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이동국은 K리그 최초 200골 기록을 세운 날 은퇴 가능성을 거론했다.

29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6라운드를 치른 전북현대가 제주유나이티드를 3-0으로 꺾으며 우승을 확정했다. 아울러 이동국이 K리그 통산 200호골 기록을 세웠다. K리그 최다골 기록을 매 득점마다 경신하고 있고, 당연히 200호골도 리그 최초다.

이동국은 38세 나이에도 전북의 중요한 공격수로 활약해 왔지만 이번 시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시즌 초 부상과 팀내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5월이 되어서야 첫 골이 터졌다. 이동국은 예년과 달리 선발과 벤치를 오가는 경험을 하며 은퇴에 대한 고민이 강해졌다고 했다.

먼저 인터뷰를 한 최강희 전북 감독이 이동국을 내년에도 붙잡고 싶다고 했지만, 이동국은 “재계약은 글쎄. 내년에 운동장에 없을 수도 있다,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항상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 왔다. 확실하게 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떤 입장을 내놓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년은 아직 내겐 먼 시간이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은퇴 고민이 들기 시작한 계기도 이야기했다. “출장 시간이 확보되지 않았을 땐 조급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여름이 오기 전에는 ‘올해가 나의 마지막 시즌인가’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야기하고 싶다, 아니면 참고 견뎌야 하나’ 생각했다. 올해가 힘든 한해였다. 내게 온 기회를 후회 없이 보여주고 나서 여름이 지나면 입장을 밝히겠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컨디션도 올라왔고 골도 넣었다. 팀 우승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한다. 몸만 풀다가 들어간, 벤치에 앉은 기억이 올해는 좀 있어서 마음이 힘들었던 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지난 9월 A매치를 통해 대표팀에 복귀했다. 대표팀에 대한 질문 역시 은퇴 가능성을 전제로 답했다. “대표팀도 그렇고. 올해 은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게 있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 하는 게 첫 번째다. 내년 생각은 아예 접어놓고 있다. 시즌이 끝난 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은 “38세 이동국이 아직도 뛰는 것이 한국 축구의 문제다. 더 나은 공격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이 발언에 가볍게 받아치기도 했다. “내가 올해 뛰면 한구 축구 미래 어둡다는 이야기 들어서 은퇴도 곰곰이 생각해 본다.”

한편 이동국은 전북의 5회 우승을 모두 함께 한 소감으로 “매 시즌 우승이 쉬웠던 적은 없었다. 항상 고비가 있었다. 물론 올해는 조기 확정했지만 그 고비를 잘 넘겼기 때문에 두 경기를 앞두고 우승컵을 들 수 있었다. K리그에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 우승이 쉽지 않구나 생각을 중간 중간 했다”고 말했다.

200호골을 넣고 두 가지 세리머니를 했다. 먼저 유니폼을 벗어들고 관중들에게 등번호와 이름을 보여주는 동작을 통해 자신감을 보여줬다. 리오넬 메시를 통해 잘 알려진 세리머니다.

이동국은 “내가 전북현대를 2009년에 선택했다. 입단하고 나서 전북 팬들의 열정적인 지지를 해 줬고 응원을 해 줘서 이 자리에 있다. 그 팬들에게 내 이름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잘 할 때나 못 할 때나 뒤에서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 힘이 난다.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세리머니를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메시나 호날두를 보니 약간 건방져 보이더라. 오늘 콘셉트는 그런 식으로 갔다. 골 넣는 순간에는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경고 한 장을 먹더라도 한국 첫 기록이기 때문에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세리머니는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들 이시안 군과 약속한 ‘알로하’ 세리머니다. 이동국은 “골 넣고 우리 선수들에게 많이 맞은 것 같다. 맞다보니 정신 차려서 아이들이 보였고, 아이들과 약속한 세리머니가 생각나서 하게 됐다”며 연예대상 최우수상 수상자다운 농담으로 대답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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