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신설한 ‘더 베스트 골키퍼’ 초대 수상자에 어울리는 사람은 처음부터 한 명뿐이었다. 39세 나이에 이미 전설이 된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이다.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2017 베스트 FIFA 풋볼 어워드’가 열렸다. 부폰은 올해 신설된 ‘베스트 골키퍼’와 함께 세계 베스트일레븐 중 골키퍼 포지션에 선정됐다. 올해의 남자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올해의 여자 선수 리에케 마르턴스(네덜란드) 등과 함께 시상식에 초청 받았다.

부폰이 세계 최고로 선정된 건 10년 만이다. FIFA가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와 함께 선정하는 세계 베스트일레븐에 2006년, 2007년 연속으로 선정된 뒤 이번 2017년 멤버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부폰이 ‘세계 1위’에서 밀려 있는 동안 라이벌 이케르 카시야스가 5회 연속, 다음 세대의 대표 주자인 마누엘 노이어가 4회 연속 선정됐다. 10년 만에 부폰의 차례가 돌아왔다.

부폰이 초대 수상자로 유력했던 이유는 일종의 ‘공로상’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 골키퍼 선정 기준은 ‘경기력과 함께 축구장 안팎에서 미친 영향력까지 고려한다’고 되어 있다. 부폰이 축구사에 남긴 족적을 고려할 때 초대 수상자로 가장 알맞은 현역 골키퍼였다. 부폰은 42.42%를 득표해 마누엘 노이어(독일)의 32.32%, 케일러 나바스(코스타리카)의 10.10%와 큰 격차를 보였다. 라이벌 카시야스의 하락세, 노이어의 부상으로 위협적인 경쟁자가 없었다.

골키퍼 수상자는 팬 투표가 아니라 선정 위원 11명의 투표로 선정됐다. 비토르 바이아(포르투갈)부터 호르헤 캄포스(멕시코), 르네 이기타(콜롬비아), 토마스 은코노(카메룬), 안젤로 페루치(이탈리아), 피터 슈마이켈(덴마크), 데이비드 시먼(잉글랜드), 마크 슈왈처(호주), 파스칼 주베르뷔흘러(스위스)까지 세계적인 골키퍼 9명과 에르난 크레스포(아르헨티나), 파트리크 클루이베르트(네덜란드) 등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2명이 선정했다.

대부분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인 선정 위원들은 부폰과 동시대를 살며 자웅을 겨뤘던 기억이 있다. 특히 페루치는 1999년 부폰이 대표팀 주전으로 올라설 때 후보로 밀렸고,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할 때까지 종종 소집돼 부폰의 후보 역할을 했던 선수다.

FIFA는 부폰을 초대 수상자로 결정하며 “부폰은 40번째 생일이 다가오는 시점에 ‘더 베스트 FIFA 골키퍼’를 수상하며 프로 의식, 헌신, 뛰어난 능력을 입중했다. 지난 시즌 부폰은 유벤투스를 세리에A 6연패 신기록으로 이끌었다. 유벤투스와 함께 한 8번째 우승이었고, 이는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들과 같은 기록이다. 부폰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600분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며 50경기 중 25경기에서 무실점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부폰의 경기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중 하나지만 서서히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지난 2016/2017시즌 이탈리아세리에A에서 나온 골키퍼 관련 지표를 보면 19살 아래인 후배 잔루이지 돈나룸마의 선방 능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가 수상에 가장 적합한 시기였다.

부폰은 이번 시즌과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치면 은퇴할 생각이다. 부폰은 ‘2006 독일월드컵’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선 뒤 국제대회와 유독 인연이 없었다. 이후 두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조기 탈락했다. 이탈리아 대표로서 ‘유로 2012’, 유벤투스 멤버로서 두 차례 UEFA 챔피언스리그(2014/2015, 2016/2017)를 결승까지 이끌었으나 모두 패배했다. 부폰은 러시아월드컵에서 주인공이 된 뒤 정점에서 은퇴하는 꿈을 꾼다.

“이 나이에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어 영광”이라는 것이 부폰의 수상 소감이었다. 이어 부폰은 “유럽에서 우승하는 걸로는 충분치 않다. 올해는 대표팀, 유벤투스 동료들과 함께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한다. 가능하다면 환상적인 승리를 거두며 내 축구 경력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정점에서 은퇴하고픈 마음을 다시 드러냈다.

한편 이번 골키퍼 투표 후보에는 총 15명이 올랐다. 한 표라도 득표한 8명은 모두 유럽에서 활약하는 유럽, 남미, 북중미 선수들이었다. 아시아 대표로 이란의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아프리카 대표로 카메룬의 파브리스 온도아가 각각 후보로 포함됐으나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이탈리아가 부폰과 돈나룸마, 독일이 노이어와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 브라질이 알리손과 에델손 등 각각 2명을 후보에 올렸다.

부폰은 ‘올해의 남자 선수’에서도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호날두,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에게 밀려 3위 이내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이 1인당 3명씩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투표에서 2순위와 3순위 표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 중 하나였다. 신태용 한국 감독은 부폰을 2순위로 선정했다. 부폰을 지휘하는 잠피에로 벤투라 이탈리아 감독은 부폰에게 2순위 표를 주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1순위 표를 행사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