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용은 4년 전 월드컵 본선에서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엔 후회 없는 대회를 치르기 위해 컨디션 관리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

이용은 ‘2018 러시아월드컵’ 1차 엔트리 28명 중 본선행이 가장 유력한 선수 중 하나다. 오른쪽 수비수로 이용과 고요한 두 명이 선발됐다. 고요한은 미드필더까지 커버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라이트백 주전은 이미 이용으로 굳어진 셈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던 이용은 이후 스포츠 탈장 등 부상으로 고생하며 대표팀에서도 멀어져 있었다. 지난해 말 수술을 통해 부상을 치료하고 올해 신태용호에 합루, 빠르게 대표팀 주전 자리를 회복했다.

4년 전 겪은 실패는 이용이 가진 ‘오답노트’다. 이용은 대회 전까지 쾌조의 컨디션을 자부하고 있었다. 문제는 브라질로 가기 전 마지막 전지훈련지였던 미국 마이애미에서 시작됐다. 당시 한국 선수들은 연달아 몸살 증세를 겪었다. 황열병 예방접종의 후유증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때 앓았던 선수 중 하나가 이용이었다. 이때 뚝 떨어진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본선 세 경기에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컨디션을 느낀 적은 없었다.

이용은 부상 회복 후 올해 급격하게 몸을 끌어 올렸지만 여전히 최상의 몸 상태는 아니다. 전북 동료 이재성, 김신욱은 대표팀 합류를 염두에 두고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등 월드컵 준비를 해 왔다. 이용은 전북 수비진의 줄 부상 이후 최철순과 함께 좌우 수비수로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회복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보강 운동을 할 겨를이 부족했다. 특히 ‘혹사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이재성에 비해서도 출장 시간이 더 길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북이 3, 4일 간격으로 치른 최근 14경기 출장 시간을 보면 이재성이 857분, 이용이 945분이었다.

이번엔 몸을 혹사시켜가며 컨디션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는 것보다, 현재 90% 정도의 컨디션이라도 잘 유지해가며 휴식과 대회 준비를 병행하겠다는 것이 이용의 계획이다. 이용은 부상 방지를 위해 크로스 습관에도 약간 변화를 줬다. 크로스를 할 때는 오른쪽 허벅지 앞쪽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피로가 쌓였다고 생각되면 크로스를 할 때 너무 힘을 줘서 차기보다 가볍게 힘을 빼고 차는 방식을 병행했다. 스포츠 탈장으로 생애 두 번째 월드컵이 무산될 뻔한 이용은 그 정도로 부상에 민감했다.

전북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이용의 플레이 방식과 경기 운영 능력에 발전이 있었다. 한때 이용은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풀백이었다. 이 수식어에는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라는 인식도 포함돼 있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풀백의 대인 방어 능력을 중시한다. 이용은 포지션 경쟁자인 최철순의 장점을 어느 정도 흡수해가며 상대 윙어를 막는 능력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수비 집중력이 높은 상태에서 여러 경기를 치르며 한결 수비적인 경기 운영이 편안해졌다. 무리한 오버래핑보다 영리한 위치선정을 중시하는 경향도 생겼다.

이용은 상대 진영으로 질주해서 크로스를 올려대는 플레이뿐 아니라 후방에 머무르며 공격진을 원거리 지원하는 플레이도 잘 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 상대 수비 배후로 침투하는 동료를 보면 오른발로 찍어 찬 스루 패스를 전달하는 플레이가 늘었다. 김신욱의 머리를 노리는 크로스뿐 아니라 작고 기민한 동료에게 전진 패스를 할 때도 이용의 킥은 요긴하게 쓰인다. 대표팀 코칭 스태프가 다른 풀백들에 비해 이용을 높게 평가한 결정적인 이유가 ‘찍어 차는 플레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주전 공격수 손흥민, 황희찬, 이근호 등과 호흡을 향상시킨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플레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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