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번 시즌 스쿼드를 제대로 갖춘 뒤 첫 경기를 치른 엘라스베로나는 왼쪽 윙어로 모하메드 파레스, 모이스 킨을 차례로 투입했다. 이승우는 교체 출장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승우의 경쟁자들이 딱히 좋은 경기력을 보인 건 아니었다.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스타디오 마르크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3라운드를 가진 베로나는 피오렌티나에 0-5로 참패했다. 경기 시작 직후인 전반 2분 조반니 시메오네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전반 10분 시릴 테로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둘 다 피오렌티나 데뷔골을 베로나 상대로 넣었다. 전반 24분 수비수 다비데 아스토리까지 골을 터뜨리며 베로나는 궁지에 몰렸다.

이날 베로나의 선발 공격진은 앞선 두 경기와 달랐다. 계속 벤치에 머물러 불화설, 이적설이 나왔던 간판 스타 잠파올로 파치니가 시즌 첫 선발 출장을 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일종의 ‘가짜 9번’을 썼던 것과 달리 이번엔 전형적인 최전방 공격수 파치니가 배치됐다.

좌우 윙어 구성도 달라졌다. 오른쪽 윙어 알레시오 체르치의 부상을 메워야 했다. 그동안 왼쪽 윙어로 뛰어 온 다니엘레 베르데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왼발잡이인 베르데를 오른쪽에 배치해 중앙으로 파고들며 플레이할 수 있게 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베르데에게도 훨씬 나은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었다.

베르데가 빠진 왼쪽 윙어로 파레스가 배치됐다. 앞서 ‘가짜 9번’을 맡은 바 있는 파레스는 기동력이 좋고 적극적인 성격의 2선 공격 자원이다. 섬세함은 부족하지만 활발한 플레이를 한다. 역습 위주로 공격해야 하는 베로나는 좌우 모두 저돌적인 선수를 배치해 수비할 땐 강한 압박을, 속공 상황에선 과감한 돌파를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윙어 교체에 따른 효과는 이론에만 머물렀다. 베로나는 첫 실점 이후 지리멸렬한 전반전을 보냈다. 공수 양면에서 플레이가 붕괴돼 있었다. 특히 베르데는 그동안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체르치보다도 존재감이 더 없었다. 파레스는 전방 압박으로 좋은 장면을 하나 만들었지만 정상적인 공격 전개엔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베로나의 하프타임 교체가 주목할 만했다. 베로나는 수비수 두 명을 동시에 뺐다. 레프트백 사무엘 수프라옌, 센터백 알렉스 페라리였다. 대신 욍어 모이스 킨과 풀백 호물루를 투입했다. 킨이 왼쪽 윙어로 배치됐고, 전반전에 윙어였던 모하메드 파레스가 수프라옌의 자리에 후방 배치됐다. 페라리가 빠진 자리는 전반에 라이트백이었던 만능 수빗 빅토르 카세레스가 맡고, 호물루가 오른쪽에 투입됐다.

전반에 지리멸렬했던 공격 전개는 후반에 확실히 개선됐다. 유망주 윙어 킨을 투입해 왼쪽 공격을 활성화했고, 파레스가 때론 페널티 지역 안까지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올라갈 정도로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했다. 전반전에 문전에 고립돼 있던 잠파올로 파치니까지 윙어 근처로 이동해 공을 받아주며 패스가 더 잘 돌게 만들었다. 대형이 자주 뭉개져 있던 베로나의 수비도 후반 들어 4-1-4-1 포메이션을 확실히 그리며 더 나은 조직력을 보였다.

후반전에 개선된 베로나 경기력으로도 피오렌티나의 데뷔골 행진을 막지 못했다. 후반 17분 미드필더 조르당 베레투가 약간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골대 구석으로 빠르게 꽂히는 멋진 프리킥으로 득점했다. 후반 44분엔 교체 투입된 포르투갈 출신 윙어 질 디아스가 쐐기골을 터뜨렸다. 두 명 모두 피오렌티나 첫 골이었다.

킨도 개인 능력으로 대단한 플레이를 하진 못했다. 경기 주도권을 되찾아온 한때는 킨이 피오렌티나 라이트백 부루누 가스파르와 일대일 대결을 연속으로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도 했다. 윙어라면 이런 상황에서 상대를 흔들어야 한다. 그러나 킨은 전형적인 윙어라기보다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선수다. 드리블 돌파는 그의 장기가 아니었다.

지난 세 경기를 통해 베르데, 파레스, 킨이 왼쪽 윙어로 테스트 받았다. 이승우는 피오렌티나전 하프타임에 킨에게 밀렸고, 팀이 교체 카드를 세 장 다 쓰며 데뷔전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딱히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건 희망적이다. 오히려 측면 공격은 베로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선수를 바꿔가며 개선 방안을 찾는다면 다음은 이승우의 차례가 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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