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천] 김동환 기자= “한 시즌이 끝나는 시점이지만, 저와 수원FC는 이제 시작이잖아요. 선수들에게도 함께 새롭게 시작하자고 했어요”

프로무대를 처음 밟은 젊은 감독이 파란을 일으켰다. 이미 승격을 위한 승격과는 멀어져 동기 부여가 떨어졌을 법한 수원FC의 선수들의 눈은 빛났다. 투지를 발휘했다. 전후반 90분, 연장 9분까지 99분을 소화한 선수들은 준플레이오프를 향한 희망이라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뛰었던 부천FC의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수원FC는 시즌 중 조덕제 감독이 사임하고 대행체제를 유지했다. 시즌 종료 후 지도자를 선임할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빠른 시점에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김대의 감독을 전격 선임해 데뷔전을 치르게 했다. 21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35라운드가 김대의 감독의 프로 무대 데뷔전이었다.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진지 나흘 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원FC는 변화의 출발점에 있었다.

쉽지 않았던 데뷔전, 소중한 승리 
김대의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완전히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어진 자원을 활용했다. 매탄고에서 감독을 역임했고, 수원삼성에서 스카우트로 활약하며 쌓은 경험을 최대한 활용했다. 선수들에게 “곧 시즌이 끝나지만,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며 훈련과 실전에서 모두 집중력을 요구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팀에 대한 김대의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경기는 초반은 김대의 감독의 의도대로 흐르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를 위해 사활을 건 부천의 공세는 대단했다. 전반 추가시간 공격의 한 축인 이승현이 부상으로 일찍 그라운드를 내려오며 모재현으로 교체되었고, 최원철 역시 부상으로 후반 정훈으로 교체됐다. 임창균을 제외하고 송수영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교체 카드를 모두 쓴 상황에서 수비의 핵인 레이어가 머리 부상으로 두 차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자칫 10대 11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김대의 감독은 “레이어가 고맙게도 헤딩만 하지 않으면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투지를 보여줬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함께 나선 코칭스태프와 함께 상황을 대처했고 선수들도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수원FC는 결국 후반 43분 모재현의 도움을 받은 송수영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교체카드로 활용한 2인방이 승리를 이끌었다. 9분의 추가시간 동안 부천은 총공세를 펼쳤지만 김대의 감독은 정훈과 브루스를 수비 라인으로 내려 완벽하게 승리를 지켜냈다. 승리 후 김대의 감독은 그라운드에 쓰러진 선수들에게 달려갔다.

초보 감독의 철학, ‘팬들을 위해 90분에 모든 것을 바치자’
김대의 감독의 부임 그리고 첫 경기 승리와 함께 수원FC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김대의 감독에게 프로팀의 지휘봉은 처음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변함없는 기본’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팬들이 찾아오는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했다. 매 경기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90분에 모든 것을 쏟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부천과의 경기에서 수원FC가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수원FC는 오는 29일 FC안양과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대패가 아니라면 수원FC는 6위로 한 시즌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선수단은 홈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팬들에게 선사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 

김 감독은 “고교 감독 시절 마주했던 선수들과 프로 무대에서 만난 선수들은 다르다. 감독의 주문도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감독인 내가 잘 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겠지만, 선수들에게는 프로인 만큼 최선을 다 하는 것은 기본이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부천전에서 그런 모습을 선수들에게 엿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대의 감독의 ‘진짜 무대’를 기대하라
올 시즌 수원FC의 마지막 경기는 안방인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김대의 감독에게는 홈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무대인 만큼 승리가 목표다. 하지만 시선은 내년 시즌에 있다. 부임 후 가지는 막판 두 경기는 전임 지도자의 전술과 스쿼드 운용의 폭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원FC는 선수 개인의 기량을 제대로 점검하고 새로운 출발에 맞춰 스쿼드를 다시 조련해야 한다. 내실 있는 전지훈련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일찌감치 준비를 해야 한다. 수원FC가 일찌감치 내년 시즌을 보고 김 감독을 선임한 이유다. 

김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선수단은 잠시 휴식기를 가지겠지만, 코칭스태프는 새 시즌을 위해 바쁜 겨울을 보낼 것이다”며 “부천전의 승리는 당일로 끝내고, 다음을 준비하겠다. 남들은 이제 끝나지만 수원FC는 이제 시작이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프로 감독으로 첫 단추를 꿴 김대의 감독은 수원FC에 희망을 선사하고 기대를 안겼다. ‘진짜 무대’가 시작되는 새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수원F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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