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는 K리그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캐내고 가공해 '케시경'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 1편 주인공은 승격 후 K리그1 4연승을 달린 경남FC다.<편집자주>

[풋볼리스트=함안] 김완주 기자=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의 최고 히트 상품은 단연 승격팀 경남FC의 돌풍이다. 경남은 개막 후 4연승을 달리며 리그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경남 돌풍의 뒤에는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이 있다. 하성민, 이재명, 김현훈, 여성해 등 굴곡진 선수생활을 했던 이들이 팀을 탄탄히 받치고 있다.

경남에서 재기에 성공한 선수는 한국인만이 아니다. 2013년 만 16세 나이로 프로 데뷔골을 넣으며 일본의 축구 천재로 떠오른 쿠니모토 다카히로 역시 경남에서 다시 일어섰다. 쿠니모토는 2013년 우라와레즈다이아몬드 소속으로 일왕배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팀 내 최연소 출장과 득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환상적인 데뷔전이었다.

쿠니모토는 기대를 받은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사생활, 동료와의 마찰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우라와에서 방출당했다. 이후 아비스파후쿠오카로 이적했지만 다시 문제를 일으키며 지난해 5월 방출 당했다.

소속팀이 없어 힘들어하던 쿠니모토에게 손을 내민 건 경남이었다. 경남은 시간을 두고 쿠니모토를 관찰하며 기량을 확인했고, 김종부 감독은 “경기를 보는 눈이 다른 선수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김 감독의 평가에 부합하듯 쿠니모토는 리그 4경기에 모두 출전 중이다. 지난달 10일 제주유나이티드전에서는 K리그 데뷔골을 넣으며 리그 베스트11에 뽑혔다. 쿠니모토는 팀이 없던 시기 기회를 준 경남과 자신을 믿어준 김종부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며 새로운 목표도 잡았다. 일본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하는 것과 유럽에 진출하는 것이다. 지난 달 28일, ‘문제아’라는 이미지와 달리 순한 성격과 쑥스러움을 가진 쿠니모토를 경남 함안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쿠니모토와 아비스파에서 함께 뛴 김현훈이 동석해 통역을 도왔다.

다음은 쿠니모토와의 인터뷰 전문.

 

풋볼리스트(이하 FL) : 한국에 오기 전 소속팀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경남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쿠니모토 : 아비스파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팀을 나오게 됐다. 팀이 없을 때 에이전트가 경남 입단을 권유했다. 작년 9월부터 경남 훈련에 참가하며 테스트를 받았고, 올해 계약을 했다. 팀이 없이 힘들 때 아내가 “힘내자, 다시 시작해보자”라며 용기를 많이 줬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FL : 해외 생활이 처음으로 아는데 팀에 빨리 적응했다고 들었다.

쿠니모토 : 솔직히 팀에 처음 왔을 때는 외국인 선수니까 힘든 일도 있었다. 운동이 정말 힘들었지만 일본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감독님이 개막전부터 선발로 내보내 줘서 계속 뛰고 있다. 많이 감사하다. 그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FL : 어릴 때부터 J리그에서 뛰었는데 K리그는 어떤 점이 다른가.

쿠니모토 : J리그랑 다른 점이 많다. 일본이 기술적인 면에서는 더 좋다. 체력이나 피지컬 능력은 한국 선수들이 더 강하고 많이 뛴다. 일본 팀에 있을 때는 딱 정해진 게 있었다. 감독의 전술에 따라가지 않으면 안됐다. 경남은 다르다.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도 다 호응해 준다. 그런 점에서 경남에 온 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비스파는 강팀이 아니었는데도 훈련을 오래하지 않았다. 스스로 훈련량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FL : 경남이나 김종부 감독의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지 구제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쿠니모토 : 감독님이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감독님이 나를 좋게 보고 불러주신 만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보답하고 싶다. 감독님에게 일대일 조언을 많이 받는 편은 아니다. 공격할 때 “자유롭게, 네가 원하는, 네가 잘하는 플레이를 해라”라고 하신다. 공을 뺏겼을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수비를 하라는 지적은 많이 받았다. 말컹이랑 김신과 운동장 안에서 더 잘 맞으면 좋지 않겠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FL : 처음 경남에 왔을 때와 비교해 살이 많이 빠졌다던데.

쿠니모토 : 작년에 처음 왔을 때는 운동을 쉬다가 온 상태라 몸이 많이 불어있었다. 태국에서부터 살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스스로도 살을 빼지 않으면 못 버티겠다고 느끼고 있었다. 태국에서 많이 노력했고, 살도 빠졌다. 피지컬 코치님이랑 운동하는 게 정말 힘들다. 허벅지를 올리거나 점프하는 것처럼 힘든 부분이 많다. 그래도 미세하게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순간 스피드도 더 나아진 거 같다. 좋은 트레이너와 운동하고 있다.

 

FL : 훈련을 보니 김신과 계속 붙어 다니더라. 둘이 이미지도 비슷하다.

쿠니모토 : 평소에도 김신이 나를 잘 챙겨준다. 먼저 와서 말도 걸어주고 많이 도와준다. 운동할 때는 서로 생각하는 플레이가 같을 때가 많다. 김신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고, 나도 김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서로가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파트너다.

 

FL : 네게바랑 이반과 달리 훈련 중 같이 골대도 옮기고, 훈련이 끝난 다음에는 남아서 고참들 이야기도 듣던데 안 그래도 되지 않나.

(김신 : 당연히 해야 한다. 안하면 내가 뚝배기 때린다)

쿠니모토 : 외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같이 어울려서 골대도 옮기고 하는 거다. 훈련 끝나고 모여서 고참들이 이야기 할 때는 무슨 말을 하는지 솔직히 못 알아듣는다. 하지만 팀으로 하는 거기 때문에, 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알아 듣는 척 한다. (FL : 통역이 따로 없는데 선수들이랑은 어떻게 소통하나.) 영어 단어에 손짓발짓을 섞어서 쓰면 어느 정도 소통이 된다.

 

FL :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숙소생활을 한다. 훈련 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쿠니모토 : 가족이 일본에 있기 때문에 통화하는 시간이 많다. 아무래도 자주 못 만나다 보니 영상통화를 하면서 딸들과 아내를 본다. 그 다음에는 그냥 세탁하고, 빨래하고 쉰다. 클럽하우스 밖에는 잘 안 나간다.

 

FL : 루니의 이름을 본 딴 ‘쿠니’라는 별명이 있는 것으로 안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울리는 별명인가.

쿠니모토 : 루니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내가 루니 정도의 레벨은 아니다. 난 골을 매번 넣는 선수가 아니고 가끔씩 넣는 선수다.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

 

FL : 일본에서 16세에 프로 첫 골을 넣었다. 쿠보 다케후사(FC도쿄)도 올해 16세인데 데뷔골을 넣었다. 16세 쿠니모토와 쿠보를 비교해 줄 수 있나.

쿠니모토 : 쿠보가 나보단 위라고 생각한다. 난 그 때 정식 프로선수가 아니라 고등학교를 다니며 가끔씩 프로팀에 합류하는 선수였다. 16세에 골을 넣은 건 비슷하지만 나는 컵 대회만 나갔고, 쿠보는 리그도 뛰고 있다. 정말 분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현재의 쿠보가 더 낫다.

(김현훈 : 쿠니도 정말 잘했다. 출전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연습할 때 상대해보면 진짜 까다롭고 좋은 선수라고 느껴졌다. 경기에 내보내는 건 감독의 선택이긴 하지만 쿠니가 못 뛰는 게 의아했다. 팀 훈련을 하면 항상 쿠니를 상대했는데 쿠니 공은 나도 잘 못 뺏었다.)

 

FL : 경남이 초반에 연승을 하고 있다. 팀의 선전을 예상했나.

쿠니모토 : 어느 정도 예상했다. 작년에 봤을 때 2부에 있을 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말컹의 득점력이 너무 좋았다. 생활하면서 선수들 사이가 너무 좋고, 팀워크 대단하다고 느꼈다. 현재 우리가 잘나가는 이유도 선수들이 서로 잘 맞고, 팀워크가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FL : 처음 영입 기사가 났을 때 일본에서 문제아였다는 이야기가 많이 퍼졌다.

쿠니모토 :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인정한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하나하나 모든 걸 정확히 하려고 하고 있고, 안 좋은 이미지를 좋은 이미지로 다시 바꾸고 싶다.

(김현훈 : 그때랑 비교하면 많이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정말 좋아졌다. 아내가 있고, 딸이 있어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거 같다.)

 

FL : 일본에서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연령별 대표를 거쳤던 만큼 대표팀 욕심도 있을 거 같은데?

쿠니모토 : 일본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다. 2020년에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내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나이다. 대표팀에 뽑혀 올림픽에서 뛰고 싶은 목표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J리그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지금은 없다. 더 열심히 해서 유럽에 도전해보고 싶다. 더 좋은 활약해서 기회가 온다면 유럽으로 가고 싶고, 유럽에서 돌아오게 된다면 한국으로 오고 싶다.

 

FL :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이번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

우리가 승격한 팀인 만큼 K리그1에 잔류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지금은 우리가 잘나가고 있지만 아직 남은 경기가 많아 여러 가지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공격수이니까 팀에 득점이 필요할 때 결정을 지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10골 이상을 넣는 게 목표다. 경남에 와서 정말 착한 동료들과 즐겁게 축구하고 있다. 여기서 축구 하는 게 행복하고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싶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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