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크리스탈팰리스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부임 77일, 2017/2018 시즌 개막 단 5경기 만에 프랑크 더부어 감독이 경질됐다. 리그 경기는 단 4회에 불과했다. 전패 과정에서 팰리스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경질은 지난 10일(한국시간) 터프무어에서 개최된 4라운드, 번리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후 결정됐다. 이날 EPL 통산 100경기를 소화한 이청용은 초반 뜻하지 않은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상대의 결승골로 굳어졌다. 

정황상 마치 이청용의 실수가 더부어 감독의 앞길을 막은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더부어와 팰리스의 관계는 이미 금이 가 있었다. 지난 달 26일, 팰리스가 스완지와의 대결에서 0-2로 패한 후 더부어 감독은 스티브 패리시 회장, 더기 프리드먼 단장(기술이사)과 함께 면담을 가졌다. 복수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당시부터 팰리스는 마음이 떠났다.

당시의 면담은 시즌 초반 발견된 문제를 진단하고, 빠른 해결책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견이 컸고, 패리시 회장과 프리드먼 단장은 격앙된 모습으로 면담을 빠져 나왔다. 더부어 감독에게 큰 반감을 가졌던 프리드먼 단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볼턴원더러스의 지휘봉을 잡으며 이청용을 적극 활용한 지도자다. 당시 팰리스는 더부어 감독의 체제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남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력 보강에 집중했다. 당시 여름 이적시장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일에 불과했다. 

선수단도 분위기를 감지할 수 밖에 없었다. 안팎의 소문이 가장 빨리 유통되는 것은 훈련장의 라커룸이었다. 물론 부진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컸다. 프리시즌부터 더부어 감독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활용하는 것 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데 집중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3년이라는 긴 계약 기간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중심으로 한 축구를 구사하려 했다.

더부어 감독은 연패 중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다. 가끔은 롱볼도 시도했다. 때로는 그라운드를 활용했다. 우리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경기를 통제했다. 그렇다면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결과보다 변화의 내용이 긍정적이라는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선수단과 경영진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점은 커졌다. 훈련 과정, 방법, 계획 등 모든 분야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프리드먼 단장의 관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고 더부어 역시 나름의 지휘권을 침해 당했다는 인식이 생겼다. 물론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단순한 포메이션, 점유율 위주의 전략 뿐만이 아니다. 선수단을 이끄는 능력, 소통 능력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초반 쉽게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동기를 부여하고 잠재력을 끌어내 가용 전력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감독의 임무이고 능력이지만, 더부어 감독은 외면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청용, 마틴 켈리 등 복수의 선수들이 과정의 대표적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더부어 감독은 어린 선수들 보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우선 활용해 시즌 초반 안정을 다져야 한다는 경영진과 선수단의 뜻을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 1라운드 당시 평균 나이 25.2세, EPL 평균 선발 87회에 불과했던 필드 플레이어 구성은 4라운드까지 평균 나이 27.2세, EPL 평균 선발 121회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상황을 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일각에서는 더부어 감독이 제대로 자신의 구상을 펼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고 있다. 부임하기 전 프리시즌 일정이 이미 확정되어 원하는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했고, 여러 사정상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마두 사코 역시 다소 늦게 합류했다. 또한, 프리드먼 단장의 개입이 지휘권을 침범했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이겨내는 것 역시 감독의 이겨내야 할 책무다. 더부어 감독은 자신의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청용의 실수는 번리전 패배와 관련이 있지만, 더부어 감독의 해임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 실제로 팰리스는 번리전에 앞서 로이 호지슨 감독 등을 후보군에 놓고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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