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동아시안컵, 2017년부터는 동아시안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된 대회는 규모는 작지만 의미 있는 대회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참가하지 못하다보니 변수도 많고 점검할 것도 많다. 부담도 작지 않다. 중국, 일본, 북한 등 가까이 있는 나라와 자존심 대결을 벌이다 보니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큰 비난에 직면한다. 생각보다 풍성했던 E-1 챔피언십 역사를 정리한다.

E-1 챔피언십, 구 동아시안컵은 대표팀 신예가 등장하기 좋은 판이다. 국내파 위주로 구성되기 때문에 신예가 포함되기 마련이고,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상대와 스파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색무취한 경기보다 더 제대로 실력을 볼 수 있다. 한국은 매 대회마다 젊은 재능을 발견하며 대회의 의미를 찾았다.

2003년 초대 대회 당시 한국 대표는 대부분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들이었다. 그 틈에서 세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한 골까지 기록한 신예 선수가 21세였던 김두현이다. 김두현은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에게 중용 받으며 당시 동아시안컵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한일월드컵 직후 U-23 대표로 활약하며 한국의 ‘다음 세대’로 주목받았던 김두현이 A대표팀에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대회다.

2005년 대회에서 한국의 유일한 골을 넣은 건 수비수 김진규였다. 김진규의 특기지만 사실 잘 들어가지 않는 대포알 프리킥이 중국을 상대로 터지며 1-1 무승부를 거뒀다. 홈에서 열린 A매치에서 넣은 골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허벅지가 얼마나 무서운지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 김진규는 대표로 데뷔한지 약 1년이 지난 신예 선수였고, ‘2006 독일월드컵’과 이듬해 아시안컵까지 대표로 활약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2008년 대회에서 주목 받은 곽태휘는 9년이 지난 지금 36세 노장이 됐다. 그해 늦깎이 국가대표로 데뷔한 곽태휘는 A매치 세 번째 경기였던 동아시안컵 1차전 중국전에서 대표 데뷔골을 넣었다. 바로 직전 치른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도 득점했던 곽태휘는 공격수들에게도 힘든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통해 ‘골 넣는 수비수’ 이미지를 굳혔다.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도 활약한 곽태휘는 그해 열린 월드컵 승선이 유력했으나 대회 직전 당한 부상으로 낙마했다. 결국 아직까지 월드컵 본선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0년 대회에서 태어난 스타는 이승렬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멀티골을 넣은 선수는 이동국과 이승렬 둘뿐이었고, 허정무 감독(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은 3개월 뒤 발표한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두 선수를 모두 포함시켰다. 이승렬이 첫 골을 넣은 동아시안컵 홍콩전은 데뷔 이래 3번째 A매치였다. 데뷔는 화려했지만 이후 경력은 잘 풀리지 않았다. 월드컵 이후 A매치 단 1경기 출장에 그친 이승렬은 프로 선수로서도 부침을 거듭하다 28세 나이로 이미 은퇴한 상태다.

2013년 대회는 김진수를 위한 무대였다. 풍부한 청소년 대표 경력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잊혀 있던 김진수는 한정된 자원만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기로 한 홍명보 전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이 전격 발탁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였다. 김진수는 A매치 데뷔전이었던 동아시안컵 호주전, 이어진 일본전까지 연달아 훌륭한 활약을 했다. 부상으로 월드컵 본선을 거른 건 김진수 본인에게나 팀에나 큰 손실이었다.

2015년 대회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아래서 아직 분위기가 좋던 시절 진행됐다. 많은 신예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특히 권창훈, 이종호는 이 대회를 통해 대표팀에 데뷔했다. 권창훈은 세 경기 중 두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한 경기에 교체 투입됐다. 전경기 출장만으로도 갓 대표팀에 데뷔한 권창훈에게 얼마나 큰 기대가 걸려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대회에선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바로 이어진 ‘2018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고, 이듬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거쳐 올해는 대표팀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2년 전 동아시안컵에서 시작된 행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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