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이용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높은 확률로 김신욱의 헤딩까지 연결된다. 전북현대의 필살기에 가까운 플레이다.

15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을 치른 전북이 부리람을 2-0으로 꺾었다. 지난 1차전에서 2-3으로 졌던 전북은 합계 전적 4-3으로 8강 진출 자격을 얻었다. 8강 상대는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부리람을 꺾은 전북의 가장 대표적인 공격 루트가 이용의 크로스였다. 지난 시즌 스포츠 탈장 등 부상으로 거의 활약하지 못한 이용은 건강을 되찾은 올해 전북의 주전 풀백으로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용의 크로스는 포지션을 불문하고 국내 선수 중 정상급이다. 이용의 크로스를196cm 김신욱이 머리로 받는 것이 전북의 가장 대표적인 공격 루트가 됐다.

부리람을 상대로도 끝없이 크로스를 시도한 이용은 결국 골의 기점이 되는 플레이를 해냈다. 전반 17분 이용의 크로스를 김신욱이 머리로 떨어뜨렸다. 로페즈의 발리슛이 골망을 갈랐다. 전북이 승기를 잡게 해 주는 중요한 골이었다.

이용과 김신욱은 나란히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가려면 대표팀 28명 중 5명이 탈락하는 마지막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용과 김신욱은 경쟁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후 만난 김신욱도 마지막 경쟁에 대한 각오를 밝히기보다 월드컵 본선에서 잘 활약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은 태국 구단인 부리람을 상대로 김신욱의 키와 체격이 위력을 발휘했다. 월드컵에서 만날 스웨덴, 멕시코, 독일은 더 수비력이 좋은 상대다. 특히 독일과 스웨덴의 건장한 수비수들이 힘으로 김신욱을 밀어내면 헤딩 옵션은 좋은 공격 루트가 될 수 없다.

김신욱은 자신감을 보였다. 첫 번째 이유는 신태용 감독의 공격 전술에 대한 신뢰다. 김신욱은 “신태용 감독님이 만들어주시는 공격에서는 자신 있다. 신 감독님 부임 이후 7골이나 넣을 수 있었던 건 공격을 잘 짜 주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신욱은 약 3년 10개월 동안 대표팀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공격수였다. 김신욱의 문제라기보다 단순한 ‘헤딩 기계’처럼 사용됐기 때문이었다. 신 감독은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공격 조합으로 평범한 공격수처럼 득점할 기회를 줬다. 그 결과 김신욱은 아시아 팀을 상대로 3골, 유럽 팀 상대로 2골, 북중미 팀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리며 대표팀에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김신욱이 앞선 대표팀 경력 내내 터뜨린 골보다 신 감독 부임 이후 약 8개월 동안 넣은 골이 더 많았다. 신 감독을 강하게 신뢰하는 이유다.

김신욱은 유럽 팀을 상대하기 힘든 것이 그저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 팀을 상대하는 A매치는 거의 없다. (월드컵 본선을 통해) 4년에 2경기 정도 상대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준비하기 어려운 것뿐이다. 앞으로 남아 있는 평가전을 통해 잘 준비하면 된다.”

헤딩으로 직접 득점하기 힘들다면 머리에 공을 맞춰 다른 선수들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김신욱은 “내 머리를 활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득점과 도움이다. 경기 상황을 잘 봐 가며 도움을 해야 할 때는 도움에 치중하겠다”고 말했다. 상대 수비의 특징을 분석해 더 잘 통할 것 같은 플레이를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김신욱은 대표팀 발탁이 확실시된 이재성, 이용과 함께 몸을 만들어 왔다. 매주 두 경기씩 소화하는 전북의 힘든 경기 일정 속에서도 영양 보충과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 손실이 없도록 노력했다. 김신욱에 대한 악성 댓글을 이재성이 굳이 읽어준다고 하는 등 대표팀에 대한 장난을 함께 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월드컵에서 활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휴식이다. 전북의 대표 선수들은 20일 FC서울전을 치른 뒤 21일 대표팀에 합류한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힘들었다. 대표팀에 가면 휴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신 감독도 “전북 선수들은 지쳐 있다. 선수들의 상태에 맞게 어떤 선수는 회복을 줘 가며 다른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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