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앙투안 그리즈만이 마침내 결승전에서 스타 공격수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 좋아하는 코믹 세리머니를 전세계가 지켜보는 결승전에서 두 번이나 선보였다. 결과는 우승이다.

17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을 치른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올랭피크마르세유를 3-0으로 꺾었다. 그리즈만이 두 골을 터뜨렸고, 승패가 사실상 갈린 경기 막판에 가비의 쐐기골이 나왔다.

그리즈만은 스타 선수지만 이 경기 전까지 주요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의 결승전 활약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와 함께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프랑스 대표로 참가한 유로 2016에서 6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랐지만 결승에서는 침묵했다.

그리즈만의 지난 경력을 통틀어 우승은 레알소시에다드 시절인 2009/2010시즌의 세군다디비시온(스페인 2부) 우승, 그리고 아틀레티코에서 달성한 2014 수페르코파데에스파냐 우승이 전부다. 수페르코파에서 우승할 때도 그리즈만은 1, 2차전 모두 무득점에 그쳤다.

결승전에 약한 남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자 우승이 찾아왔다. 그리즈만은 마르세유와 가진 결승전에서 탁월한 결정력으로 승패를 갈랐다. 전반 21분, 마르세유의 골키퍼 스티브 망당다의 패스를 잠보 앙귀사가 제대로 받지 못해 공을 흘리는 치명적 실수를 했다. 가비가 가로챈 공이 곧장 그리즈만에게 흘러갔고, 그리즈만이 왼발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그리즈만에게 넝쿨째 굴러들어온 득점이었다. 득점을 한 그리즈만은 손으로 L 모양을 만들고 이마에 댄 채 특유의 '포트나이트 세리머니'를 결승전에서 선보일 수 있었다.

마르세유가 반격을 준비하던 후반 4분 그리즈만이 격차를 더욱 벌렸다. 중원 혼전에서 공을 따낸 아틀레티코가 빠르고 현란한 패스워크로 마르세유를 흔들었다. 코케의 패스를 받은 그리즈만이 깔끔한 퍼스트 터치 후 멋지게 찍어 차는 마무리 슛으로 골을 추가했다. 이번엔 동료들이 일찍 덮쳤기 때문에 게임 포트나이트에 나오는 동작을 하기 힘들었지만, 동료들이 떠난 뒤 기어코 우스꽝스런 동작을 한 뒤에야 세리머니를 마쳤다.

경기 막판 가비이 골이 나올 때도 패스워크에 가담하며 중요한 역할을 한 그리즈만은 경기 내내 속공 전개와 마무리 양쪽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후반 45분 페르난도 토레스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이미 승리를 확신한 표정이었다.

그리즈만의 27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트로피를 직접 따냈다. 그리즈만은 이번 대회에서 6골을 터뜨렸다. 아틀레티코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로파리그로 미끌어져 중도 합류한 뒤 32강, 16강, 8강, 4강에서 각각 한 골씩 터뜨리며 영양가 높은 활약을 했다. 아틀레티코는 이번 시즌 공격보다 수비가 강한 팀이었다. 특히 스포르팅CP와 치른 8강, 아스널과 치른 4강은 1, 2차전 합계 단 한 골 차로 승패가 갈렸다. 그리즈만의 골이 없었다면 결승 진출도 없었다.

그리즈만은 유로 2016 즈음부터 트레이드마크가 된 ‘핫라인 블링’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았다. 래퍼 드레이크의 유명한 춤을 따라한 동작이다. 드레이크와 느낌이 완전히 다른 우스꽝스런 동작으로 자신만의 세리머니를 만들어냈다. 이 동작의 대명사가 드레이크에서 그리즈만으로 바뀌었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게임 포트나이트보다 그리즈만의 세리머니가 더 유명해지고 있다. 어떤 춤에서 세리머니를 차용하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특유의 익살스러움이 있다. 유로 2016 때는 결승전에서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 이번 유로파리그는 결승에서 두 번이나 자신의 ‘개그감’을 보여줄 수 있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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