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리오넬 메시의 왼발은 막을 수 없었다. 유벤투스는 괜찮은 경기를 하다가 메시에게 당할 때마다 한 골씩 빼앗겼고, 결국 대패를 당했다.

13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캄노우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D조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가 유벤투스를 3-0으로 꺾었다. 지난 시즌 8강에서 당한 0-3 패배를 그대로 갚아줬다. 

바르셀로나의 스리톱 조합이 이채로웠다.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의 대체자로 영입된 우스망 뎀벨레가 처음 선발 출장했다. 네이마르의 기존 위치인 왼쪽 윙어로 투입되지 않고, 오른쪽 윙어를 맡았다. 대신 왼쪽에 배치된 선수는 메시였다. 메시는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다 왼발 슛이나 패스를 날리는 플레이의 달인이다. 그런 메시를 왼쪽에 배치하는 건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메시가 생소한 포지션을 소화한 비결은 자유로운 포지션 이동이었다. 메시는 동료들의 위치를 참고해 가며 자유롭게 상대 2선의 빈 공간을 돌아다녔다. 공격을 전개할 땐 사실상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최근 메시는 오른쪽 윙어로 배치돼도 측면보다 중앙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플레이스타일이 이렇다면 경기를 시작하는 위치가 왼쪽이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

경기에 대한 관여도는 떨어진 대신 치명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이날 메시의 특징이었다. 왼쪽 측면 공격은 레프트백 조르디 알바의 오버래핑에 맡겼다. 20대 시절처럼 공을 오래 몰고 다니며 수비를 흔드는 것도 아니었다. 메시는 비교적 간결하고 쉽게 패스 플레이에 참여하다가, 중요한 순간에만 템포를 확 끌어올려서 마무리를 지었다.

메시의 위력은 전반 45분 드러나기 시작했다. 속공 상황에서 중앙으로 공을 몰고 올라가던 메시는 잠깐 멈칫한 뒤 수아레스와 2대 1 패스를 주고받았고, 유벤투스 수비가 다시 붙기 전에 번개 같은 슈팅 타이밍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유벤투스가 열심히 반격하려 할 때마다 메시가 반전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후반 11분 메시는 경기 흐름에 따라 오른쪽에 가 있었다. 유벤투스 패스 미스를 끊은 동료가 메시에게 공을 건넸고, 메시가 순식간에 문전까지 뚫고 들어가 위협적인 패스를 했다. 골문 앞에서 스투라로가 막아냈지만 멀리 걷어내지 못한 공을 이반 라키티치가 냉큼 차 넣어 공격을 마무리했다.

후반 24분, 메시는 한 번 더 유벤투스 골망을 흔들면서 경기를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끌고갔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전진 패스를 받은 메시는 순간적으로 공을 멈추며 진행 방향을 왼쪽으로 바꿨고, 순식간에 마크를 빠져나가며 왼발 강슛을 날려 득점했다.

메시가 가장 특별했던 건 공을 잡았을 때 놀라운 민첩성이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감량해가며 열심히 준비한 걸로 알려져 있는 메시는 날렵했다. 특히 왼발을 휘두르는 타이밍은 경지에 올라 있었다. 유벤투스가 세리에A 최고 왼발 조합인 파울로 디발라, 더글라스 코스타,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교체 투입)를 모두 활용해 봤지만 메시 한 명의 왼발에 미치지 못했다.

유벤투스의 경기 계획은 훌륭했다. 5명이 결장한 가운데 원정을 떠난 유벤투스는 이번 시즌 영입한 마티아 데실리오를 라이트백에 배치했고, 데실리오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전반 41분 부상으로 교체됐다. 유벤투스의 불운이었다. 유벤투스는 알렉스 산드루, 코스타, 블래즈 마튀디가 있는 왼쪽 위주로 공격을 잘 전개해나갔으나 마무리가 부족했다. 슛 시도 13회 대 9회, 유효슛 시도 7회 대 5회로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으나 결국 패배했다. 메시가 두 팀의 차이였다.

메시는 스페인라리가에서 3경기 5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UCL에서도 본선이 시작되자마자 2골을 터뜨렸다. 컨디션이 절정에 달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상관없이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경험도 갖췄다. 어느 때보다 위협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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