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검은 셔츠를 입은 데얀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데얀의 옆에는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이 자리했다. 지난 해 8월 열린 슈퍼매치 기자회견에서는 황선홍 FC서울 감독 옆에 데얀이 앉아있었다.

5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년 첫 슈퍼매치 기자회견이 열렸다.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인 수원과 서울은 오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5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많은 이들이 슈퍼매치를 기다렸다.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군 데얀 때문이다. 데얀은 지난 1월 4일 서울을 떠나 수원에 입단했다. 데얀은 8시즌 동안 서울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슈퍼매치에서 수원을 상대로 8골 4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데얀이, 항상 수원 골문을 열겠다고 말했던 데얀이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된 건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데얀 이적 후 처음 열리는 슈퍼매치인 만큼 데얀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수원은 슈퍼매치 홍보 영상에 데얀을 메인 모델로 세웠다. 데얀은 “홈 경기이기 때문에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좋은 결과를 얻어 순위권 위로 올라가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서울이 아닌 수원 쪽에 앉아 슈퍼매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데얀에게도 어색한 일이다. 데얀은 “자주 왼쪽(서울)에 앉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쪽(수원)에 앉아있다”라며 “이제는 파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내 역할은 골을 넣는 것이고, 최선을 다해 수원 팬들을 기쁘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데얀의 자리가 어색한 건 황선홍 감독도 마찬가지다. 황 감독은 “작년 이맘때에도 슈퍼매치 기자회견을 했는데 데얀이 내 옆에 있었다. 지금은 서정원 감독 옆에 있는데 조금 생소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또한 삶의 일부이고 축구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데얀의 결정을 존중한다”라며 “이번 슈퍼매치는 개인 간의 싸움이 아닌 팀과 팀의 대결이다. 팀으로 수원을 상대할 것이고, 승리라는 목표 아래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표 선수로 참석한 신진호도 “데얀이 수원으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라웠다”라면서도 “우리는 데얀을 막는다기 보다 수원이라는 팀을 상대하는 것”이라며 승리에 집중했다.

 

라이벌 팀으로 이적을 결심한 데얀의 선택은 K리그에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었다. 데얀 스스로도 “개인적으로 K리그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이적을 평가했다. “우리는 축구선수고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몇몇은 화를 내고 야유를 받을 수도 있지만 경기장에 오는 많은 팬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폼 색을 바뀌었지만 친정팀 서울에 대한 존중은 여전하다. 데얀은 골을 넣어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것보다 승리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골을 넣는게 집중할 것이고, 골을 넣을 것이다. 그러나 세리머니는 하지 않겠다. 서울 팬들을 존중해야 한다. 최근까지 그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다. 존경심을 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데얀은 수원에 입단한 뒤에도 여전한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공식경기에서 벌써 6골을 넣었다. 황 감독도 데얀의 존재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다”라며 “개인적인 욕심은 데얀이 골을 못 넣고 우리가 이기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데얀도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견제하는 동시에 덕담을 건넸다.

K리그 침체기를 겪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양 팀 감독을 비롯해 데얀과 신진호도 슈퍼매치가 K리그 열기에 불을 붙일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서 감독은 “함성 소리를 들으면서 선수들이 기량 외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 황 감독 역시 “데얀이 이적하며 스토리가 생겼다. 팬들이 이런 스토리를 즐기면 K리그가 더 흥미로워 질 것”이라고 했다. 데얀과 신진호는 “K리그에서 가장 큰 라이벌 전인 만큼 많은 팬들이 찾아와 경기를 즐겨달라”며 입을 모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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