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이동국이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K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를 고른다면 이동국이 유력한 후보다.

29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6라운드를 치른 전북현대가 제주유나이티드를 3-0으로 꺾으며 우승을 확정했다. 아울러 이동국이 K리그 통산 200호골 기록을 세웠다.

이동국은 지난 22일 199호골을 넣었다. 제주전을 포함해 이번 시즌이 3경기 남아 있었다. 시즌 내 기록 달성이 가능할지 여부가 막판 K리그의 화제였다. 그러나 최 감독은 제주전에서 체력이 충분한 김신욱을 선발로 썼다. 경기 전 최 감독은 “이동국이 속으로는 부글부글 할 텐데 감독인 내겐 말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이동국의 교체 출장은 예고돼 있었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K리그의 가장 확실한 ‘슈퍼 서브’로 활약해 왔다. 최 감독도 경기 전부터 이동국 투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신욱 선발로 전반전을 보낸 뒤, 제주가 수비에 치중하지 못하고 치고받는 경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카드로 이동국을 쓴다는 시나리오였다.

이동국 투입은 기대한 효과를 완벽하게 냈다. 이미 전북이 한 골 차로 앞섰고, 제주의 박진포가 퇴장당한 상황이었다. 이동국은 여유가 있는 후반 20분 교체 투입됐고 공을 처음 잡자마자 위협적인 패스를 하며 이승기의 골을 간접적으로 만들어냈다. 후반 33분 완벽한 헤딩골로 200호골까지 넣었다.

시즌 초 부상, 팀 내 경쟁으로 출장 기회를 잡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은 이동국은 5월이 되어서야 골을 넣기 시작했다. 특히 우승 경쟁의 분수령이 찾아온 10월에만 3골을 넣으며 승부처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8골 중 페널티킥이 3골, 필드골이 5골이다. 8골과 함께 5도움을 기록하며 팀에 13골을 만들어 줬다. 제주전에서도 이승기의 득점 과정에서 결정적인 패스를 하며 경기 영향력을 증명했다.

경력 전체를 보면 1998년 포항스틸러스에서 데뷔해 첫해 11골을 넣으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 포항, 광주상무(현 상주), 잉글랜드 미들즈브러, 성남일화(현 성남FC)를 거치며 부침을 겪었다.

이동국이 신인 시절의 기대에 걸맞은 K리그 최강 공격수로 자리 잡은 건 30세였던 2009년 전북으로 이적하면서부터였다. 당시 개인 최다골인 22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차지했고, 전북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올해까지 우승 5회를 이끌며 리그 MVP 4회, 도움왕 1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득점왕 및 도움왕 각 1회를 수상했다. 전북의 전성기가 곧 이동국의 전성기였다. 이제 K리그에서 20번은 이동국을 상징하는 번호가 됐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이동국이 올해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출장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팀 내 비중은 여전히 거대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동국이 출전 시간이 줄어들어 어려웠을 텐데 훈련장, 경기장에서 한 번도 얼굴 붉히지 않고 묵묵히 자기 역할 해 줘서 후배들도 묵묵히 따랐다.”

이미 38세인 이동국은 1년 재계약을 해 가며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내년 재계약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최 감독은 “구두 상으로는 단장님과 내년에도 이동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국이 강력하게 선수 생활을 원한다.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도 활약해줬으면 좋겠다. 은퇴 시기는 본인이 잘 정할 것이다”라며 이동국이 계속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감독의 말대로 은퇴 시기는 본인의 뜻에 달렸다. 이동국은 이날 보여준 훌륭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선수 생활을 계속 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올해 은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게 있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 하는 게 첫 번째다 내년 생각은 아예 접어놓고 있다.” 이동국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화제의 중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