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유벤투스의 공격 옵션이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팀내 최고 선수는 파울로 디발라다. 디발라는 이탈리아세리에A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여독이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디발라는 팀 승리를 위해 잔디를 밟아야 했다.

유벤투스는 10일(한국시간) 홈 구장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3라운드를 갖고 키에보베로나를 3-0으로 완파했다. 현재까지 10득점 2실점으로 3전 전승을 달린 유벤투스는 승점이 같은 나폴리, 인테르밀란을 앞질러 1위를 유지했다.

결과만 보면 쉽게 이긴 것 가지만 전반전 유벤투스의 공격은 잘 풀리지 않았다. 유벤투스는 최전방에 곤살로 이과인을 놓고 마리오 만주키치, 더글라스 코스타가 공격을 지원하도록 했다. 제대로 된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한 스리톱이었다. 이과인의 패스를 받은 미드필더 스테파노 스투라로의 중거리 슛은 크게 빗나갔다. 오히려 발테르 비르사를 중심으로 한 키에보의 역습에 많이 휘둘렸다. 전반 17분 미랄렘 퍄니치의 프리킥을 걷어내려던 키에보 미드필더 페르파림 헤테마이가 자책골을 넣은 덕분에 유벤투스가 간신히 앞서갈 수 있었다.

후반전 초반에도 고전은 계속됐다. 유벤투스는 디발라를 교체 투입한 후반 9분까지 슈팅 횟수에서 7대 10으로 밀렸다. 코스타가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지 못하는 동안 이과인이 2선과 측면으로 종종 이동하며 공격을 주도해보려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긴 쉽지 않았다. 부정확한 중거리슛이 유벤투스의 주요 공격 루트였다.

결국 유벤투스는 후반 9분 디발라를 코스타와 교체하며 공격 전술을 바꿨다. 교체 효과는 확실했다. 디발라는 후반 13분 팀의 추가골을 이끌어냈다. 롱 패스를 받아낸 뒤 수비수들을 끌고 횡으로 드리블하며 키에보 수비 조직을 흐트러뜨렸다. 디발라가 밀어준 공을 미랄렘 퍄니치가 원터치 스루 패스로 이어갔고, 노마크 기회에서 이과인이 결정력을 발휘했다. 전반전에 유벤투스 2선 중 아무도 하지 못한 플레이였다.

후반 38분 쐐기골은 새로 영입된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와 호흡을 맞춰 더 의미가 컸다. 두 왼발잡이 선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키에보 수비를 돌파했다. 디발라는 두 노장 센터백 알레산드로 감베리니, 다리오 다이넬리 사이에서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으로 공을 지켜 나가다가 방향을 급격하게 틀어 슛을 날렸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디발라는 짧은 출장 시간 동안 유벤투스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막강한 공격력을 발휘했다. 두 팀 통틀어 최다인 슛 5회, 드리블 돌파 5회를 기록하며 공격에 불을 붙였다. 디발라 교체 전까지 유벤투스의 유효슛은 단 1개에 불과했다. 키에보의 2개보다 오히려 적었다. 디발라 투입 후 유벤투스가 유효슛 3개를 날린 반면 키에보는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상대 수비라인 주위를 무의미하게 빙빙 도는 것이 아니라, 수비진 속으로 과감하게 들어가면서 드리블이나 패스 플레이를 통해 균열을 냈다. 디발라의 개인 능력이 유벤투스 공격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플레이였다.

디발라는 현재 5골로 득점 1위다. 1라운드 칼리아리전 1골, 2라운드 제노아전 해트트릭에 이어 3라운드에서도 득점했다. 이과인의 득점 장면처럼 어시스트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공격에 기여한 장면도 많았다. 공격의 조립부터 마무리까지 디발라가 다 책임지고 있다.

디발라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리오넬 메시를 보좌할 새 파트너로 선택 받았다. 남미 예선에서 두 경기를 모두 선발로 뛰었다.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 받고, 남미를 오가느라 여독이 심했다. 그러나 유벤투스에선 짧은 출장시간에도 불구하고 변함 없는 활약으로 자신의 기량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한편 디발라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새 공격진으로 각광받고 있는 인테르밀란의 마우로 이카르디 역시 대표팀에서의 부진, 남미를 오간 여독에도 불구하고 3라운드에서 SPAL을 상대로 골을 터뜨렸다. 디발라와 함께 5골을 넣어 공동 최다득점자다. 두 아르헨티나 선수에겐 모국보다 이탈리아가 오히려 편한 무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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