.4회로 세리에A 골키퍼 중 1위다. 실패한 짧은 패스는 5경기당 1회에 불과했다. 짧은 패스 성공률은 약 98.7%다.
롱 패스 성공률도 준수한 편이었다. 알리손의 롱 패스 성공률은 57%였다. 세리에A 골키퍼 중 3위였다. 뛰어난 제공권을 가진 공격수 에딘 제코 덕분에 수치가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알리손의 킥이 어느 정도 정확하지 않다면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알리손은 경기 중 화려한 발재간으로 상대 공격수를 제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힐 패스, 크루이프 턴 등 아슬아슬한 동작을 시도해 대부분 성공시킨다. 알리손은 드리블로 상대 선수를 5회 제쳤다. 다른 세리에A 골키퍼들을 압도하는 이번 시즌 최다 기록이다. 성공률은 100%였다.
알리손은 손이 아니라 발로 상대 공격수의 공을 빼앗으려는 시도, 즉 태클 시도를 한 번 해 성공을 거뒀다. 이 기록을 가진 세리에A 골키퍼는 이번 시즌 11명에 불과하다. 알리손은 가로채기도 2회로 리그 최다에 속하는 기록을 갖고 있다.
에데르손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팀 맨시티 소속이기 때문에, 두 골키퍼의 주전 경쟁은 이번 월드컵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부각되는 중이다. ‘후스코어드’가 비교한 두 골키퍼의 통계를 보면 알리손이 선방, 선방률, 실책에서 더 나은 기록을 남겼다. 에데르손은 실점의 숫자가 적고 무실점 경기가 많았으며 패스 성공률이 높았다. 여러 수치를 고려한 결과 더 나은 점수를 받은 선수는 알리손이었다. 이 사이트는 알리손의 능력으로 근거리 선방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봤고 장거리 슛 선방 능력, 롱 패스 능력, 집중력, 반사신경 역시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알리손은 브라질의 월드컵 남미예선 18경기 중 16경기를 책임지며 9실점을 기록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 4월 흥민-성용 한꺼번에 보는 여행상품 출시
- ‘독일 국대 수비를 이식하자’ 헥토어 노리는 바이에른
- 홍명보 전무 “신태용 감독, 편안하게 준비하시길”
- '검-빨’ 대표팀 유니폼, 20년 만에 부활
- ‘한류와 태극기 담았다’ 축구대표팀 월드컵 유니폼 공개
- [대표팀] 토트넘 이적 이후 英서 첫 A매치, 손흥민의 경기 될까
- [영상] K리그 팬들은 감스트를 어떻게 생각할까?
- 벤피카의 ‘포르투갈리그 여포’ 조나스 월드컵 보내기 프로젝트
- [대표팀] 한국이 만날 북아일랜드는 어떤 상황일까?
- [리그앙.1st] 프랑스도 주목한 석현준의 ‘저니맨 인생’
- ‘디발라 패싱’ 아르헨티나, 이번엔 ‘이과인X메시’
- '나이키 VS 아디다스' 유니폼으로 본 한국의 월드컵 상대국
- 中시장 공략하는 리그앙, 경기 시간도 조정
- ‘독일VS스페인’ 우승후보들의 월드컵 전초전
- 영국 생할 9년차 기성용, ‘사실상 안방’에서 중심 잡기
- ‘주전 부상과 경기력 저하’ 칠레전 앞둔 스웨덴의 고민
- 터키에서 부활한 나가토모, 월드컵 활약 준비 중
- 제주유나이티드, 정우성·곽도원과 함께 4.3추모 동참
- 이탈리아 맡은 만치니, ‘퇴물’ 아니라는 걸 증명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