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완주 기자= 김건희는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과 팬들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기대와 달리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고, 스스로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런 김건희가 입대 전 마지막 홈 경기에서 날아올랐다.

16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에서 수원이 울산현대를 3-0으로 꺾었다. 수원은 1차전 0-1 패배를 뒤집고 8강에 진출했다. 선발 출전한 김건희는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건희에게는 특별할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그는 5월 28일 논산 훈련소에 입소한다. 군사훈련을 마친 뒤에는 상주상무 소속으로 뛰게 된다. 울산전은 입대 전 치르는 마지막 홈 경기였다. 선수 본인은 “잘하자는 생각보다는 후회 없이 쏟아내자”는 생각으로 평소처럼 경기에 임했지만 팬들은 달랐다. 김건희가 공을 잡으면 평소보다 더 크게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선발명단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김건희가 활약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김건희는 신체조건이 좋고 기술도 갖춘 공격수지만 기록으로 나타나는 포인트가 부족했다. 2016년부터 3년동안 35경기에서 2골을 넣은 것이 전부였다. 이번 시즌 로테이션으로 기회를 받으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긴 했지만 ACL처럼 큰 경기에서 득점이 기대되는 선수는 아니었다.

김건희는 경기장에서 실력을 통해 자신에 대한 우려를 풀었다. 정확한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울산의 베테랑 수비수들을 속이는 환상적인 골로 합계 스코어를 역전시켰다. 서정원 감독도 “근래에 몸이 정말 좋았고, 두 골 다 정말 멋지게 때려 넣었다”라고 칭찬했다.

서 감독은 김건희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사람이다. 그는 “건희가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어했다. 올해 들어 미팅도 많이 했다”라며 “시즌 시작하고 경기를 많이 못 나가면서 힘들어했고, 그 와중에 대표팀에 가서도 보여주지 못해서 많이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어린 선수기 때문에 이런 아픔이 더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김건희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긴 인사를 팬들에게 건넸다. 그는 “감독님이나 팬들을 당당하게 바라볼 수 없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 항상 팬들의 응원을 받는 게 미안할 정도로 부족함이 있었다. 경기 끝나고 당당한 모습을 팬들 앞에서 인사하는 게 목표였는데 마지막 홈경기에서 그런 모습 보여드려서 너무 기쁘다.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건희는 올해 23세다. 어린 나이에 군 입대를 택한 건 병역 문제를 해결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해서 돌아오기 위함이었다. 주전 경쟁의 어려움과 대표팀에서의 좁은 입지도 영향이 있었다. 김건희는 올 여름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다. 이날 경기에는 김학범 감독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총 출동했고, 김건희가 활약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군사훈련을 받게 되면 컨디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김건희는 태극마크의 꿈을 아직 완전히 놓지 않았다.

“태극마크에 대한 꿈은 언제나 가지고 있다. 원래 이번 시즌이 끝나면 군대에 가려고 했다. 시즌 초에는 기회를 받지 못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당연히 대표팀도 가지 못하기 때문에 군대에 빨리 지원한 것도 있다. 아시안게임에 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뽑아주신다면 오늘처럼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표팀을 응원하겠다. 실망하지 않고 내가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을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