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국가대표로서 3년 10개월 만에 득점한 김신욱은 대표팀의 개선된 공격전술의 수혜자가 될 준비를 마쳤다. 프로 선수로서도 한층 화려한 2018년을 예상해볼 만한 분위기다.

김신욱은 지난 9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 남자부 첫 경기에서 중국을 상대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결과는 2-2 무승부에 그쳤다. 한국은 수비가 비판 받았고, 공격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김신욱이 공격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전반 12분 이재성이 문전으로 침투해 골키퍼까지 유인하고 내준 패스를 김신욱이 수비 틈에서 재빨리 차 넣어 선제골을 넣었다. 7분 뒤 롱 패스를 김신욱이 머리로 떨어뜨려 이재성의 골을 이끌어냈다.

국가대표 공격수로서 8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으나 39경기 4골에 그친 김신욱이 모처럼 골과 도움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경기였다. 김신욱의 골은 약 3년 10개월만이다. 2013년 11월 러시아전, 2014년 1월 코스타리카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은 뒤 득점을 하지 못했다.

김신욱은 골을 넣는 공격수가 아니라 ‘헤딩용 선수’로 쓰였다. 김신욱을 후반에 교체 투입하는 목적은 득점이 아니라, 김신욱에게 시선이 집중된 사이 다른 선수가 골을 넣는 것이었다. 이런 교체 카드가 적중하는 경기도 있었지만 김신욱의 역량을 살릴 수 있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K리그 300경기 112골 25도움을 기록한 김신욱의 능력은 전술상 봉인된 상태였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보다 공격 전개가 깔끔해진 한국은 김신욱의 활용에 있어서도 한결 나은 모습을 보였다. 김신욱 옆에서 이재성, 이명주 등 공을 주고받으며 침투할 줄 아는 선수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수비를 견제했다. 평범한 공격이 잘 전개되자 김신욱의 키와 힘도 의미가 살아났다.

김신욱은 프로에서도 부활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16년 프로 데뷔 이후 첫 이적을 통해 울산현대에서 전북현대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부침을 겪었다. 2016년 초 부상으로 고생하다 시즌 말 컨디션을 회복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일조했다.

2017년은 전북 공격수 전원에게 사연이 있는 해였다. 전북은 징계로 ACL 참가가 무산되고, FA컵에서도 조기 탈락한 뒤 K리그 클래식 38경기 위주로 시즌을 보냈다. 주로 원톱을 쓰는 전북은 김신욱, 에두, 이동국 중 한 명만 선발로 쓰는 경기가 많았다. 김신욱은 총 38경기 중 35경기를 소화하긴 했지만 그중 선발은 19경기에 불과했다. 들쭉날쭉한 경기 속에서도 10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이름값은 했다. 에두가 31경기 중 18경기 선발(13골 2도움), 이동국이 30경기 중 10경기 선발(10골 5도움)을 기록했다.

전북이 투톱을 쓸 때 김신욱에게 희생이 요구되기도 했다. 김신욱은 노장인 에두, 이동국에 비해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고 활동량이 많다. 수비 상황에서 파트너 공격수보다 많이 후퇴해 상대 미드필더를 체크하는 역할을 맡곤 했다.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이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만 잡아준다면 투톱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종종 했다.

내년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에두가 은퇴를 염두에 두고 전북을 떠났다. 전북의 최전방은 김신욱, 이동국 두 명 체제로 개편됐다. 새로 합류할 외국인 공격수는 장신에 힘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 김신욱의 파트너가 될 만한 작고 빠른 선수가 유력하다. 최 감독은 내년에 김신욱에게 더 많은 비중을 부여할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 로페즈만 남기고 나머지 외국인 선수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 최소 두 명이 공격 자원이다. 김신욱에 맞춰 공격진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공간 활용 능력이 좋은 공격수, 킥이 좋은 윙어 등을 살펴보고 있다.

김신욱은 연말연시를 통해 대표팀과 프로팀 양쪽에서 비중이 늘어나는 중이다. 내년 전북에서 붙박이 공격수로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내년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갈 자격도 자연스럽게 증명할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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