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최소 무승부만 거뒀어도 되는 경기였다. 데얀의 동점골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그러나 구멍 뚫린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수원삼성의 부담은 더 커졌다.

수원은 3일 저녁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5차전 시드니FC와 경기에서 1-4로 크게 졌다. 시드니보다 공을 더 오래 소유하고, 슈팅도 더 많이 때렸지만 수비에서 허점을 노출하며 무너졌다.

두 팀 모두 16강 진출을 위해 승점 3점이 필요했다. 4차전까지 끝난 상황에서 시드니는 승점 2점으로 최하위에 처져있었고, 수원은 가시마앤틀러스에 이어 승점 7점으로 2위를 유지 중이었다. 수원은 시드니를 잡을 경우 6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수원은 지난 2년간 조 3위로 처져지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반드시 16강에 진출하겠다”라며 의욕을 가지고 경기를 준비했고, 시드니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자신감도 차있었다.

결과는 수원의 1-4가 대패였다. 수원은 2016년 10월 수원FC전(4-5 패) 이후 처음으로 홈에서 4실점 이상하며 무너졌다. 부상과 경고 누적 등으로 수비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측면 수비수 박형진을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임시 방편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원이 내준 4실점은 모두 수비 실수에서 비롯됐다. 전반 23분 밀로스 닌코비치에게 선제골을 내줄 때는 부상에서 돌아온 골키퍼 신화용의 판단 미스가 있었다. 수원은 데얀의 슈팅이 막힌 뒤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했다. 수비라인을 정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방으로 로빙패스가 넘어왔고, 닌코비치는 신화용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로빙 슛을 해 골을 넣었다.

곧바로 데얀이 동점골을 넣었지만 균형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30분에 알렉스 브로스케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은 시드니는 아드리안 미에르제예프스키가 니어포스트로 짧게 킥을 찼고, 브로스케가 수비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헤딩을 했다. 브로스케를 놓친 수원의 명백한 수비 실수였다.

후반 나온 2골 역시 마찬가지다. 후반 33분 시드니가 패스를 통해 중앙에서 공격을 시도하자 오른쪽 윙백 크리스토밤이 협력수비를 위해 중앙으로 들어왔다. 크리스토밤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고, 빈 공간을 침투해 공을 잡은 아드리안이 손쉽게 골을 넣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 내준 4번째 골고 역습 상황에서 패스 한번에 수비라인이 무너졌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과 최성근, 센터백 매튜, 양상민, 곽광선의 부상 공백이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수원은 8일 홈에서 FC서울과 ‘슈퍼매치’를 치른다. 서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오늘 경기에서 4실점을 해 분위기가 다운 됐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것이 좋은 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지만 결과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수원은 올해 홈에서 거둔 승리가 FLC탄호아전 한 번뿐이다. 홈에서 시드니를 잡고 분위기를 끌어올려 슈퍼매치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계획이 어긋났다. ACL 6차전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수원은 주말과 주중을 오가며 연달아 경기를 치러야 한다. 시드니를 잡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면 가시마와 6차전에는 주전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드니에 패하며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건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매튜와 곽광선이 부상에서 복귀해 경기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주말 슈퍼매치에는 출전이 가능하다. 최성근과 이종성도 마찬가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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