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은골로 캉테는 체구가 적은 선수지만 경기 기여도는 어느 선수보다 크다. 첼시의 동료 미드필더들도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캉테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첼시는 10월 들어 치른 4경기에서 1승 1무 2패로 부진하다. 특히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1위 맨체스터시티, 최하위 크리스털팰리스에 모두 지는 ‘극과 극’ 행보를 보였다. 팰리스는 앞선 7경기에서 한 골도 못 넣다가 첼시전에서 처음 2골을 넣었다. 이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홈 경기에서 AS로마와 3-3으로 간신히 비기며 부진이 이어졌다.

21일(한국시간) 왓퍼드를 4-2로 꺾었지만 첼시의 경기는 여전히 불안했다. 첼시는 홈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렸고, 후반전 초반까지 1-2로 뒤쳐진 상태였다. 중원 장악을 포기하고 측면을 강화한 전술적 선택이 적중한 뒤 3골을 몰아쳐 역전승을 거뒀다.

첼시의 부진은 캉테가 빠진 시점과 일치한다. 캉테는 지난 7일 프랑스 대표팀에서 부상을 입었다. 다니엘 드링크워터도 빠져 있는 첼시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티에무에 바카요코로 미드필드를 구성해 매 경기를 치르고 있다. 두 미드필더가 3-4-3 포메이션에서 중원을 맡는다. 종종 3-5-2로 포메이션을 바꿀 때는 원래 센터백인 다비드 루이스가 미드필더로 배치된다.

3-4-3은 수비적 불균형에 빠지기 쉬운 시스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가 캉테였다. 첼시는 맹렬하게 수비에 가담하는 페드로 로드리게스로 일단 균형을 잡고, 에덴 아자르에게도 어느 정도 수비 가담을 요구해 때에 따라 9명이 수비에 가담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공수 전환 상황에서 페드로와 아자르가 늘 알맞은 위치에 가 있을 순 없다. 그럴 때 캉테의 임기응변이 빛난다. 캉테는 종종 공격수 자리까지 올라가 상대 공격을 끊어내면서도 수비 진영에 구멍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정확한 판단력을 갖고 있다. 바카요코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미드필더들이 갖지 못한 능력이다.

공을 잡았을 때 역시 캉테가 바카요코보다 능숙한 처리 능력을 보인다. 바카요코가 볼 키핑 능력 자체는 더 우위에 있지만, 종종 집중력을 잃고 공을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다. 반면 캉테는 실수를 거의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수치로도 캉테의 비중이 드러난다. 캉테의 수비 능력은 이번 시즌에도 최상급이다. 경기당 태클 EPL 전체 2위(3.9회), 경기당 가로채기 10위(2.3회)다. 티에무에 바카요코 역시 경기당 태클은 EPL 전체 7위(3.1회)로 그리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두 선수가 뛸 때 실제 경기 양상을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캉테 없이 3-4-3 포메이션을 가동한 첼시는 팰리스전에서 16회, 왓퍼드전에서 15회 ‘공 소유권 상실’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EPL 평균 기록은 경기당 12회였다. 경기 운영의 안정감이 떨어졌고, 그만큼 미드필드에서 공을 잃어버리는 횟수가 늘었다.

캉테가 첼시의 패스 연결과 점유율 유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수치다. 경기당 패스 횟수에서도 캉테는 미드필더 중 파브레가스 다음으로 많은 55회인 데 비해, 바카요코는 36.5회로 큰 차이를 보인다. 캉테가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며 꾸준히 동료의 공을 받기 위해 돌아다니는 반면 바카요코는 그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다.

첼시는 팰리스전과 왓퍼드전 모두 공격 전개가 일찍 끊긴 뒤 역습을 허용했고, 실점까지 당했다. 캉테는 수비력뿐 아니라 첼시가 공을 가졌을 때 팀에 안정감을 주는 재주도 뛰어난 선수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11월 6일 열리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전에 캉테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출장할 수 있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는 그 전까지 에버턴, 본머스, 로마를 상대한다. 특히 11월 1일 열리는 로마 원정에 캉테가 동행하지 못할 경우 문제가 크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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