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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시경] 경남③ 잊혀졌던 이재명, '고향'에서 다시 일어섰다
김완주 기자 | 승인 2018.04.05 18:26

'풋볼리스트'는 K리그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캐내고 가공해 '케시경'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 1편 주인공은 승격 후 K리그1 4연승을 달린 경남FC다.<편집자주>

[풋볼리스트=함안] 김완주 기자=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 ‘K리그 이재명’을 검색해봤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관련된 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마우스 스크롤을 한참 내리자 축구선수 이재명이 나오는 글들이 보인다.

경남FC의 측면 수비수 이재명은 잊혀진 이름이었다. 2010년 진주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경남FC에 입단하며 세 시즌을 뛰었다. 청소년대표팀에도 자주 이름을 올렸고, 2013년에는 활약을 인정받아 전북현대로 이적했다. 전북 이적 후 첫 시즌에 23경기에 나서며 주전으로 뛰었다. 그렇게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2014년부터 스피드를 앞세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이재명을 보기 힘들어졌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벤치로 밀려났고 출전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2014년 8경기, 2015년 3경기. 2016년 상주상무에 입대했지만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2년간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전역 후 전북으로 돌아왔을 때는 국가대표 수비수 김진수가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재명은 친정팀 복귀를 선택했다. 이재명은 뛸 수 있는 팀을 찾았고, 경남은 그런 그를 원했다. 2013년 이적 후 5년 만에 복귀였다. 데뷔당시 22세였던 어린 풀백은 이제 27세 가장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스스로도 “예전에 경남에 있을 때는 형들을 보며 배우는 위치였다. 이제는 내가 배운 걸 후배들에게 전해줘야 하는 입장이 되어 돌아왔다”라고 말한다.

개막 후 4경기, 경남은 승격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4연승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재명은 4경기 모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1라운드 종료 후에는 리그 베스트11에 뽑혔다. 4라운드 강원FC전에서는 말컹의 골을 도우며 도움을 올렸고, 다시 한번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오랜만에 인터뷰가 낯선 듯, 쑥스럽게 들어와 ‘풋볼리스트’를 만난 이재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 빨라지며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놨다.

 

# “축구선수는 일단 경기를 나가야 하니까!”

2014년부터 지난 해까지, 이재명은 단 22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3년 한 시즌 동안 뛴 경기 수보다 4년간 뛴 경기 수가 적었다. 묵묵히 기다렸지만 출전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주변에서 그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자주 들렸다.

에이전트가 찾아와 “경기를 뛰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재명 스스로도 “나를 원하는 팀에서 기회를 더 많이 받고 싶다”라고 느끼던 찰나였다. 때마침 그를 좋게 보고 있던 김종부 감독이 손짓했다. 그렇게 이재명은 경남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가족의 존재도 그가 이적을 결심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은 올해 27세로 젊은 축에 속하지만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다. 그의 아내는 그에게 항상 “축구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한다”, “경기장에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재명은 “아들에게 아빠가 축구선수였다는 걸 떳떳하게 말하고 싶었다”라며 이적의 이유를 설명했다. 전북에서는 보장된 연봉이 있었지만 그는 기회를 찾아 경남 복귀를 선택했다.

경기를 못나가다 보니 전북 생활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재명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축구선수에게 있어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타이밍이 나와는 잘 맞지 않았을 뿐이다. 잘 안 풀렸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좋은 시기에 군대를 다녀왔고, 좋은 시기에 경남으로 돌아와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더 감사하다. 전북에서의 힘든 시기는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경남도, 이재명도 더 강해져 다시 만났다

이재명은 처음 경남으로 돌아왔을 때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그는 “잘해서 다른 팀을 갔는데, 주춤할 때 다시 돌아오다 보니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친 거 같아 부담스러운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는 “실수만 하지 말아야지”하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다행히 팀 적응은 순조로웠다. 창원축구센터 분위기는 여전히 좋았고, 팀 내에 또래 선수들도 많았다. 다른 팀에서 왔지만 운동하는 환경도 익숙해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 경남에서 뛸 때 함께 했던 최영준, 조재철, 안성빈도 다시 만났고, 진주고 동기 김현훈과도 졸업 후 처음으로 함께 뛰게 됐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재명과 김현훈의 포지션뿐이었다. “고등학교 때 현훈이는 센터포워드나 미드필더를 봤고, 내가 센터백을 봤다. 지금은 내가 공격적으로 하고 현훈이가 수비를 책임지니 역할이 바뀌긴 했다”라고 설명했다.

경남에 합류해 동계훈련을 진행할 때부터 몸은 좋았다. 전북에서도 경기만 못 나갔을 뿐 훈련은 꾸준히 소화하고 있었다. 다만 경기에 많이 못 나간 점이 이재명 마음에 계속 걸렸다. 이재명은 “원하는 경기력이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불안하기도 했다. 막상 경기를 뛰어보니 ‘내가 처음부터 너무 겁을 먹었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걱정과 달리 리그 첫 경기에서 그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팀은 승리했다. 그리고 그는 리그 베스트11 왼쪽 풀백으로 뽑혔다. 2013년 전북에 뛸 때 이후 5년 만이었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건 힘든 시간을 함께 했던 에이전트였다. 에이전트가 전화를 걸어 “이게 얼마만이냐”라면서 함께 기뻐해줬다. 아내도 무척 기뻐했다. 이재명은 당시를 떠올리며 “아내도 처음에는 내가 아는 이재명이 맞는 건지 긴가 민가 하더라. 많이 축하해주고 좋아해줘서 내가 더 기뻤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재명이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며 재기에 성공함과 동시에 소속팀 경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실 이재명은 중위권 정도를 예상했을 뿐 초반부터 이렇게 잘 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체력이 유지된다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경남 돌풍의 힘은 김종부 감독에게 있다고 경남 선수들은 입을 모은다. 이재명도 “감독님이 강조하는 ‘시야축구’가 많이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시야축구란 공을 받기 전에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어떻게 공을 연결할 지 미리 생각해놓는 것이다. 다른 팀에서도 미리 상황을 인지하고 공을 받으라고 주문하지만 김종부 감독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게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데, 선수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든다. 다른 팀들보다 더 디테일하다. 직접 경험해봐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 “올해는 무조건 많이 뛰고 싶다. 이재명 시장보다도 유명해지고 싶고!”

이재명은 올해로 프로 9년차다. 햇수로만 따지만 상당한 베테랑이다. 그러나 경기 출전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까지 K리그 통산 109경기 출전이 전부다. 그동안 많이 뛰지 못한 만큼 경기 출전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 강하다. 그는 “그 동안 못 뛴 게 한이 됐다”라며 “일단 전 경기 출전이 목표”라고 당차게 말했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하고, 김종부 감독도 기회가 되면 자신 있게 올라가라고 하는 만큼 공격포인트 욕심도 있다. 공격포인트 목표가 있냐고 물으니 “어시스트는 5개정도 하고 싶다. 내가 골을 잘 넣는 선수는 아니니까 3골 정도만 넣고 싶다”라고 답했다. 3골이면 수비수치곤 많은 득점이다. 게다가 이재명은 이번 시즌 전까지 리그 통산 1골 8도움만 기록했다. 잘못 들은 거 같아 다시 물으니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 경남에 다시 돌아온 만큼 예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나. 올해 커리어 하이를 찍겠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축구선수는 누구나 그렇듯 대표팀에 대한 욕심도 가지고 있다. 이재명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다. 현재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김진수(전북), 장현수(FC도쿄) 등이 그와 함께 했던 동료들이다. 그는 “기회만 된다면 뽑히고 싶은 게 선수의 당연한 마음”이라며 “나중에라도 대표팀은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한 가지 목표가 더 있다. 더 유명한 이재명이 되는 것, 이게 그의 바람이다.

“경남에 입단하는 기사가 떴을 때 본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재명이면 성남 시장 아니야?’라는 댓글이 달렸었다. 그때 ‘내가 진짜 많이 잊혀지긴 했구나’하고 느꼈다. 전에는 포털사이트 스포츠뉴스에서 이재명 전 시장 기사가 많이 나와도 별 감흥이 없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도 어리고 하니까 포털 사이트에 이재명을 검색했을 때 먼저 나오는 게 좋지 않겠나. 나중엔 ‘경남 이재명’ 기사에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찾는 댓글이 안 달리게끔 올해부터 다시 열심히 해야 한다.”

사진=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wan_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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