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두 달 전 나폴리는 유럽을 넘어 전세계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팀으로 주목 받았다. 지금 나폴리는 스타일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에 위치한 산 파올로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16라운드를 가진 나폴리가 피오렌티나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나폴리는 15라운드 유벤투스전 패배에 이어 피오렌티나를 상대로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나폴리가 두 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놓친 건 이번 시즌 처음이다.

나폴리는 앞선 7일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패배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페예노르트전과 피오렌티나전의 공통점은 파우치 굴람, 로렌초 인시녜의 공백이었다. 굴람이 일찌감치 부상으로 빠진데 이어 인시녜는 만성적인 사타구니 부상의 치료를 더 미룰 수 없어 전력에서 이탈했다.

굴람과 인시녜가 빠진 건 나폴리의 가장 중요한 공격루트가 실종됐다는 뜻이었다. 나폴리는 왼쪽에서 만들고 오른쪽에서 해결하는 분업 체계가 잘 정착된 팀이다. 왼쪽 풀백 굴람, 왼쪽 윙어 인시녜가 미드필더 마렉 함식과 공을 주고받으며 득점 기회를 만드는 플레이가 일품이다. 여기서 창출한 득점 기회는 센터포워드 드리스 메르텐스, 오른쪽 윙어 호세 카예혼이 문전으로 파고들며 해결한다.

나폴리는 인시녜의 대체자로 피오트르 지엘린스키를 투입했다. 체구가 작지만 공격력이 좋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지엘린스키가 나폴리 공격진의 ‘넘버 4’였다. 공격수 아르카디우스 밀리크가 부상으로 쓰러진 뒤 공격 숫자가 부족햇던 나폴리는 인시녜 등 기존 공격 자원의 체력을 안배해야 할 때마다 지엘린스키를 전진 배치하곤 했다. 이번엔 지엘린스키가 아예 윙어로 선발 출장했다. 페예노르트전과 마찬가지였다. 굴람의 공백은 마리우 후이가 메웠다.

나폴리 공격력은 큰 폭으로 추락했다. 후이는 굴람을 제대로 대체하지 못했다. 지엘린스키의 패스와 돌파는 인시녜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나폴리는 대신 오른쪽을 주요 공격 루트로 삼았다. 엘사이드 히사이와 카예혼의 호흡을 활용해 공을 전진시키고 기회를 만들어보려 했다. 그나마 주전 조합이라는 점에서 호흡이 잘 맞았고, 투박한 가운데서도 종종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나폴리의 두 번째 문제는 체력이었다. 체력 문제는 수비할 때 더 도드라졌다. 나폴리는 주중 네덜란드 원정에서 돌아온 뒤 거의 같은 멤버로 피오렌티나를 상대했다. 유럽대항전을 치르지 않아 체력이 충분한 피오렌티나는 나폴리를 활동량과 집중량으로 찍어눌렀다. 나폴리는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특유의 압박 축구에 실패했다. 피오렌티나의 공간 활용 능력이 좋은 윙어 시릴 테로가 나폴리 수비진의 성긴 공간을 파고들었다. 페데리코 키에사는 나폴리 수비를 돌파할 틈을 호시탐탐 노렸다.

두 가지 문제가 겹치며 피오렌티나는 전반전 내내 나폴리를 애먹였다. 피오렌티나는 스루 패스와 중거리 슛을 여러 차례 시도할 수 있었다. 나폴리가 피오렌티나 공격을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며 슈팅을 허용했다. 특히 전반 39분 스루 패스를 받은 조반니 시메오네의 슛이 페페 레이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전반 41분 속공 상황에서 시메오네의 기습적인 헤딩슛 역시 레이나에게 막히는 등 골키퍼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실점했을수도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나폴리는 후반전 초반 주도권을 빼앗아 왔다. 압박과 속공의 위력이 살아난 나폴리는 전반전에 거의 보이지 않던 지엘린스키가 연속으로 슛을 날리며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나폴리는 지엘린스키를 아담 우나스로, 알란을 마르코 로크로, 조르지뉴를 아마두 디아와라로 교체하며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배려했다. 피오렌티나는 나폴리의 공세를 막기 위해 윙어 테레우를 더 수비적인 카를로스 산체스로 교체하는 등 실리적인 교체로 승점 1점을 따냈다.

나폴리 공격진에서 메르텐스는 외로운 분투를 벌였다. 평소만큼 좋은 패스가 투입되지 않는 가운데, 메르텐스가 직접 2선이나 측면으로 빠져 동료의 득점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나폴리 공격의 현주소였다. 공격진의 선수층이 빈약해 플랜 B를 세울 수 없는데다, 네 번째 공격수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 마렉 함식이 최근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어 득점루트가 더 줄어들었다.

나폴리는 선두를 되찾을 기회를 놓쳤다. 14라운드까지 1위였던 나폴리는 15라운드에서 유벤투스에 패배하며 인테르밀란에 처음 1위를 내줬다. 16라운드에서 유벤투스가 인테르와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에, 나폴리가 피오렌티나를 꺾을 경우 다시 선두로 복귀할 수 있었다. 나폴리 역시 무승부에 그치면서 순위가 유지됐다. 승점 1점차로 인테르에 뒤쳐진 2위다.

나폴리는 UCL 포함 최근 3경기 1무 2패에 그치며 초반 상승세를 상실했다. 얇은 선수층은 UCL 본선 진출 실패에 이어 세리에A에서도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굴람과 인시녜의 부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나폴리는 그나마 수비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유벤투스전에 이어 피오렌티나전까지 무득점에 그치며 이미 황색 경보 상태로 들어갔다. 앞선 14경기에서 35골을 몰아친 팀답지 않은 공격력 난조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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